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 따라 내 맘대로 여행] (51) 충남 부여 미암사

충남 부여는 천년의 세월을 품은 이야기가 넘쳐나는 곳이다. 비단 같은 금강이 펼쳐놓은 역사의 땅, 백제의 수도답게 다양한 문화유산을 간직하고 있다.

700년을 내려온 백제의 왕도.

본디 부여는 위례성(서울), 웅진(공주)에 이은 백제의 세 번째 왕도로 서기 538년부터 나당연합군에 함락될 때까지 123년간 백제의 수도였다.

비록 패망국가로 분류되지만 백제 역사 속에서 가장 찬란했던 기간으로 기억되는 이곳, 부여 땅은 여전히 그 숨결이 살아있다.

삼천 궁녀의 애절한 사연을 간직한 낙화암 절벽, 유유히 흐르는 백마강, 우리나라 최초의 석탑인 정림사지 오층석탑, 무왕탄생설화와 서동요의 전설이 들리는 궁남지, 백제 왕족의 무덤인 백제 왕릉원 등 많은 문화유산이 서려 있다.

그중에서 발길이 닿은 곳은 '세계 최대 와불'이 있는 미암사(충남 부여군 내산면 저동리)다. 부여에서 보령 방향으로 16km를 달려 계향산 중턱에 자리 잡고 있다.

충남 부여 미암사의 와불법당. 와불의 몸속에 법당이 있다. /최규정 기자

백제시대에 지어진 암자형의 사찰인데 사찰 내에 있는 쌀바위(충청남도 문화재자료 제371호) 때문에 '미암사'라는 이름이 붙여진 곳이다.

소박한 듯하면서도 다른 절에서는 볼 수 없는 볼거리들이 사로잡는 곳이다.

와불과 함께 미암사에 전해오는 전설에 눈과 귀를 기울이면 딱히 신자가 아니더라도 다소곳이 합장이 된다.

산중, 이곳은 여전히 스산한 겨울의 기운이 오롯이 남아 있다. 미암사로 오르는 외길이 끝날 즈음에 200여 개의 입불상이 우리를 맞이한다.

소복한 눈을 그대로 맞으며 햇살에 반짝이는 수많은 금빛 입불상은 신비로우면서도 뭔가 엄숙함이 느껴진다.

입불상과 마주하고 33층 높이의 진신사리탑이 우뚝 솟아있다. 이 안에는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모셔져 있는데 1998년 3월 봉안 당시 1과였던 것이 2004년 와불 준공 무렵에 2과가 증가하는 불가사의한 일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진신사리탑의 조그만 구멍에 눈을 두면 진신사리를 확인할 수 있다.

진신사리탑을 지나 조금만 위로 오르면 누워있는 부처님의 형상을 한 와불이 한눈에 들어온다.

길이 30m, 높이 7m, 손가락 길이 3.5m로 세계 최대를 자랑한다. 특히 발바닥(불족)에 법륜과 옴자 1만 6000여 자가 새겨져 있어 바라보며 손으로 문지르면 중생의 번뇌가 소멸하고 만복을 얻을 수 있다고 전해진단다.

조심스레 와불의 발바닥에 손바닥을 마주하고 잠시 눈을 감는다.

와불법당 안내판이 와불을 가리키고 있다. 사람들이 와불 뒤로 사라진다. 자세히 살펴보니 예불을 드리는 법당이 와불의 몸속이다.

어리둥절하면서도 신기한 광경이다. 법당이 와불의 몸 안에 아늑하게 자리하고 있다.

미암사의 또 다른 볼거리는 쌀바위다. 높이 30m의 거대한 자연석 바위인데 초록의 숲과 어두운 바위 사이에서 반짝이듯 하얗게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

음경석, 촛대바위, 부처바위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인간의 욕심에 대한 경계의 교훈을 주는 전설이 내려온다.

높이 30m의 거대한 자연석 바위로 욕심을 경계하라는 전설을 품고 있는 쌀바위.

옛날에 한 노파가 대를 이을 손자를 얻으려고 절에 찾아와 식음을 잊고 불공을 드리던 중 관세음보살이 현몽하여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하면서 호리병에서 쌀 세 톨을 꺼내어 바위에 심으라 했다. 그리하면 하루에 세 끼 먹을 쌀이 나올 것이니 아침과 점심, 저녁을 지을 때 이 쌀을 가져다 짓도록 하라 했다. 꿈에서 깨어보니 바위에서 쌀이 나오고 손자도 얻어 행복하게 살았는데 욕심 많은 노파가 더 많은 쌀을 얻고자 부지깽이로 구멍을 후벼 팠더니 쌀은 나오지 않고 핏물이 흘러 주변이 핏빛으로 물들어 버렸다는 이야기다.

신기하게도 쌀바위에서는 원적외선이 방사된단다. 한국건자재시험연구원의 시험성적서를 굳이 확인하지 않더라도 확실히 주변 모습과 다른 쌀바위의 모습은 영험한 기운을 내뿜는 듯하다.

역사 공부를 위한 여행으로도 더할 나위 없는 부여. 세계 최대 와불이 있는 미암사에 들러 또 다른 부여의 숨은 이야기를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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