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송전탑 반대주민·활동가 '벌금폭탄'반발 노역형 선택…"농성자들만 처벌, 이중잣대"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 농성에 참여해 벌금 400만 원을 선고받은 진주의 최모(43) 씨가 "벌금을 내느니 차라리 노역을 하겠다"며 창원지방검찰청 진주지청에 26일 오후 출두했다.

"(2013년 10월 3일)부북면 위양마을 126번 송전탑 예정지에 잠시 머물렀습니다. 경찰 방패를 잡았다고 바로 끌려갔어요. 끌고가서는 폭행범으로 만들어버리더군요. 그리고는 벌금 400만 원이 떨어졌습니다. 이런 법에, 이런 국가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내 미약한 힘으로 할 수 있는 저항이 '노역'입니다."

그의 판결문에는 벌금형을 노역으로 대신할 경우 1일 5만 원으로 정했다. 온전히 노역을 할 경우 80일 징역을 살아야 한다.

벌금형 대신 노역을 선택한 사람은 최 씨뿐만이 아니다.

26일 오전 경남도청에서 열린 밀양 765㎸ 송전탑 반대대책위원회 기자회견에 참석한 30여 명의 밀양 주민들과 연대 활동가들이 같은 길을 선택했다.

2013년 10월 3일 밀양 금곡헬기장 농성에 참여했던 부산의 김모(여·38) 씨도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았고, 최 씨처럼 노역형을 준비하고 있다. "밀양은 저에게 배움터였습니다. 환경이나 에너지 정의 측면뿐만 아니라 밀양 어르신들에게 자기 터전에서 살 권리를 배웠어요. 그 기본적인 권리를 침해하고 무너뜨리는 이 땅의 권력을 배웠습니다."

송전탑 반대대책위가 이날 제시한 노역형 예정자만 7명. 2013년부터 2년간 반대운동 과정에서 연행·기소돼 재판이 끝난 10명 중 3명이 집행유예형을, 7명이 벌금형을 받았다. 총액만 3500만 원으로, 최 씨의 경우처럼 1일 5만 원으로 환산하면 700일 노역에 해당한다.

이들 외에 55명의 밀양 주민과 활동가들이 재판이 모두 끝나는 올 6월 이후에 노역형 대열에 합류할 것이라고 대책위는 덧붙였다.

이들이 노역형을 자청한 이유에 대해 대책위 법률 간사인 정상규 변호사가 밝혔다.

검찰로 출두하려는 최모(왼쪽) 씨를 보며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일균 기자

"지금까지 모두 80건을 검찰이 기소했습니다. 업무방해로, 공무집행방해로, 기부금품법 위반으로요. 그런데 반대농성 과정에서 농성자들이 병원으로 이송된 건이 100건이 넘어요. 대책위는 이들을 폭행으로 고소하고 고발했지요. 그런데 검찰은 단 한 건도 기소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현실에서 형평성을, 사법부의 독립성을 찾을 수 있나요?"

자신 역시 재판을 받고 있다는 밀양 주민 한옥순(여·68·부북면 평밭마을) 씨가 분개한 이유도 같았다.

"할매 10명 잡을라꼬 경찰 3000명이 동원됐다 아이가. 개 끌 듯이 끌고갈라꼬. 이런 할매들 도와줄라꼬 젊은 사람들이 왔는데 이 사람들을 연행하고 구속하고 했다 아이가. 이기 죄가? 다 회쳐먹는 한전(한국전력) 하고 5개 (원자력 관련)기업이 진짜 죄인 아이가? 젊은 사람들이 먼 죄고? 차라리 우리를 잡아가라!"

밀양 765㎸ 송전탑 반대대책위는 이날 노역형 선언과 함께 밀양송전탑 법률기금모금위원회(모금계좌 농협 301-0164-5386-11)를 통한 모금 활동 시작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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