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 윈도10 무료 공개, IT 공룡 간 소비자 끌어오기 경쟁…흡수 땐 '충성 고객'으로

"너는 어디서 사니?"

머지 않아 이 말은 우리가 알던 것과는 전혀 다른 뜻인 '너는 어떤 IT 생태계에서 하루를 보내는 거니' 묻는 말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새로운 수익 창출구로 떠오른 플랫폼 = 1980~90년대 PC 보급으로 IT산업의 도약이 시작됐다. 이어 1990년대 후반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제2의 도약을 한 후 '모바일 혁명'이라 불리는 스마트폰·태블릿PC 등장으로 산업적 기반은 거의 다 갖춰졌다. 물론 스마트시계나 자동차 융합형 기기, 사물인터넷 제품 등 대중의 시선을 끌 만한 제품들이 앞으로 쏟아져나오겠지만 과거처럼 극적으로 산업을 변화시키기는 어려울 듯하다.

게다가 IT 제품의 마진율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그나마 마진이 나는 스마트폰도 애플 아이폰을 제외하고는 10% 내외 마진율에 그치고 있다. 과거 고가였던 스마트폰도 이미 중저가폰으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으며, 근본적으로 IT 제품·부품을 만들어내는 업체가 워낙 많아서 가격을 조금이라도 올리면 경쟁에서 바로 밀려난다.

제품을 팔아서 큰 이익을 남길 수 없는 지금, 구글·애플·MS 등 IT 거대 공룡들은 자사가 구축한 플랫폼(platform)에 소비자들을 끌어들이려고 혈안이 돼 있다. 플랫폼이란 국가로 치면 헌법과 같은 기반 시스템(체제)이라고 보면 된다.

미국의 법이 우리나라에 통용될 수 없듯이, 애플 플랫폼에서 돌아가는 프로그램은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windows)에서는 설치되지 않는다. 플랫폼은 일상에 필요한 모든 기능들이 구비돼 있다. 달력, 일정, 문서작업, 사진·동영상 편집과 관리 등 대부분이 플랫폼에 내장돼 있다. 그리고 기기 간 연동이 가능하다. 컴퓨터에서 일정을 추가하면 스마트폰에도 자동으로 그 일정이 입력된다. 그뿐만 아니라 작업한 자료나 문서도 실시간으로 저장되고 기기끼리 연동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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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도10, 태블릿PC·스마트폰과 완벽히 연동돼 = 이를 통해 한쪽 플랫폼에 익숙해지면 다른 쪽 플랫폼으로 넘어가는 것이 굉장히 어려워진다. 모든 자료와 손에 익은 프로그램이 해당 플랫폼에만 있기 때문에 굳이 억지로 플랫폼을 넘어가는 고생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플랫폼에 소비자를 끌어들이면 어렵지 않게 수익을 남길 수 있다. 앱을 판매하거나 혹은 앱 내 특정 기능을 판매하거나 클라우드 추가 용량을 판매하는 등 소비자의 지갑을 열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이미 해당 플랫폼에 습관이 밴 소비자들은 약간의 비용을 지급하더라도 플랫폼을 옮기지 않는다.

이런 플랫폼 전쟁에서 구글과 애플이 앞서나가고 있었고, 윈도를 만든 마이크로소프트사는 플랫폼 전쟁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못하고 있다가 시장 주도권을 빼앗긴 상태다. 그러다 지난달 22일 제품 발표회를 열고 윈도10을 공개했다. 올 하반기에 정식으로 발매될 윈도10은 과거와 달리 윈도7이나 윈도8 사용자들이 무료로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 또한 태블릿PC나 스마트폰과 연동이 거의 완벽하게 이뤄졌다. '진입 장벽'을 대폭 낮춰 과거 MS에서 마음이 떠났던 소비자들을 다시 돌아오게 하려는 것이다.

특히 윈도10을 무료로 공개한 것은 MS의 기득권을 내려놓은 파격적인 조치로 이해된다. 과거 MS는 윈도 판매로 엄청난 수익을 거뒀었다. MS는 윈도를 무료로 푸는 대신 모든 기능을 사용하려면 MS 아이디를 만들도록 한다. MS 플랫폼 속으로 들어오라는 적극적인 의사 표시인 셈이다.

▲ 윈도우즈10과 관련 기기를 연동한 시연장면./마이크로소프트

◇한국, 'IT 하도급기지' 못 벗어나나 = 그럼 국내는 어떨까?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국내에서 윈도와 같은 PC용 플랫폼을 만들려는 시도가 있었다. 그러나 모두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말았다. 2010년대 들어서 삼성이 스마트폰 판매를 바탕으로 '타이젠'이라는 모바일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그러나 타이젠이 안드로이드나 iOS를 따라가려면 가야 할 길이 멀다.

창원대학교 정보통신공학과 박동규 교수는 "현재 타이젠용 앱을 만들려는 개발 집단이 거의 없는 실정"이라며 "중국만 하더라도 독자적인 모바일 플랫폼과 PC플랫폼을 만들려는 노력이 꾸준히 이어졌고 최근 성과가 나고 있다"고 전했다.

플랫폼대전에서 밀려나면 우리나라 IT 산업은 외길 수순만이 남게 된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생산을 통해 애플·구글·MS가 요구하는 제품의 부품을 납품하고, 소프트웨어 업체는 정가의 20~30%에 이르는 수수료를 내고 플랫폼 앱 스토어에 프로그램(앱)을 등록하는 것이 남아 있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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