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봅시다]인증샷 열풍…쉽게 인정 받을 수 있지만, 보여주기 위한 삶 우려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사람들은 너도나도 휴대전화를 들이대며 사진을 찍는다. "자, 먹자"라는 말 대신 "자, 찍자"라는 말이 더 익숙하다. 식당뿐만 아니다. 공연장, 미술관, 야구장…. 장소와 때를 가리지 않는다. 인증샷이 일상이 됐다.

인증샷은 인증과 샷(shot)이 합쳐진 용어다. 말 그대로 어떠한 행위를 인증하려고 찍는 사진이다. 지금은 아파서 초췌한 모습이나 화장이 잘 먹은 사진도 인증샷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인증샷이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친 사례는 바로 2010년 6·2 지방선거. 당시 공인이나 연예인이 투표 후 투표장에서 찍은 사진을 SNS에 올리면서 투표 인증샷 열풍을 일으켰다.

또 최근 인기를 끌었던 영화 <국제시장> 촬영지 '꽃분이네'도 인증샷 촬영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영화 인기 덕에 방문객이 늘고 인증샷을 찍는 필수코스가 됐지만 오히려 영업에는 도움이 안 됐고 전세금 상승 이유로 작용, 가게는 결국 폐업 위기에 내몰렸다.

사람들은 왜 인증샷을 찍고 SNS에 공유하는 걸까.

사진의 일차적인 목적, 기억하기 위해서다. 방송국 한 PD는 "인증샷을 찍는 이유는 당시 상황을 기억하고 싶고 추억을 남기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했다. 한 학교 교사는 "행복한 순간을 기억하거나 기록하기 위해서다"고 밝혔다.

스트레스를 풀거나 상실감과 좌절감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면서 달래는 사람도 있다.

은행원 김주희(32) 씨는 음식 인증샷을 즐겨 찍는다. 김 씨는 그 이유에 대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는 답을 했다. 그는 "김이 모락모락하는 순간, 먹음직스러운 찰나를 찍는다.(웃음) 그리고 스트레스를 받거나 기분이 우울할 때 인증샷을 본다. 괴로운 마음을 술로 달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회사원 최철준(28) 씨는 "소소한 일상을 SNS에 올려 다른 사람과 공유한다. 혼자 생활하다 보니 외로운 경우가 많은데 그럴 때 다른 사람들이 내 사진을 보고 '좋아요'를 누르거나 공감을 표시하는 댓글을 달면 공허한 마음이 없어진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삶을 과시하거나 다른 사람의 관심을 받고자 인증샷을 SNS에 올리는 사람도 있다.

고재홍 경남대 심리학과 교수는 인증샷 열풍에 대해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인정 욕구는 말 그대로 다른 사람에게 존경이나 인정을 받고 싶어하는 욕구이다.

고 교수는 "노력과 시간을 들여 인정을 받는 것보다 인증샷을 찍거나 그것을 SNS에 올리면서 다른 사람에게 쉽게 인정을 받는다. 인정 욕구는 자연적 욕구이며 인정을 받지 못하면 그만큼 괴로움을 느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인증샷은 기록, 스트레스 해소, 소통 등으로 삶에 활력을 더하기도 하지만, '꽃분이네' 사례처럼 부정적인 측면도 없지 않다.

자신의 삶을 진정으로 즐기기보다는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삶을 살고자 할 수 있다. 행복한 순간을 담은 인증샷은 다른 사람에게 박탈감과 공허함을 던지기도 한다.

최근 혼자 유럽으로 여행을 갔다 온 박현주(30) 씨는 "혼자 여행하는 건 좋았다. 그런데 어딜 가든 인증샷이나 셀카를 먼저 찍게 되고 사진이 마음에 안 들면 그날은 종일 기분이 안 좋았다"고 토로했다.

한 군인은 "군 입대 전에는 SNS를 통해 나와 다른 사람의 삶을 공유하고 소통해서 좋았다. 하지만 군 입대 후 가끔 컴퓨터를 통해 SNS에 접속해서 다른 사람의 인증샷을 보면 나의 갇혀 있는 일상에 대한 뭔지 모를 괴리감과 좌절감을 느낄 때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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