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비춤] 30년째 묶인 진주 오목내 관광지

"안 된다는 거 알았으니까, 구워 먹든 삶아 먹든 우리끼리 해볼 테니 인자는 마 좀 풀어주소."

진주시 평거동 오목내에 사는 최정숙(여·70·오목내주민대책위원장) 씨는 30년을 참았다며 이제는 대책을 세워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최 씨가 사는 오목내 관광단지 개발지구는 30년 전인 1986년 관광지로 지정됐다. 지정 당시만 해도 당장 개발이 이뤄질 것처럼 기대했지만 관광지라는 굴레를 둘러쓴 채 세월이 그렇게 지나갔다. 주민들이 여러 차례 대책을 요구했지만 그때마다 진주시는 '참아달라 곧 된다'며 달랬다.

이곳은 지정 당시엔 진양호 밑에서 과수나 묘목 농사를 짓는 농촌마을이었다. 세월이 지나면서 평거택지개발사업이 진행됐고 마을 바로 옆까지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다.

인근이 거의 개발되면서 오목내 관광단지 33만㎡는 도심 속 외로운 섬처럼 남아 있다.

최 씨와 마을을 돌아보니 1970년대에서 시간이 멈췄다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20여 가구가 사는 마을인데 진주시내에 이런 곳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주민의 삶은 불편했으며 최소한의 생활기본권조차 누리지 못했다.

최정숙 오목내주민대책위원장이 30년째 관광단지 개발지구로 묶인 오목내 마을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며 최소한의 생활기본권조차 누리지 못한 지난 세월을 이야기하고 있다. /박일호 기자 iris15@

하수 시설이 없어 화장실은 아직도 재래식이다. 생활하수는 웅덩이를 파 자연적으로 정화를 하면서 마을 곳곳에 웅덩이가 있고, 여름이면 벌레 때문에 밖에 나가기 어려울 정도다.

주택은 증·개축이 안돼 아직도 슬레이트 지붕이고, 창문은 비닐로 막아 추위를 피하고 있었다. 일부는 공무원 몰래 증·개축했지만 이것마저도 언제 뜯길지 몰라 불안해하고 있다.

청소차량이 들어오지 않아 쓰레기를 태운 잿더미가 군데군데 보였고, 수돗물은 1년 전에 겨우 들어왔다. 시내버스도 들어오지 않아 20분을 걸어나가야 버스를 탈 수 있다.

최 씨는 어느 묘목밭을 지나다가 "이 땅 주인은 보상 기다리다 지난 추석 때 돌아가셨다. 빚 때문에 땅을 팔고 떠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최 씨는 "30년을 참았다. 과수나 묘목 농사로는 수지를 맞추지 못한다. 그래서 시설채소 농사를 하려고 해도 시에서 못하게 한다. 우리 보고 여기서 말라죽으라는 얘기"라며 진주시를 원망했다.

오목내는 지난 1986년 관광·유원지 개발계획지구로 지정된 이후 민간투자자 몇몇이 나타나긴 했지만 아직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으며 주변 환경이 변하면서 '오목내에 무슨 관광지야'라고 반문할 정도가 됐다.

특히 오목내 인근 농지는 택지 개발로 말미암아 엄청난 개발이익이 생겨났고, 그만큼 오목내 주민들의 상대적인 박탈감도 커졌다. 그리고 오목내는 입지상 남강변 친수형 유원지로 개발하기도 곤란하고 대진고속도로 개통과 함께 추진했던 집단시설 관광단지 개발도 곤란해졌다.

그래서 주민들은 "이제는 시에서 토지를 사들여주든지 아니면 관광유원지에서 풀어달라. 유원지로 조성한다는 예전의 계획은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시가 더 잘 알고 있지 않느냐"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진주시는 "시도 유원지 조성 계획 등은 변경돼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지만 지구 해제는 경남도, 정부 승인이 필요해 당장 해제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 "현재 진주시 도시기본계획 변경 및 도시관리계획 재정비 용역이 추진되고 있는 만큼 오목내 주민 민원을 고려, 자세히 검토해 나가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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