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선물·기부용 제작도 위법…매매행위 공공연하게 이뤄져, 단속도 안돼 "허울뿐인 규제"

창원에 사는 나건강(가명) 씨는 최근 설을 맞아 회사에서 무료로 나눠주는 건강검진권을 받았다. 검진권에는 지역에 있는 한 병원 이름이 찍혀 있었다. 현금이 급했던 나 씨는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 자신이 받은 검진권을 판매할 생각이었지만 불법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포기했다.

하지만 인터넷에서는 건강검진권을 사고파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건강검진권을 검색하면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설이 다가오면서 선물 목적으로 구입하려는 사람이 대부분인 만큼 그 수요가 많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는 사회 분위기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건강검진권을 발행하거나 판매하는 것이 불법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건강검진권 매매를 허용해달라는 요구도 심심찮게 들린다. 불필요한 규제라는 것이다.

의료법은 국민건강보험법이나 의료급여법에 따른 본인부담금을 면제·할인하는 행위,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소개·알선·유인하는 행위를 금하고 있다.

경남도 복지보건국 관계자는 "건강검진권을 발행하거나 판매하는 행위는 불법이다. 고발사항에 해당한다"며 "이를 위반하면 3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의료인은 2월의 자격정지 행정처분이 내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대부분 병원에서 건강검진권을 발행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신 건강검진권을 발행하는 병원들은 선물용이나 기부용으로 제작한 것이지, 판매할 목적으로 제작하지 않는다고 해명한다.

ㄱ 병원 관계자는 "건강검진권을 제작해 VIP 고객이나 직원들에게 선물용으로 전달하고 있다"며 "받는 사람에게 판매는 불법이라고 누차 강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자신들 손을 떠난 검진권을 개인이 판매하는 것에 대해서는 책임이 없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애초에 건강검진권을 제작하는 것이 병원 홍보, 즉 영리 목적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도 관계자는 "발행도 불법"이라며 "의료법에서 금지하는 '유인'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어서다"라고 꼬집었다.

그렇다면 건강검진권 발행·매매를 금지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도 관계자는 "공정성을 위한 제한"이라고 설명했다. 건강검진권 판매를 허용하면 병원 간 과도한 경쟁이 발생하고, 이는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의료행위의 상품화라는 현상으로 이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반면 소비자 욕구에 따라 법이 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건강검진은 사전에 건강을 점검하고 관리하는 차원이기에 과당 경쟁, 유인 행위 등 부작용보다 긍정적인 효과가 더 크다는 주장과 맥이 닿아 있다.

창원에 사는 한 시민은 "부모님께 설 선물을 보내려고 하는데 건강검진권만한 것이 없다"면서 "매매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만큼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고민해줬으면 좋겠다. 사전에 건강을 점검, 관리하면 개인적인 차원은 물론 건강보험 재정 부담을 줄이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건강검진권 매매가 불법이라는 사실을 몰랐던 사람들은 '허울뿐인 규제'라는 얘기도 내놓는다. 단속이나 제재가 활발히 이뤄지지 않는데 굳이 규정이 필요하냐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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