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간다] (2) 창원 마금산온천단지

창원 마산시외버스터미널 앞 버스정류장에서 20번 버스에 올랐다.

따스한 봄날이 오기 전, 겨울에 제격인 온천욕을 즐기러 창원 북면에 가기 위해서다. 자가용을 이용해 일부러 찾아가는 화려한 온천관광지가 아니라 동네 목욕탕처럼 다녀올 수 있는 온천을 골랐다.

창원 마금산온천단지다. 북면 신촌리 마금산 해발 200m 기슭에 자리 잡고 있다.

20번 버스는 경남대 남부터미널과 북면농협을 오가는 지선이다. 배차간격이 다른 편(10, 11, 12, 21, 24번 등)보다 짧아 타기가 수월하다.

마산 시내를 벗어나 북면에 접어들자 버스에는 어르신이 많아졌다.

차창 밖에는 북면막걸리를 만든다는 양조장 간판이 보이기 시작한다.

감계 입구에 들어서자 한 할아버지가 목욕 가방을 들고 버스에 오른다. 손자가 앞장서서 버스 뒤편에 서서 할아버지를 부른다. 아이는 버스 종점인 북면농협에 닿을 때까지 쉴 새 없이 떠든다. 아주머니들은 연방 귀엽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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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 후 버스가 북면농협 정류장에 닿자 모든 승객이 내린다. 목욕탕과 숙박시설이 한눈에 들어온다. 어르신들은 걸음을 재촉하며 대중탕으로 향했다. 손자 손을 잡은 할아버지도 한 곳을 골라 들어선다.

초행이라면 사람들 따라 온천탕을 정하는 것도 재미있겠다.

마금산온천은 대중탕이 10곳 정도 된다. 이 중 가족탕이 따로 마련된 곳도 있다.

숙박시설도 많다. 호텔 두어 개와 모텔과 별장이 즐비했다.

마금산온천은 지하 300m에서 용출되는 약알칼리성 온천수다. 망간·황산칼슘·탄산칼슘·미네랄 등 성분이 함유돼 있다. 수온은 55도 이상으로 국내에서 자연적으로 용출되는 몇 안 되는 온천이다.

인근 창녕 부곡온천은 알칼리성 유황천이고 부산 동래 온천지구는 알칼리성 식염천이다. 온천수마다 특징이 달라 자신에게 맞는 물을 찾아다니면 좋겠다.

마금산온천의 역사는 오래됐다. 조선 세종실록지리지(1453년)와 동국여지승람(1481년) 등에 기록돼 있는데 욕실 3칸, 객실 3칸 규모였다고 전해진다.

마금산온천수는 피부병·위장병·간질환·만성변비·당뇨병에 효험이 있다고 알려졌다. 특히 신경통과 잠수병, 부인병에 효과가 좋다고 이름나 있다.

또 식염약수온천으로 먹을 수 있다. 온천수를 쉽게 받아갈 수 있는 수돗가를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마금산온천은 평일·주말 할 것 없이 지역민이 애용하는 동네 목욕탕 같다. 그래서 혼자 가도 어색하지 않다.

하지만 온천욕을 마친 후 즐길 수 있는 놀거리가 부족해 아쉽다. 족욕체험장이 있지만 12월부터 3월까지인 동절기는 휴업이다.

이는 창원시의 고민이기도 하다. 시는 조만간 '마금산온천 꽃단지 조성사업'과 '보양온천 지정 추진', '가족농장 조성'을 할 계획이다.

현지 주민들은 온천단지 입구 반대 방향 하천 쪽으로 가다 보면 북면 수변 생태공원이 나온다고 알려줬다. 아니면 온천단지 뒤편 구름다리를 통해 마금산에 오르는 것을 추천했다.

온천욕을 마치고 주민 추천대로 구름다리에 올랐다.

구름다리는 마금산(280m)과 천마산(370m)을 잇는 교량이다. 길이는 70m로 길지 않지만 높이가 22m로 아찔하다. 마금산과 천마산을 찾는 등산객들이 산을 나눠 등반할 필요가 없이 다리를 이용해 한 번에 북면지역 명산을 즐길 수 있다.

구름다리에서 내려다본 마금산온천단지 전경. 북면 신촌리 마금산 해발 200m 기슭에 자리 잡고 있다. 조만간 꽃단지가 조성되고 가족농장이 만들어진다. 창원시가 관광 활성화 사업 하나로 추진할 계획이다.

구름다리 입구는 단지를 둘러싸는 도로를 따라 걸으면 나온다. 인도가 없는 오르막길이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차로는 5분도 채 걸리지 않지만 걸으면 15분쯤이다.

구름다리에 올라서니 겨울바람에 다리가 흔들린다. 조금 무섭다고 느껴질 정도다. 내려다 보이는 마금산온천단지가 색다르다.

온천욕 후 산에 오른다면 상쾌함은 배가되고, 등산으로 지친 몸을 온천에서 푼다면 그것도 좋다. 어느 것 먼저 하든 상관없을 듯하다.

여기에다 북면막걸리를 빼놓지 말자.

점심으로 막걸리 반 통과 땅콩두부, 국수를 먹었다. 온천단지 안에는 땅콩두부로 유명한 음식점이 있다. 북면막걸리는 청량감이 돋보였다. 낮술 두 잔에 기분이 좋아졌다. 은은하게 퍼지는 고소한 두부 한 입에 국수까지 호로록.

겨울 끝자락 온천욕 한번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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