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 앞 출입구에 선간판 형식으로 고시되는 그날의 기름판매 고시가는 소비자와 판매자 간의 작은 약속이라기보다 우리나라 몇 안 되는 거대 정유회사들의 신뢰성을 담보로 한다. 운전자는 한 푼이라도 기름 값을 절약하고자 되도록 싸게 파는 주유소가 어디 있는지를 살피게 되고 이런 생활이 습관이 되다 보니 어느 주유소에 가면 그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는지 머릿속에 지도를 그려놓고 다닌다고 해도 그른 말이 아니다. 어느 날 한 사람의 젊은 경유차 운전자가 기름을 넣은 후 받은 영수증에서 외부에 고시된 가격보다 비싼 금액이 찍혀나온 것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함으로써 그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됐다면 어떻겠는가. 비록 한 군데 주유소에서 생긴 사달이라고는 하나 자칫 주유소 전체의 믿음을 의심받게 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해당 주유소는 아니나 다를까 화들짝 놀라면서 경쟁관계 주유소의 음해라고 호소한다. 예정된 순서겠지만 하나만은 분명하다. 받은 돈과 고시가가 일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지않고서야 경찰에 신고된 후 피해보상 운운하는 뒷말이 나올 이유가 없다. 그 주유소가 사실규명 이전에 책임감을 느낀 나머지 내민 수습책의 하나라면 그나마 이해 못 할 일은 아니라 할 것이지만 그렇다고 본질 내용이 감추어지지는 않는다.

경찰의 부적절한 처신이 불신을 키우는 기름 역할을 한 점이 더 큰 문제다. 신고를 받았으면 당장 증거물을 확보하고 사실조사를 벌이면 그만이다. 경찰은 그런 기본적인 수사지침은 지키는 둥 마는 둥한 채 신고자의 신상정보를 노출함으로써 사회적 불화를 조장하는 데 이바지했을 뿐만 아니라 엉뚱하게 민사사건으로 전향을 유도했다는 뒷말을 낳았다. 경찰이 단순히 형사사건화하는 것이 귀찮아 그런 것인지 아니면 업자 측을 감싸느라 취한 태도인지 판단하긴 이르다. 그러나 수사 제일선에 올려야 할 것은 같은 수법의 판매 행위가 더 없는가를 추적하는 것이다. 만일 상습화의 추세가 있다든지 또 그러한 현상이 다른 주유소로 확산했다면 모르고 당한 피해자는 부지기수가 될 수도 있다. 다만, 한 건이라고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철저하게 수사에 임하고 결과물을 얻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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