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간다] (1) 하동 양탕국 커피문화원

"내일은 흐리거나 아침에 비가 오겠습니다. 강수량은 많지 않겠습니다."

다음날 떠나면 커피 마시기는 좋겠다고 생각했다. 녹차의 고장 하동에서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마실 참이었다.

지난달 30일 양탕국 커피문화원으로 떠났다. 적량면 동리 249-1(공드림재길 155) 일원 산자락 2만 1200㎡에 자리 잡은 커피체험마을이다.

날은 해가 났고 포근했다. 섬진강과 지리산이 선명하게 보였다.

하동터미널에서 적량면 동리까지 가는 시내버스는 드문드문했다. 하동역까지 걸어가 고포행 버스를 타더라도 언덕까지 걸어가려면 한참이다. 양탕국 커피문화원 주인장은 택시를 권했다. 요금은 8000원 정도.

직접 차로 움직인다면 남해고속도로 진교 IC를 지나 적량면사무소를 거쳐 산 쪽으로 이어진 길을 따라가면 된다. 20여 굽이를 지나면 도착한다.

커피문화원, 커피체험마을이라고 불리는 까닭에 머릿속으로 자그마한 마을 풍경을 그렸다.

택시에서 내리니 '양탕국마을'이라는 간판이 내걸려 있다. 지리산 구재봉 자락에 한옥 몇 채가 동리 명천마을을 내려다본다.

양탕국 커피문화원.

양탕국은 커피를 가리킨다. 대한제국이 태동할 즈음 인천항을 통해 들어온 커피는 서양에서 들어온 탕국이라 하여 양탕국으로 불렸다. 조선시대 커피 명칭인 셈이다.

양탕국 커피문화원은 커피를 사발에 넣어 탕국처럼 마시면서 자연스레 우리 문화로 융합됐다고 설명한다. 우리나라 문화민족의 자긍심을 발현할 새로운 커피문화를 만들겠다는 야심으로 9년여에 걸쳐 만들어진 곳이다.

양탕국 카페관과 원시커피문화체험장, 교육관, 공연장, 펜션, 도자가마체험장, 산책로 등으로 꾸며져 있다.

카페관으로 들어섰다. 묵직한 향이 코끝에 머문다. 평일 낮이라 손님이 많지 않다. 중년 여성 2명이 테이블에 앉아 담소를 나눈다.

커피문화연수원.

사발양탕국을 주문하고 7분 정도 기다린다. 주문 즉시 손에 쥐어지는 여러 체인점과 다르다.

바리스타는 타이에서 건너온 유기농 싱글 오리진 원두를 갈아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내렸다. 타이머와 물 온도를 따져가며 1, 2차로 추출했다. 미리 맛과 향을 확인했다.

사발을 들이켰다. 고소하더니 이내 산미가 풍겼다. 목을 타고 넘어가니 쌉쌀했다. 향은 입안에 오래 머물렀다. 커피 한 모금에 한옥 처마 밑에서 낮잠 자는 강아지, 눈앞에 펼쳐진 소박한 마을 풍경이 더해지니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사발에 나온 양탕국.

카페관을 나와 걷기 시작했다. 바로 옆 한옥 음악당에는 너른 마루에 시꺼먼 솥들이 엎어져 있다. 머지않은 봄날, 마루에서 펼쳐질 풍경이 그려졌다.

음악당을 지나니 도자체험장이 보인다. 여러 사발과 찻잔이 햇빛에 반짝였다.

산책로로 향했다. 바스락바스락 낙엽 밟는 소리만 들린다. '하나의 나뭇잎이 흔들릴 때 나는 왜 살고 있는가를 알고 싶었다'는 이어령 시인의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공드림재길 끝에 있는 커피문화원은 생각보다 규모가 작다 싶지만 금방 몇 시간이 지나간다.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한다면 온종일 커피향에 취할 수 있다.

양탕국 카페관.

공드림재길 너머 삼화마을에 들른다면 직접 재배하는 아라비카종 커피나무 700그루를 볼 수 있다.

차도 없이 어떻게 왔느냐, 맛있는 것을 내와야 하는데 부족하지 않으냐고 묻는 주인장 인심과 양탕국 찾는 사람은 양탕국만 찾는다고 슬쩍궁 농담을 건네는 택시기사의 푸근함을 안고 언덕을 내려왔다.

그런데 이대로 떠나기 아쉽다. 급한 마음에 하동읍에 있는 커피점을 찾았다. 양탕국 커피문화원에서 모든 재료를 받아 운영하는 곳.

핸드드립으로 내온 카페라테를 들이켜며 하동터미널로 향했다.

도자체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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