[생각해 봅시다] 태극기 강제 게양 논란

나라 사랑하는 마음의 표현인가, 강제된 애국심인가.

광복 70년을 맞아 범정부 차원에서 '전 국민 나라사랑 태극기 달기 운동'을 벌이면서 논란이 뜨겁다.

특히 각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중앙부처 제출을 이유로 3·1절에 태극기 구매와 게양을 강요해 주민 불편을 야기하기도 했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단지 곳곳에 태극기 게양과 구매 방법 등이 담긴 알림문을 게재했다. 여기에는 '애국심을 고양하기 위해 아파트별로 태극기 게양 실태 사진을 찍어 결과를 중앙부처에 제출 예정이니 많은 참여를 부탁'하는 내용이 실렸다.

행정자치부는 지난달 '전 국민 나라사랑 국기달기 운동'을 통해 △모범아파트 단지와 거리 선정 △국기꽂이 전수조사 △우수 지자체 평가·포상 등 사업을 추진 중이다. 창원시도 이에 발맞춰 지난달 5일 '추진대책 보고회'를 열어 △국기게양 모범아파트·모범마을 1만 8851가구 지정 운영 △태극기 연중 게양 거리 등 군집기 조성 등을 추진 중이다.

행정자치부는 이 같은 내용이 '자율 권장' 사안이라며 '강제성'을 부인했지만, 범정부 차원에서 애국심 함양 차원으로 벌인 점이 확인된다.

제96주년 3·1절을 맞아 1일 창원시 마산합포구의 한 아파트에 태극기가 게양돼 있다. /박일호 기자

얼마 전 창원시 의창구 반림동 한 아파트로 이사한 ㄱ 씨는 "아파트 동장이 거주 확인서 서명을 받아가면서 3·1절 태극기 달기 운동을 한다고 (태극기가)없으면 사라고 했다"면서 "초면에 구구절절 뭐라 하기 싫어 '태극기 안 삽니다'고 거절했지만 자발적 게양 권유도 아닌 태극기 달기 운동이라 하니…"하고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또 다른 시민은 "태극기 게양 강제가 북한 독재 체제의 애국심 강제와 뭐가 다른가" 반문하면서 "아파트 관리사무소를 통한 강매와 강요는 흡사 북한식 5호감시제와 같다"고 꼬집었다.

이를 부정적으로 봐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한 시민은 "우리 역사 교육이 부실해 일본과 중국이 심심찮게 옛 과오를 잊고 역사 도발을 하는 이 시점에 태극기를 통해 우리 민족 정체성과 얼을 다시 한 번 되새기고 선조들 정신 생각한다는 의미에서 태극기 게양 운동을 보다 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시민은 "당연히 태극기를 달아 애국심을 표현하는 게 마땅한데, 정부 지침에 과도하게 대응하는 자치단체의 과잉 충성이 오히려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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