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지역 미술계 관계자들이 바라본 지역 미술·미술인

경남 지역 작가, 갤러리 대표, 큐레이터, 예술가 지원을 꿈꾸는 이가 한자리에 모였다. '동시대의 미술에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는 주제로 코마(critic of modern art)라는 단체가 주최한 토론회 자리에서다. 코마는 김정화(26) 갤러리세솜 큐레이터, 정호일(36) 카페 모금 대표가 지난 1월 말 현대 미술을 논의하는 단체를 만들어 보자고 의기투합해 결성됐다. 토론회는 지난 12일 오후 8시 경남대 앞 카페 모금에서 세 시간가량 열렸다. 정호일 대표의 사회로, 김정화 코마 에디터, 장두영 작가(삼프로연구소 대표), 강대중 스페이스 1326 갤러리 대표가 토론자로 나섰다. 감성빈 작가는 청중으로 참여했다.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활동하면서 느끼는 현장 분위기, 주력하고자 하는 부분을 말하는 데 시간을 할애했다. 각자의 발언을 정리해 봤다.

먼저 작가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김정화 코마 에디터, 장두영 작가가 입을 뗐다.

김정화 에디터는 작가가 작품을 하는 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화 에디터

그는 "현재 작가들이 그림을 그리는 일 외에 다른 일을 너무 많이 하고 있다. 작가가 기획, 전시를 알아서 하는 사람이 많다"며 "그림을 해야 하는 시간에 다른 일을 너무 많이 하고 있어 문제라고 본다. 작가는 그림을 그리는 것에 주력해야 한다. 그 외 부수적인 일은 우리(코마)가 지원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 씨는 작가는 작품 활동을 하고, 코마가 인력·자금력이 부족하지만 앞으로 전시 공간을 제공하고 비평하는 일 등을 하고 싶다고 언급했다.

장두영 작가는 시대 환경에 맞춰 작가도 엔터테이너적인 활동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작가는 "작가로서 작가의 매력을 어떻게든 어필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순수 예술 테두리에서 보면 안 순수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요즘 시대는 그런 능력이 더욱 필요하다고 느낀다. 자기만의 스타일로 대중에게 보이는 모습이 중요하다. 작가가 엔터테이너적인 부분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 장두영 작가(왼쪽)

강대중 대표는 지역 미술 시장에서 활동하면서 느끼는 소회를 밝혔다. 지역에서 미술품을 판매하면서 공간적 제약이 있지만, 지역적 한계를 뛰어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강 대표는 "창원 사람은 창원에서 그림을 안 산다. 지역 그림을 소비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사실 지역에서 기본이 돼야 외부에서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서울에서, 외국에서 많이 팔리는 작품이라면 우습게도 지역에서 인정받을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지역뿐 아니라 서울로, 외부로 나간다. 지역적 한계는 생각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장 작가는 지역 문화가 유명해지면 지역 작가가 전국 작가로 성공하는 사례도 생길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이상적일 수 있는데, 지역에서 아트의 신이 생길 것이라고 본다. 점점 지역만의 문화가 생기고, 이를 즐기고 싶어하는 이가 늘고 있다. 그러면 지역 문화가 유명해져서 지역 작가가 전국적으로 유명해질 수도 있다. 지역에서 활동하면서 5년 전후로 뭔가 문화가 생길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강 대표도 현장에서 좋은 신호가 보인다며 장 작가의 말에 동의했다.

강대중 대표

강 대표는 "올해 두 달만 있으면 스페이스 1326을 운영한 지 삼 년이다. 요즘은 예전과 분위기가 달라졌다. 갤러리 들어와서 그냥 보고 가는 사람이 늘었다"고 말했다. 이어 "유명한 문화기획자가 한 페이스북 동영상 강의를 봤다. 이 바닥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도는 버티는 것이라 했다. 공감이 됐다. (갤러리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 작년 목표는 1년 버티기였다. 올해는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좋은 신호가 많다. 지역에서 삼 년째 버티니 갤러리 찾는 사람도 많고 현장 구매도 일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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