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장열전] (8) 강대식 경남도청 인라인 감독

경남도청 인라인롤러팀 강대식(45) 감독은 경남 롤러의 선구자다.

1998년 롤러 종목의 불모지나 다름없던 경남에 온 이후 경남도청 실업팀 창단 등 롤러 저변 확대에 힘을 기울였고, 창원을 비롯한 김해·진주·거제 등에 공인경기장 4곳을 만드는 등 하드웨어 분야에도 성과를 냈다. 강 감독은 장비 분야에도 남다른 관심을 보여 현재 세계적인 롤러 장비 아시아판권을 소유한 사업가로 이름을 떨쳤다.

선수 시절 전국 무대를 제패했고, 은퇴 이후 지도자와 사업가로도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는 강 감독을 만나 롤러와 함께한 40년 세월을 들어봤다.

수원이 고향인 그는 어릴 적 허약한 몸을 보완하고자 처음 운동을 접했다. 한때 스케이팅을 배우다 인라인롤러의 매력에 빠져들어 수원중 시절부터 선수 생활을 했다.

재미로 시작한 롤러는 직업이 됐다. 그는 경성고를 거쳐 경기일반으로 뛰며 무려 13년간이나 '선수 강대식'으로 경기장을 누볐다. 선수로서 성실함이 알려져 무리 없이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경기도 대하초, 은행중, 성남여고 등에서 어린 선수들을 양성하며 각종 전국대회를 석권했다.

강대식 경남도청 인라인 감독.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지도자로서 명성을 떨치던 그에게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다. 바로 경남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온 것이다.

지난 1997년 경남에서 열린 제87회 전국체전에 그는 심판으로 참가했다. 당시 경남에는 선수가 없어 롤러 종목에 단 1명의 선수도 출전하지 못했다. 당시 도체육회 권영민 상근부회장이 그에게 스카우트 제의를 했고, 그는 새로운 도전에 대한 갈증을 핑계로 98년 경남으로 왔다.

경남에 무작정 왔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운동할 수 있는 경기장이 없어 그는 선수들을 데리고 대구·경기 등을 전전했다. 경남에 온 지 1년이 되던 99년 소년체전에서 그는 대형사고(?)를 쳤다.

소년체전 첫 정식종목이 된 롤러 종목에서 그는 출전한 18명 전원이 입상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당연히 종목 종합우승도 경남의 몫이었다.

변변한 자원이나 시설도 없이 일궈낸 성과에 도내 체육회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고, 도교육청과 도 체육회에서는 팀 창단으로 그에게 힘을 실어줬다. 그는 2002년 창단한 경남도청 인라인롤러팀 감독을 맡아 12년째 큰 무리 없이 선수단을 이끌고 있다.

창단 이듬해인 2003년 열린 제95회 전국체전에서 종합 2위에 오르며 주위의 판단이 헛되지 않았음을 실력으로 증명해냈다.

경남도청 팀이 명성을 떨치자 대한롤러연맹에서도 그를 찾았다. 그는 2006년 아시아선수권에 사령탑으로 출전해 금메달 17개를 독식하며 종합우승을 이끌었고, 2009년 콜롬비아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금 10, 은 7, 동 12개를 따내며 종합 2위의 성적을 냈다.

이후에도 강 감독은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총감독과 세계선수권대회(2013) 감독 등을 맡기도 했다.

그는 선수생활을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이 있다. 바로 화합과 인성이다.

강 감독은 "롤러는 개인종목이면서도 단체로 출전하는 계주 종목이 있어 단체 종목의 성격도 함께 가지고 있다"면서 "실력을 떠나 고참은 경험이라는 큰 무기가 있고, 신인은 패기가 있어 팀에서 이들의 장점이 어우러지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지도 철학을 소개했다.

경남도청 롤러 팀은 폭력에 대해선 무관용 원칙을 창단 때부터 고수하고 있다.

어떤 경우라도 사소한 폭력도 용납하지 않는 강 감독의 생각 때문이다.

그는 "선수들이 창의적으로 훈련할 수 있도록 열린 모습을 강조하지만, 단체 생활에서 어떠한 형태든 폭력은 있어서는 안 된다. 폭력행위에 대해서는 관용이 있을 수 없다는 원칙을 선수들에게도 항상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일단 실력 이전에 좋은 인성을 가진 선수들을 키워내고 싶다. 물론 경기력도 중요하지만 팀에 녹아들 수 없다면 실력이 무용지물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기록 종목인 롤러는 개인의 신체적인 특성과 더불어 장비인 롤러도 기록을 내는 데 무시 못할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는 장비 개발에도 일찌감치 눈을 떠 유럽이나 미국 등을 돌며 선진 기술을 섭렵했다.

"장비 분야에 관심을 둔 것은 새로운 것에 대한 갈망 때문이었죠. 당시만 하더라도 국내 선수들이 사용하던 장비는 이탈리아나 독일 등에서 이미 사용하다 수명이 다한 장비가 대부분이었어요. 한국 롤러도 세계적인 수준으로 성장하려면 장비부터 개선해야 하겠다 싶어 무작정 장비 공부를 시작했죠."

2004년 충북에서 열린 제85회 전국체전에서 경기장이 너무 미끄러워 선수들이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자, 그가 인맥을 활용해 세계챔피언인 친구에게서 새로운 휠을 공수받아 경남도청 선수들이 그 대회를 휩쓸었다는 이야기는 아직도 국내 롤러계에서 회자하고 있다.

그 일을 계기로 그는 장비 사업에도 뛰어들어 롤러 경기에 필요한 장비 일체를 수입, 선수들에게 공급하고 있다.

선수들의 노력에다 강 감독의 신기술까지 더해진 한국 롤러는 몇 년째 세계 정상 위치를 지키고 있다. 롤러를 통해 수익을 얻는 사업이기에 그는 수익 일부를 후배들을 위해 기꺼이 환원하겠다는 방침을 세웠고, 지금도 그 약속은 지켜지고 있다. 그는 2009년부터 해마다 8000만 원 상당의 롤러 장비 일체를 한국 롤러대표팀에 지원하고 있다.

선수 시절 롤러 경기장을 평정했던 선수 강대식은 이제 지도자와 사업가로서 이름을 떨치고 있다. 그도 '롤러 분야의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고 자평했다. 이제 남은 그의 꿈은 경남에서 세계 최고 권위를 가진 '세계롤러선수권대회'를 유치하는 것이다.

강 감독은 "경남에는 공인 경기장이 4곳이나 있는 등 롤러 인프라도 충분해 대회를 유치할 조건이 된다"면서 "도내 지자체에서 관심을 보인다면 그동안 쌓은 국제인맥을 활용해 세계대회를 꼭 한번 치러내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강 감독은 "롤러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경남 롤러, 나아가 대한민국 롤러가 발전하는 데 이바지하고 싶다"며 "좋은 시설을 만들어놓고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지자체에서 도와주셨으면 한다"고 관심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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