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우리 사진 찍어요!"

잔뜩 멋을 부린 학생들이 우르르 몰려와 사진을 찍자고 한다. 그리고 졸업식 행사가 끝나자마자 친구들, 가족들과 삼삼오오 짝을 지어 학교 밖으로 시원스럽게도 빠져나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텅 빈 교실을 정리하며 '졸업'이 가져다주는 감정에 잠시 빠져든다. 무언가 놓쳐버린 것만 같은 졸업식을 치르고 까닭 모를 서운함과 허전함이 덩어리가 되어 명치에 걸린 것만 같다. 이 헛헛한 감정을 옆 자리에 앉은 동료에게 주절거려 본다. 결국 교무실 자리를 뜨지 못하고 잠시 생각에 빠졌다

나에게 '졸업'은 슬픔과 아쉬움, 감사함이 복잡하게 섞여 있는 풍경으로 각인되어 있나 보다. 누군가가 아직도 그런 감정을 기대하는 나에게 촌스럽다고 한다. 하지만 어쩌랴, 나의 학창시절 졸업과 수없이 많은 제자들의 졸업식을 지켜보면서도 그 촌스러움은 변치 않으니 말이다. 정든 친구들과 이별하고, 모교를 떠나는 것, 그리고 학창시절의 큰 부분을 차지하던 선생님과의 이별을 실감하게 되는 날이 졸업이었으니 졸업식을 하면서 비로소 사소하지만 소중한 것들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교직에서 보낸 15년 동안 정든 학생들을 품에서 떠나보낼 때마다 주책스런 눈물을 흘리지 않은 날이 한 번도 없었다.

"다시 만나요.", "꼭 찾아올게요.", "선생님, 그동안 감사했어요.", "사랑해요." …. 익숙한 인사인데도 그 말을 수줍게 꺼내는 학생들의 표정과 몸짓에서 꼭꼭 봉인해 놓은 감정들이 기어이 터지고 만다. 그러면 말보다 먼저 눈물이 앞서고, 결국 고개만 끄덕이다가 품에 끌어안고 한참을 그러고 있는 것이다.

달라진 졸업 풍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내 감정의 정체를 고민하고 있노라니 반 학생들에게서 실시간으로 카카오톡 메시지가 온다. 무심히 사진을 열고 아이들이 보낸 문자를 보면서 불현듯 깨달았다. 요즘은 페이스북, 카톡 등으로 실시간 채팅을 할 수 있으니 헤어짐의 무게가 확실히 가벼워졌다는 사실을. 그래서 졸업의 감흥도 그 속에서 나누는 이모티콘만큼 단순하고 명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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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은 지 불과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았는데 여러 명의 학생에게서 사진이 전송되어 온다. 그리고 나는 지금 그들의 수다스러운 대화를 보고 있다. 나는 아이들이 보낸 사진들을 핸드폰에 다운받으면서 졸업,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을 느꼈다. 편리함과 가벼움이 공존하는 우리 시대의 '헤어짐'에 대해 잠시 생각해 본다. 진정한 헤어짐을 경험할 새가 없다는 것에 대하여.

/이정주(김해분성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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