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금융기관들이 부산지역을 거점으로 경남지역의 금융시장을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들은 국내 금융기관이 구조조정을 틈타 안전성을 무기로 낮은 금리의 대출에다 고수익 수신상품으로 가격파괴를 주도하며 도내 고객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5일 한국은행 창원·부산지점에 따르면 올들어 10월말까지 부산·경남지역에서 씨티·HSBC(홍콩상하이은행) 등 외국계 금융기관으로 2255억원의 예금이 이동했으며, 지난해말 1828억원에 비해 427억원이 증가했다. 또한 대출규모는 3244억원으로 지난해말 2213억원에 비해 1031억원 늘어났다.

소매금융업무를 중시하는 HSBC는 부산역 근처에 국내 1호 점포를 개설하고 부산·경남지역의 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면서 약진을 거듭하고 있다.

HSBC는 특히 올해초 100억원에 불과하던 총수신 규모가 8월 200억원, 9월에는 300억원대를 육박하는 등 급성장세를 보여 국내 은행들을 위협하고 있다.

국내 외국계은행 중 최다 점포를 보유하고 있는 씨티은행도 부산지점을 비롯한 전국 12개 지점의 총수신이 지난해말 4조3934억원에서 8월말 현재 5조원을 돌파하는 등 매월 1000억원씩 신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들 두 개 은행은 경남·부산지역에서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국내 최저금리 수준인 8.5%를 제시하며 외국계 은행끼리 가격파괴 대출세일 경쟁을 벌이고 있다.

보험업계에서도 푸르덴셜·AIG·ING·메트라이프 등 경남·부산지점으로 돈이 몰리면서 7년만에 외국계 생명보험사가 판매해온 20만원 이상의 종신보험시장이 104배 증가했다.

특히 AIG 마산지점이 판매하고 있는 종신보험은 사망이유를 불문하고 보험금을 지급하는데다 보험금 지급률이 높다는 장점에 힘입어 9월 250건(신규계약액 1억4000만원), 10월 400여건(1억8000만원), 11월 500건(3억2000만원) 등으로 가입대상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이는 국내 금융기관이 구조조정의 급류에 휩쓸리면서 자금의 보수적인 운용 및 대출 규정을 강화하고 있어 도내 뭉칫돈이 외국계 은행이나 보험으로 몰려든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금융전문가들은 내년부터 예금자부분 보장제가 실시될 경우 이같은 추세는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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