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범숙학교 뮤지컬 〈캣츠〉 연습 현장

혹시 고양이가 되면 자신을 드러낼 수 있을까요? 가정과 사회의 폭력과 무관심으로 상처입은 아이들이 뮤지컬 <캣츠>의 고양이로 변신해 세상과 마주합니다. 어른들을 향해 '나는 소중하다. 나는 아름답다'라고 외칩니다.

경남도교육청 위탁교육기관인 창원 범숙학교가 오는 14일 오후 2시와 7시·15일 오후 3시 창원대학교 대강당에서 뮤지컬 <캣츠>를 무대에 올립니다. 올해로 16회째를 맞은 공연입니다. 관람료는 감동후불제입니다. 모인 금액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위해 쓰입니다. 지난 3일 범숙학교에서 날갯짓을 시작한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만만치 않은 연습…"그래도 하고 싶다" = 오후 4시 35분 범숙학교 3층 강당에 모여 있는 아이들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중학교 1∼3학년생 25명이 줄지어 섰다. "원 앤 투"를 내뱉으며 발을 이리저리 옮긴다. 손은 허리 옆에 두고 손가락 끝을 위아래로 움직인다.

그때 뮤지컬 <캣츠>를 주관한 변진호 끼리프로젝트 대표가 "부딪치지 마. 지금 하는 동작은 젤리클송 중 보기 흉한 안무야. 딱딱 맞아야 한다고. 안무가가 원하는 의도를 파악해봐"라고 다그친다.

순간 분위기가 가라앉는다. 여기저기서 짜증 섞인 한숨이 터져 나온다.

"원 앤 투 원 앤 투"를 외치며 아이들이 다시 분주하게 움직인다. 이어 "모두 노래하세"라며 크게 노래를 부른다. 목소리가 우렁차다. 노랫말에 따라 발을 모은다. 주먹을 쥔 오른손을 들어 올리며 고양이 손을 표현한다.

변 대표가 또 한 번 소리친다. "꼼지락거리지 말라고 했다. 얘들아 지금 웃음이 나오니? 동작이 하나도 안 맞아서 다시 연습하는데도 웃고 있어."

이날 오후 1시 시작한 뮤지컬 연습은 오후 5시가 되도록 계속됐다. 변 대표가 연습을 지도하는 날은 다른 때보다 분위기가 살벌하다. 그는 다른 연출가보다 매서운 편이다.

연습 막바지, 변 대표가 아이들에게 묻는다. "얘들아 공연하기 싫지 않지?"

그러자 아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네"라고 크게 대답한다.

연습이 끝나자 아이들은 후련한 표정이다.

박수지(가명·15) 양은 "뮤지컬 공연을 세 번째로 한다. 처음으로 배역을 맡아 긴장된다. 화장을 떡칠하는 고양이인데 게으르지만 귀여운 캐릭터다. 내 성격과 달라 발랄하게 연기하는 게 어렵지만 즐겁다. 학기 중에도 연극수업을 좋아한다. 무대에 서면 개운할 것 같다"고 기대했다.

<캣츠> 연출을 맡은 홍선주 끼리프로젝트 기획실장은 "잠꾸러기 고양이, 외모에 신경 쓰는 고양이처럼 아이들의 특징적인 모습을 담아내려고 노력했다. 다른 청소년과 하나도 다를 게 없는 아이들이다. 어른들의 고정관념, 대안학교에 대한 편견을 깨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연극으로 상처 치유·자존감 향상 = 위기청소년을 보호·양육·치유하는 가정공동체인 '경남범숙의 집'에 입소한 아이들은 매년 뮤지컬 공연을 연다. 이들이 다니는 범숙학교의 특화프로그램이다. 지난 1999년 1회 공연을 시작해 올해 16회를 맞았다.

범숙학교 측은 가정해체와 가정폭력, 학대 등을 경험한 아이들이 뮤지컬 공연으로 상처와 분노를 털어내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고 밝혔다.

아이들은 무대에서 세상을 향해 소리지르고 무한한 에너지를 발산한다. 또 범숙학교 밖에서 열리는 공연은 위기청소년에 대한 지역사회 이해와 관심을 유도한다.

지역 극단들은 이러한 취지에 적극적으로 공감한다. 지역 연극인들이 나서 범숙학교 학생들의 지지자가 되고 있다. 그동안 범숙학교의 뮤지컬 공연은 극단 불씨촌과 극단 미소, 극단 객석과무대, 연희단거리패, 춤서리 무용단 등이 함께했다.

올해는 지난해에 이어 끼리프로젝트와 손을 잡았다. 지역 후원과 협찬도 이뤄진다. 뮤지컬 <캣츠>는 여성가족부, 경상남도, 창원시, 경남도교육청, 의창구청, 창원대학교가 후원한다. 현대위아,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 창원파티마병원, 유니코리아, KBS강태원복지재단이 협찬했다.

박영묵 범숙학교 교무부장은 "자신을 숨기기에 바빴던 아이들이 연극을 하면 달라진다. 몸으로 표현하더니 어느새 말을 한다. 연극 수업은 심리치유가 목적"이라며 "특히 뮤지컬 공연은 아이들이 직접 무대 위에 올라 세상을 바라본다. 자신이 주인공이라는 자존감을 회복한다. 나도 소중하다는 희망을 안고 내려온다"고 말했다.

홍선주 기획실장은 오는 주말 <캣츠> 공연을 앞두고 말했다.

"지난해 뮤지컬 공연에 나서지 못한 아이가 있었다. 무대 밖에서 친구들 모습만 바라봤다. 세상이 두려운 아이였다. 그런데 올해는 주인공이다. 몇 달간 혹독하게 훈련했다. 우는 날이 많았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친구들도 함께 눈물을 흘렸다. 선생님도 우리도 함께 울었다. 그렇게 우리는 해내고 있다."

공연 문의 055-298-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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