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기능올림픽 참가 박준오 군, 졸업 전 취업에 대표 선발 "올림픽에서 금메달 따고파"

'청년백수'가 넘쳐난다. 대학진학률 80%, 우리나라 청년 10명 가운데 8명이 대학에 다니지만 대학 졸업장이 더 나은 미래를 보장해주지 않는 현실이다. 취업학교가 돼 버린 대학을 굳이 가지 않더라도 일찌감치 자신의 진로를 찾은 청년들이 있다. 남들이 수능 준비할 때 취업을 준비하는 특성화·마이스터고등학교 학생들이다.

특성화고란 수산·농업·실업·상업·공업 등 특정 분야의 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학교다. 경남에는 32개 특성화고가 있다. 특성화고와 분리해 특수목적고로 마이스터고가 있다. 기술 중심 교육으로 예비 마이스터를 양성하는 산업수요 맞춤형 고등학교다. 경남에는 거제공고와 삼천포공고 2곳이 있다.

일반계보다 공부 못하는 학생들이 가는 곳이라는 사회적 편견을 깨고 자기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고자 특성화·마이스터고를 선택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지난 11일 삼천포공고를 졸업한 박준오(19) 군도 그 중 한 명이다.

준오 군은 이번 졸업식이 뜻깊다. 올해 8월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열리는 제43회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 국가대표로 선발됐기 때문이다. 국제기능올림픽대회 참가는 준오 군의 꿈이었다. 올해 경남에서 특성화고 출신 4명이 기능올림픽대회에 참가하는데, 준오 군은 지난달 재학생 신분으로 최종 참가 선수로 선정됐다. 경남에서 국제기능올림픽 대회 참가 선수가 선발된 것은 2007년 이후 8년 만이다.

올해 삼천포공고를 졸업한 박준오 군. 박 군은 국제기능올림픽에 국가대표로 출전하는 것과 함께 삼성테크윈에도 취업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올림픽을 앞두고 한창 훈련 중인 준오 군을 13일 창원시 성산구 삼성테크윈 지식정보연수소에서 만났다. 준오 군은 졸업 전인 지난해 10월 삼성테크윈에 입사해 3개월간 수습기간을 끝내고 2월부터 정규직 사원이 됐다.

낯선 공작기계들 너머 '내 손끝에 미래가 달려 있다'고 적힌 플래카드가 벽면에 붙어 있다. 준오 군은 그 문구에 공감했다.

"어려서부터 손으로 만드는 것을 좋아했어요. 제 성격상 사무실에 오래 앉아 있는 것보다 활발하게 움직이는 게 좋았어요. 뭔가 만들고 조립하는 게 적성에 맞다는 생각이 들었고, 중학교 2학년 말쯤 특성화고에 가겠다고 목표를 정했죠."

통념상 일반계고 진학을 바랄 법도 하지만, 손재주 많은 외동아들의 결정에 준오 군 부모도 흔쾌히 동의했다고 한다. 특성화·마이스터고에 대한 편견은 준오 군에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았다.

준오 군이 이번 올림픽에서 출전하는 종목은 폴리메카닉스. 도면을 보면서 선반이나 밀링 등의 기계로 금속·비철금속재료를 정밀하게 깎아 조립하고 그 재료들에 모터와 실린더를 달아 작동시키는 종목이다. 모든 것이 수작업이다.

올림픽에 출전하는 박 군이 기계를 만지고 있다.

준오 군은 "도면대로 부품을 직접 깎아서 조립하고, 그래서 동작이 되는 게 신기하고 재밌다"며 폴리메카닉스를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원통 또는 직사각형의 금속 재료를 도면대로 깎는 작업은 어렵고 위험하다. 집중과 끈기가 필요하다.

준오 군은 마이스터고에 입학한 뒤로 자신의 꿈을 이루고자 부단히 노력했다. 고등학교 3년 내내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 금속재료를 깎고 조립하는 연습을 거듭했다. 기숙사형 학교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다른 고등학생들처럼 친구들과 어울려 놀거나 학원에 가는 시간 대신 온종일 기계 앞에 매달려 있었다.

고등학교와 회사에서 줄곧 준오 군을 지도해온 지도자는 "부지런하고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게 준오의 강점"이라고 귀뜸했다.

준오 군은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이 목표다. "금메달을 위해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 후배들을 열심히 가르쳐 다음 올림픽에서도 같이 출전해 메달을 따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후배들에게 "자신감을 갖고 포기하지 말라고 얘기해주고 싶어요. 저도 고등학교 3년 동안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목표가 있으니까 끝까지 해보자 마음먹으니 지금까지 오게 됐어요. 자기가 하고 싶은 일, 적성에 맞는 일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메달과 상관없이 '국가대표 박준오 군'에게 응원을 보낸다.

◇국제기능올림픽대회 = 2년마다 한 번씩 열린다. 올해는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8월 6~20일 보름간 열리며 우리나라는 42개 직종에 47명 선수가 참가한다. 2013년·2014년 전국기능경기대회에서 직종별 각각 금메달과 은메달을 차지한 선수들이 국제기능올림픽대회 한국위원회가 여는 평가전에 참가해 최종 1명이 선발된다. 우리나라는 지난 1967년 스페인대회를 시작으로 모두 27회 출전해 18차례나 종합우승을 차지했으며, 4회 연속 우승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세계적인 기술 강국의 면모와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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