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송전탑 다큐 <오래된 희망> 개봉…24일 창원문화원서 첫 상영

"밀양할머니들이 왜 싸움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어떻게 10년간을 싸워왔는지…. 영화에서 진실이 배어나길 바란다."

밀양 송전탑 사태를 3년간 기록한 다큐멘터리 <오래된 희망>을 연출한 허성용 감독이 말했다.

지난 12일 허성용 영화사 파란만장 대표와 김달님 공공미디어 단잠 기획팀장을 만났다. 오는 24일 열리는 <오래된 희망> 첫 번째 상영을 앞두고서다.

<오래된 희망>은 2012년 5월부터 2014년까지 밀양 부북면 위양리 127번·129번 철탑 농성 움막을 중심으로 일어난 일을 촬영한 것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영화 제작을 염두에 둔 게 아니다.

허 감독은 "대구에서 활동하는 이경희 미디어 활동가가 찾아왔다. 밀양에서 미디어 연대를 하는데 경남팀이 전혀 없다고 했다. 아차 싶었다. 그때부터 밀양에서 카메라를 돌렸다. 카메라는 지킴이 역할을 했다. 촬영팀이 있으면 경찰이나 용역이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 또 밀양 송전탑 문제를 외부에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오래된 희망> 스틸컷. /단잠

파란만장과 단잠은 해마다 두세 달씩 밀양에 상주했고 이후에는 창원과 밀양을 오가며 촬영했다. 대구와 부산, 울산, 서울 등지에서 온 미디어 활동가들도 밀양을 지켰다. 3년 동안 500여 시간의 분량이 나왔다.

허 감독은 이를 정리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아직도 밀양 송전탑 사태를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들, 단편적인 할머니들의 모습만 기억하는 지역민, 여전히 어려운 원전 문제가 안타까웠다.

그는 500여 시간을 2시간으로 압축해 <오래된 희망>으로 만들었다. 큰 사건을 중심으로 밀양에서 일어난 일을 정리했다. 감독의 주관적인 시선을 최대한 배제했다. 사실 기록과 정보 전달이 핵심이다.

그런데 왜 '오래된 희망'일까?

김달님 기획팀장은 "3년 전 할머니를 처음 만났을 때가 초여름이었다. 장마를 앞두고 있어 비닐로 쳐진 임시 움막이 걱정됐다. 또 이러한 움막으로 한겨울을 어떻게 버틸까 염려됐다. 그때 어르신들이 농담을 했다. 이 투쟁이 겨울까지 가겠느냐고. 자주 희망을 말했다. 하지만 세 번의 겨울이 지났다. 바람은 오래된 희망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영화가 지난한 투쟁으로 점점 무너져가는 분들에게 힘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다큐멘터리는 밀양 송전탑 문제를 시작으로 원자력 발전소, 원전 마피아를 객관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또 다른 무언가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한다. 과연 희망일까?

첫 번째 상영은 24일 오후 7시 창원문화원 1층 대강당에서 시작한다. 15세 이상 관람. 관람료 5000원. 20인 이상이면 공동체 상영을 신청할 수 있다. 문의 070-8853-98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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