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끄는 그와 춤추는 그녀 지난 아픔 서로 감싸 안아…술잔 기울이며 이어간 만남 넷이 되어 사랑의 웨딩마치

<경남도민일보> 2013년 11월 27일 자 1면 '축하해 주세요'에 실린 글이다. 여자가 사랑하는 남자의 세례를 알리는 내용이다.

'평생을 함께하고픈 그에게 소원이 있다고 말했죠. 그건 주말 미사를 함께 다니고 싶다는 것이었죠. 그랬더니 바로 교리를 받기 시작해 몇 개월간 정말 열심히 하더군요. 그리고 그가 드디어 세례를 받았네요.'

그리고 2015년 2월, 연인이던 둘은 혼인미사를 올리며 부부가 되었다. 44살 동갑내기 박명규(소방관)·박은혜(무용가) 부부 이야기다.

은혜 씨는 20대 시절 한 남자와 결혼했고, 또 헤어졌다. 30대 시절에는 아들을 돌보며 춤추는 일에 푹 빠져 지냈다. 그리고 40대를 맞이할 즈음이었다.

"이제는 곁에 남자가 있었으면 했습니다. 좋은 사람 좀 소개해 달라고 주변에 노래를 불렀죠. 예술계 잘 아는 선생님이 '마산오광대에서 활동하는 소방관이 있으니 만나보라'고 하더군요. 그때는 저보다 나이도 많고, 안정적인 사람을 만나고 싶었습니다. 동갑이라는 말에 '말도 꺼내지 마시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주변 극성도 만만찮았다. 이제는 예술계 어른 여럿이 나섰다. 두 사람을 위한 장소·시간까지 잡아버렸다. 더군다나 예술계 어른 그들까지 함께하는 자리였다. 은혜 씨는 그냥 예의만 지키겠다는 마음으로 나갔다. 술이 몇 잔씩 돌면서 분위기가 한껏 들떴을 때, 둘은 양해를 구하고 자리로 옮겼다.

2월 혼인미사를 올리며 부부가 된 박명규(왼쪽)·박은혜 부부.

"명규 씨가 '돈 많은 사람이 좋아요'라고 물어보더군요. 그래서 '논문 쓰고 공부하려 할 때 소심해지지 않을 정도, 가족이 여행 가려고 하는데 돈이 없어 쩔쩔매지 않는 정도'라고 했죠. 명규 씨는 '그 정도는 내가 해 줄 수 있다'고 하더군요."

둘은 첫 만남 이후 마술공연도 함께 보러 가고 술도 자주 마셨다. 그러면서 거의 매일 얼굴을 봤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만날 수 있는 관계라는 게 매력적이었던 것 같아요. 누군가에게 의존하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명규 씨가 늘 제 곁에 있었던 거죠."

명규 씨는 은혜 씨의 소소한 배려에 자주 감동했다. 둘은 커피보다는 술을 즐겼다. 은혜 씨가 한번은 명규 씨 집 쪽에서 보자고 했다. 대리운전 부를 걱정 없이 편하게 술 한잔 먹을 수 있도록 하려는 은혜 씨 마음이었다. 은혜 씨는 또 명규 씨의 귀여운 정성에 감동했다. 차 안에서 입맞춤하려는 분위기였지만 은혜 씨는 집중할 수 없었다. 선팅하지 않은 차라 바깥에서도 훤히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자 명규 씨가 어디 들어가서 잠시만 기다리라는 겁니다. 차를 몰고 갔다가 1시간 후 나타났는데, 선팅이 새까맣게 되어 있는 겁니다. 정말 밖에서 전혀 안 보일 정도로 말이죠."

둘 관계는 더할 나위 없었다. 이제 서로의 가족까지 하나 되는 일만 남았다. 한번 아픔을 겪은 명규 씨도 초등학생 아들이 있었다. 은혜 씨는 불안한 마음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 아이의 엄마가 되어 잘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른들과 관계에서도 그리 편치 않았습니다. 힘든 시간이 이어지면서 헤어질 생각까지도 했습니다."

은혜 씨는 마지막 노력을 꺼내 들었다. 오랜 기간 심리공부를 한 그는 명규 씨와 함께 상담치료를 받아볼 마음이었다. 명규 씨도 망설임 없이 흔쾌히 동의했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이제 마음의 여유를 찾을 수 있었다.

혼인미사 후 창원에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둘, 그리고 아들 둘, 그렇게 넷이 함께한다. 5월 1일에는 사람들에게 정식으로 알리는 결혼식을 할 예정이다.

"지난 2년 동안 어려운 과정을 잘 밟아온 느낌이에요. 우리 스스로가 참 기특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희같이 재혼 준비하는 사람을 위한 책이 없더군요. 앞으로 우리가 책을 한번 써보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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