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 그 후] 폐타이어 논란으로 마음고생한 홍합 양식 어민들

홍합 하면 마산이다. 양식 생산량 가운데 열에 예닐곱은 마산에서 난 것이다. 홍합 양식은 깨끗한 물과 적정 수온이 뒷받침돼야 한다. 구산면 인근 바다가 그러한 곳이라고 한다. 이곳에서는 홍합 양식을 1960년대에 본격적으로 했다고 한다. 바위에 붙어 있는 자연산 홍합을 본 머리 밝은 사람들이 줄을 활용해봤는데, 그 재미가 쏠쏠하면서 정착됐다고 한다. 지금은 폐타이어를 함께 이용한다. 종패를 붙이고 홍합이 떨어지지 않게 받쳐주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여기 어민들은 지난해 말 예기치 않은 마음고생을 했다. 한 종합편성채널에서 홍합에 폐타이어 유해 성분이 섞여 있다는 내용을 내보냈다. 홍합은 플랑크톤을 먹고 자라는데도, 폐타이어 성분을 섭취한다는 식으로 방송한 것이다.

방송 여파는 컸다. 관련 연구 기관에서 홍합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발표했음에도 소비자 인식은 쉽사리 바뀌지 않았다. 소비량이 전년 대비 30∼40%가량 떨어졌다. 어민들은 해당 방송국에 항의 전화를 잇따라 하며 화난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그로부터 두 달여가 지났다. 김영곤 수정 어촌계장은 이렇게 말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소비량이 어느 정도 회복되기는 했습니다. 그래도 그 여파가 아직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닙니다."

홍합 양식 전체 생산량 가운데 마산에서 나오는 것이 60∼70% 된다. 1960년대 마산 구산면 주민 몇몇이 줄을 이용해 시작한 홍합 양식이 인근으로 퍼졌다. 지금은 폐타이어를 활용하는데, 지난해 말 인체 유해 논란이 있었다. /경남도민일보 DB

지난해 말 폐타이어 논란이 있을 때 학계에서는 "유해 성분과 거리가 멀다지만, 소비자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 대체재 연구도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이에 대해 김영곤 어촌계장은 이렇게 말했다. "폐타이어를 대신할 샘플을 봤습니다. 그릇 용기 재료에 들어가는 플라스틱입니다. 그런데 단가가 너무 높아서 사용하기엔 어민 부담이 큽니다."

마산수협도 이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마산수협 최성보 상무는 이렇게 설명했다. "지난 1월에 생산단체 대표와 마산수협·경남도·창원시 관계자들이 선진 기술을 배우기 위해 네덜란드·스코틀랜드를 찾았습니다. 기계라든지 그런 부분이 대규모화돼 있었습니다. 저희같이 영세 어민들이 그러한 것을 도입하려면 비용 부담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국가보조금 없이는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그들 나라에서는 폐타이어 대신 플라스틱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영곤 어촌계장 말처럼 역시 돈이 문제다.

"플라스틱 제품은 단가가 높습니다. 도입하면 소비자들이 비싼 가격에 홍합을 먹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정부 지원을 위한 협의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논란이 있기 전인 지난해 2월, 구산면 원전에서 만난 정연철 홍합공동체 자율협회장은 많이 들떠 있었다. 1년여에 걸쳐 진행된 홍합 연구 결과가 곧 발표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3월 6일 발표된 연구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비만 예방·숙취 해소 효과를 세계 최초로 입증하는 등 입으로만 떠돌던 홍합 효능을 과학적으로 밝혀냈다. 그러면서 가공식품 개발에 대한 기대도 커졌다.

이에 대해 최성보 상무는 이렇게 말했다. "구산면 원전에 가공공장을 만들 계획입니다. 예산도 이미 마련했습니다. 어촌계 협의가 끝나고 곧 착공에 들어가면 올 가을에는 완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게 되면 홍합이 국민음식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홍합은 이미 가공식품으로 활용되고 있다. 라면 수프에서 없어서는 안될 존재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가공공장이 건립되면 이뿐만 아니라 소금을 대신할 수 있는 양념장, 홍합을 말려 술안주로 활용, 장조림 통조림 판매 등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홍합 양식을 50년간 이어온 마산 어민들은 지난 연말 갑작스러운 마음앓이를 했지만, 이를 오히려 발전할 수 있는 계기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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