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두 가지 유형의 사람이 있습니다. 우리 경남 출신으로 일찍이 고향을 떠나 서울서 출세하여 떵떵거리며 살고 있지만 고향을 위해서는 아무 것도 하는 게 없는 사람. 비록 외지 출신이지만 경남에 뿌리내리고 살면서 지역사회를 윤택하게 하기 위해 돈과 열정과 재능을 아낌없이 기부하는 사람.

이 둘 중 누가 더 소중한 존재일까요? 당연히 후자일 겁니다. 물론 서울에서 출세한 사람 중에도 고향을 위해 큰 역할을 해주는 분들도 많겠지요. 그런 분과 비교하더라도 과연 후자가 덜 소중한 존재라 할 수 있을까요?

그런데 우리 사회에는 묘한 기류가 있습니다. 출신만 우리지역일 뿐 서울서 출세한 사람은 우대하고, 외지 출신이지만 우리지역에서 열심히 살고 있는 사람은 인정해주지 않는 습성 말입니다. 아주 잘못된 텃세의 일종이자 배타성이겠죠.

이번호 표지인물로 만난 김길화 정다운요양병원 이사장은 이렇게 말합니다.

"예전에 학연, 지연 때문에 설움 많이 받았습니다. 제가 경주 출신이지만 본적은 경남 마산시 산호동 463번지입니다. 이제는 마산이 제 고향입니다."

그는 비록 이처럼 완곡하게 말했지만, 외지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그가 경남에서 각 분야의 선구적인 사업을 일구면서 겪었던 차별과 설움을 짐작해봅니다.

이 대목에서 제가 <피플파워> 2013년 7월호를 통해 만났던 이재욱 전 노키아티엠씨 회장이 떠오릅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죠.

"제가 10년 동안 장학회를 운영해왔는데, 나는 경남 사람 아니거든요? 여기서 학교도 안 나왔어요. 이렇게 객지 사람이 이 지역에서 장학회를 하고 있는데, 이 지역 사람들이라면 10분의 1이라도 따라와야 하는 게 당연하지 않나요? 그러지 않아서 불만이에요."

그래서 제안해 봅니다. 외지 출신으로 경남에 살면서 우리지역을 윤택하게 해주고 있는 분들을 소중히 여기는 풍토를 만들어보자고 말입니다. 동의하시나요?

이번호에도 많은 좋은 분들을 만났습니다. 함경남도 출신이지만 경남에서 ㈜거산을 경영하며 기부에 앞장서고 있는 고대웅 대표이사도 앞서 말한 분 중의 한 분입니다. <피플파워>는 고대웅 대표이사를 시작으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앞장서 실천하고 있는 아너소사이어티 회원들의 살아온 이야기를 연재할 예정입니다.

또 이번호부터 영화광 우보라 기자가 쓰는 '우보라와 영화보라' 연재가 시작됩니다. 매년 수많은 영화가 쏟아지지만 또 수많은 영화는 묻히거나 그냥 지나가고 맙니다. 그렇게 지나간 영화에 빠져 연간 300편 이상을 봤다는 우보라 기자의 영화 큐레이션입니다.

프랑스 잡지 <샤를리 엡도>에 대한 유혈테러를 계기로 '표현의 자유' 논란이 뜨겁습니다. 표현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거기에 타 종교나 문화에 대한 조롱의 자유도 포함되느냐는 거죠. 그래서 이번 '역사에서 만난 사람'은 이슬람 인문학을 대표하는 역사학자 이븐 할둔을 통해 이슬람 문명에 접근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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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저희 출판사가 낸 책 <풍운아 채현국>을 통해 다시 그의 삶이 주목받고 있는 채현국 어른은 이렇게 말했죠. "세상에 정답은 없다. 틀리다는 말도 없다. 다른 게 있을 뿐이다."

그렇습니다. 다름을 인정하는 관용과 여유가 아쉬운 시대입니다.

편집책임 김주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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