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비춤]3·11 전국동시조합장선거의 모든 것

전국 첫 동시 조합장 선거가 26일 시작됐습니다. 후보자는 크게 두 부류입니다. 조합원 자격으로 선거에 나선 이들과 현직 조합장으로 일하다가 출마한 사람들입니다. 후보자 2명을 인터뷰했습니다. 최근까지 조합을 이끌었던 후보와 새롭게 조합을 책임지고 싶다는 후보입니다. 두 사람은 이번 선거에 적용되는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이 잘못됐음을 동시에 꼬집었습니다. 또 이렇게 한목소리를 냅니다. "우리 조합, 더는 그대로 둘 수 없고 바꿔야 합니다." 

"조합장은 영업사원"
첫 도전하는 후보자

후보자는 보통 50∼60대인데, 저는 40대 후반으로 비교적 젊은 나이입니다. 그래서 '젊으니까 나중에 해도 되지 않겠느냐'고 얘기하는 분도 계십니다. 하지만 명예나 자리 때문에 조합장을 맡으려 하는 것이라면 저는 60 넘어서 나왔을 겁니다.

젊을 적부터 농사를 지었습니다. 선친과 함께 오랫동안 일했고, 여러 대학에서 관련 학위도 따면서 경력만 25년이 됐습니다. '천직'입니다. 앞으로 30년 더 농사할 것입니다. 조합원이 마음 놓고 농사지을 구조를 만들고 싶어 출마했습니다. 10년 전 조합 감사도 맡아보면서 관심이 커졌습니다. 지금까지 조합장은 조합원 위에 군림하는 모습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조합장은 일꾼입니다. 영업사원이 돼야 하고, 어디 가서 굽실거리면서까지 조합원이 생산한 쌀, 소고기, 꿀 등을 팔아줘야 합니다.

조합에는 금융 등 신용사업이 있고, 판매 등 경제사업이 있는데요. 우리 조합의 가장 큰 문제는 신용사업으로만 먹고살면서 주력 품목 매출은 다른 조합에 뒤지는 현실입니다. 조합 본점도 조합원과는 떨어진 도심에 있습니다. 조합원에게 꼭 필요한 경제사업과 이를 뒷받침해주는 지도사업이 잘 안 돼 안타깝습니다. 얼마 전 조합의 경제사업 쪽 결산을 봤는데 수억 원 적자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시스템을 보면 전문가가 참여하는 게 아니라 직원끼리 전담팀을 꾸리고 이사회 의결만 거치니 사업이 엉망이 돼버리는 것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지도사업 계통을 육성해 어떻게 하면 좋은 수익 구조를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봅니다. 1년 회계를 세워도 3년, 5년 장기 계획을 짜야 합니다. 또 조합원 대부분 농사 등에 1년 내내 매여 있습니다. 조합장이 되면 조합원 쉴 공간을 마련해주고, 일손 돕기 제도도 확충하려고 합니다.

이번 선거는 유권자가 알 권리를 충족 못 하고 있습니다. 예비후보 제도로 서로 만날 기회가 있으면 좋은데, 선거 공보물을 받기 전까지 조합원이 후보자를 알 수가 없습니다. 선거운동 13일 동안 집집이 방문도 안 됩니다. 명함이나 문자 메시지 등으로만 비전을 알려야 합니다. 조합원 대부분이 일터나 집에 있는데요. 본점 앞 길목에서 인사하면 조합원 1000여 명 가운데 과연 200명이라도 만날 수 있을까요? 공명선거를 위해 후보자 토론회 장면을 촬영해 이 영상을 조합 본점 영업장 등에 트는 게 낫지 않을까요? 그런데 토론회나 연설도 법으로는 보장이 안 돼 있으니 갑갑한 노릇입니다.

3·11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26일 시작됐다. 조합원들만 투표권이 있어서 일반 사람들은 별 관심 없는 선거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어떤 조합장이 선출되느냐에 따라 경남지역 농업, 수산업, 축산업, 산림업의 발전 방향과 미래가 좌우되고, 농어민 생존과 도민 식생활과도 직·간접적으로 연결된다. 창원시 한 축산 농가에서 키우는 소들(사진)의 운명도 조합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천양지차로 달라질 수 있다. /박일호 기자

"투명선거 꽃피우자"
현직 조합장 후보자

조합 직원과 경제 관련 시민단체 대표 등을 거쳤고, 최근까지 조합장을 8년 동안 맡았습니다. 조합장이 되고 나서 틀을 깨려 했습니다.

협동조합 주인은 조합원이고, 중앙회 주인은 지역 조합입니다. 하지만 감사나 물건 구매 가격 협상 등은 중앙회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중앙회와 지역 조합이 원가와 판매가를 낮추려고 함께 힘쓴다면 물가안정 등 전체 경제에도 이바지할 것입니다. 지역 조합들은 컨소시엄을 꾸려 물류 사업 등을 벌이며 어려울 때 서로 돕고, 기금을 조성해 지역사회에 돌려주거나 농가 손실 보전도 할 수 있겠습니다.

일을 많이 알고 시켜서인지 조합 직원들은 저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조합원이 먼저냐, 직원이 먼저냐. 결국 함께 가야 합니다. 직원은 조합 사업을 적극 홍보하고, 조합원은 사업을 이용하면서 공생해야 합니다.

선거법이 잘못된 것은 분명합니다. 법학을 전공했는데, 악법입니다. 이번 법안을 만들 때까지 중앙회가 무슨 역할을 했는지 묻고 싶습니다. 현직한테 유리하다고 하지만, 이도 저도 아닌 오해만 받는 법이 만들어졌습니다. 이번 선거를 계기로 선거법은 혁신돼야 합니다.

조합장 후보자를 보면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 농업 단체 회원, 전직 조합 직원이 대다수입니다. 문제는 이들이 조합을 제대로 모르는 것 같다는 사실입니다. 조합원이 협동조합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시·군 단위로 협약을 맺어 조합원 교육 제도를 도입하고자 합니다.

협동조합은 기업가처럼 착복하는 것이 아니라 공정 분배하는 것이 맞습니다. 조합장이 인사권을 쥐고 무소불위 권력을 휘둘러 '지역의 대통령'이라는 얘기도 있지만, 오해입니다. 일 못 하는 사람을 어찌 함부로 앉히겠습니까. 조합장은 적절한 자리에 알맞은 사람을 앉혀 능력을 키워주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또 현 조합장을 겨냥해 엉뚱한 데 돈을 다 퍼줘 곳간이 비었다는 지적도 합니다. 그렇지만 회계상 빚을 내서 무슨 일을 할 수 있겠습니까.

후보자는 정책을 내세워야지, 현직과 직원 흠 내기만 하면 조합은 앞으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선거가 끝나고 조합이 한 단계 더 성숙했다는 평가를 받으면 좋겠습니다. 많은 공약과 정책이 쏟아질건데, 남의 공약도 접목해 조합이 활성화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서로 헐뜯거나 금품이 오가는 선거 말고, 조합장 선거에서부터 민주주의를 꽃피워 다른 공직선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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