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봅시다]눈살 찌푸리게 하는 차량용 스티커…기능 상실할 땐 위화감만 조성

'R(알)아서 P(피)해라' '화나면 개된다' 등 자동차 뒷 유리에 부착하는 초보운전 스티커. 개성이라고 보기엔 불쾌감을 유발하는 것들이 많아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나라에서 초보운전 스티커 부착 의무화 제도가 폐지된 것은 지난 1999년. 제도 시행 5년간 경찰은 규격화한 초보운전자 스티커를 붙이지 않으면 범칙금을 부과했다. 제도가 중단되면서부터는 규격이나 형식을 벗어난 다양한 스티커가 눈에 띄게 늘었다. 지금은 '초보운전'이라는 간단한 문구에서부터 '3시간째 직진 중'이나 '초보라 미안해요. 비행기를 살 걸 그랬네요' 등 유쾌한 문구까지 다양한 종류의 차량용 스티커를 쉽게 구입하거나 제작할 수 있다. 단순한 정보 전달에 그치지 않고, 운전자 개성이 담긴 자동차 보조용품으로 거듭난 것이다.

'아기가 타고 있어요'처럼 탑승객 정보를 알려주는 스티커도 인기가 높다. 차량 내에 아기가 있다는 표지(베이비 온 보드)는 1984년 9월 아기용품 전문회사 세이프티 퍼스트에서 마케팅 목적으로 처음 제작했다. 아기가 탄 차와 뒤따르는 차가 함께 안전운전하자는 취지였다.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끈 이 표지는 실제 안전운전을 유도하는 데 효과를 보이기도 했다고 알려졌다. 사고가 발생하면 차 안에 있는 아기부터 구조해달라는 뜻이라는 루머는 근거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지만 이 같은 용도로 활용될 여지는 충분하다. 어떤 점에서든 차량용 스티커의 긍정적인 효과는 충분해 보인다.

불쾌감을 주는 차량용 스티커.

문제는 표현이 거칠거나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주는 스티커는 본래 의미를 퇴색한다는 사실이다. 창원에 사는 한 시민은 "알아서 피해가라, 건들지 말라는 식의 문구는 협박으로 들린다"며 "배려해주고 싶은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고 전했다.

초보운전 스티커를 붙였다는 것은 운전실력이 부족하다는 뜻. 그럼에도 초보운전 스티커를 부착한 채 난폭운전을 하거나 법을 위반해 운전하는 사람도 문제라는 지적이 있다. 의미를 쉽게 알 수 없는 문구도 마찬가지. '뒤에서 받으면 나는 좋지만…'이라는 문구는 안전운전이나 정보 전달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한눈에 읽고 해석하기도 쉽지 않다. 도리어 이런 문구에 시선을 빼앗기면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어 주의가 요구되기도 한다. 또 아기가 타고 있다는 문구가 있음에도 정작 차 안을 살펴보면 아기가 없는 허탈한 경우도 종종 목격할 수 있다.

이처럼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거나 본래 기능을 상실한 차량용 스티커는 위화감만 조성하고 있을 뿐이다. 가까운 일본은 도로교통법에 면허를 취득한 자는 1년간 '새싹마크' 표지를 달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마크가 붙은 차를 위협·추월하면 벌점 1점을 받는다. 70세 이상 성인 운전자는 '단풍마크' 표식을 달도록 하고 있다. 부착하지 않으면 벌금 2만 엔이 부가된다. 우리나라도 예전처럼 초보운전 스티커 형식에 기준이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쏟아지는 까닭이다. 한 시민은 "초보운전 스티커는 또 다른 운전자에게 중요한 알림이 되는 것"이라며 "배려와 관용의 표현이 담긴 문구를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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