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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지역 문화 공간 '시와 자작나무'

[동전]가동 멈춘 문화공작소 이게 끝은 아니길

우귀화 기자 wookiza@idomin.com 2015년 02월 02일 월요일

지역의 소중한 문화 공간 하나가 지난해 사라졌다. 공연·전시·각종 소모임을 진행하며 지역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던 북카페 시와 자작나무(창원시 마산합포구 중성동 33-25)가 7년 만에 운영을 중단했다. 지역 문화 공간의 대명사로, 늘 그 자리에 있을 것 같았던 그곳이 문을 닫자 뒤늦게 안타까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에 새로운 '시와 자작나무'를 위한 모색이 시도되고 있다.

◇시와 자작나무는 어떤 곳 = 시와 자작나무는 김형준(57) 치과 원장이 마산 중성동에 개인재산을 들여 지역 예술인, 활동가들의 열린 문화 공간으로 꾸민 곳이다. 애초 시와 자작나무는 송창우(46) 시인이 오동동 코아양과 뒤쪽에서 1999년부터 2006년까지 운영했다. 송 시인이 개인적인 사정으로 문을 닫으면서 1년 후 김 원장이 장소를 옮겨 새로운 시와 자작나무를 열었다. 공간도 148㎡(45평) 정도로, 4배가량 넓혔다.

활동할 수 있는 무대가 넓어진 만큼 각종 공연, 행사가 줄을 이었다. 금요문화산책도 생겼다. 시 낭송, 노래공연, 콘서트, 음악회 등을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에 열어 지역민의 문화적 감수성을 충족시켜 줬다. 하지만, 시와 자작나무가 운영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지난해 9월 문을 닫아야 했고, 12월 31일 송년회를 끝으로 공식적인 운영은 끝났다.

지난해 9월 문을 닫은 북카페 시와 자작나무. 지난 연말 열린 송년회를 끝으로 공식적인 운영이 끝났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지역 사랑방 넘어 인문학 자양분 공간 = 시와 자작나무는 지난해 송년회에 맞춰 팸플릿을 제작해 배포했다. '2007∼2014 북카페 시와 자작나무의 7년'이라는 제목이다.

여기에는 지금까지 활동 역사가 기록됐다. 언론에 보도된 북카페 시와 자작나무의 활동뿐 아니라 이곳에서 진행한 금요문화산책, 기타모임 프렌즈, 철학 카페, 욕구불만 중창단, 일본어 공부회, 책 읽는 일요일 등의 모임을 정리했다.

금요문화산책은 김형준 대표, 송창우 시인, 가수 김산 등을 중심으로 노래, 음악 공연, 초청 강연, 영화 감상회 등을 진행했다. 지난 2007년 11월 시낭송과 노래공연이 첫 회 행사였고, 지난해 송년행사가 76회로 마지막 행사였다. 기타모임 프렌즈는 매주 수요일 시와 자작나무에 모여 기타 연습을 하고, 공연도 벌였다. 경남대 철학과 김재현 교수가 이끈 철학 카페는 지난 2008년 시작해, 2012·2013년은 잠시 쉬었다가 2014년 3월부터 시와 자작나무에서 56회 동안 철학적 주제를 가지고 토론하는 자리를 마련해 왔다.

◇경영난 극복 못해 = 시와 자작나무는 자유로운 문화 공간을 지향했다. 각종 모임은 줄을 이었지만, 카페가 붐비는 만큼 카페 수익이 크게 늘어나지는 않았다. 카페 수입으로는 이곳에서 일하는 이들의 인건비조차 마련하기 어려웠다.

경영난이 가중되면서 2년 전부터 카페가 문을 닫는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김형준 원장은 "자율적으로 운영이 힘들었다. 사람을 써서 카페를 운영해야 하는데 경영이 안 됐다. 인건비도 안 나왔다. 맡아서 일해 줄 사람을 구하기 어려웠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오후 6시 문을 닫게 됐다"고 말했다. 행사가 있는 날이 아니면 문을 일찍 닫으니, 카페를 찾는 이들의 발걸음은 더 줄었다.

▲ 지난 연말 송년회 모습./독자 송정훈 씨 제공

◇지역민 "아쉬움 크다" = 항상 거기 있을 줄 알았던 곳이 사라지자, 지역민들의 아쉬움은 컸다.

시와 자작나무와 역사를 같이한 천연비누공방 사보니에 김혜진(44) 대표는 "항상 거기 있으니 편안히 갈 수 있고 모일 수 있는 공간이었는데 사라지니 아쉽다"고 말했다. 사보니에는 북카페가 생길 때 옆자리에 함께 생겼다. 출입문도 시와 자작나무와 연결돼 있다.

기타모임 등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한 김경년(53) 창동사랑방 대표는 "다양한 모임을 이어가는 그런 문화 공간이 없었기에 시와 자작나무는 반응이 좋았다. 그래서 사라진 것에 대한 아쉬움이 더 크다. 그곳을 찾는 사람들이 유지를 위한 노력을 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시와 자작나무를 찾았던 송정훈(43·아이엘스튜디오 마산점 대표) 씨도 "사실 시와 자작나무를 그렇게 자주 찾지는 않았다. 하지만 막상 없어진다고 했을 때 이용자들이 더 아껴서 좋은 공간으로 지속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새로운 시와 자작나무를 꿈꾸며 = 시와 자작나무 운영이 중단됐지만, 새로운 시와 자작나무를 위한 모색은 계속되고 있다.

김형준 원장은 기존 시와 자작나무를 운영하던 1층은 임대를 주고, 갤러리 아트 3325가 있던 2층에 새로운 시와 자작나무를 운영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문학·예술, 인문사회과학을 아우르는 복합 문화공간 '문지문화원 사이'를 운영하는 문학과지성사 측에서 시와 자작나무를 방문한 적도 있다.

김 원장은 "북카페 시와 자작나무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하나의 시도였다. 이제 이를 대체할 만한 비슷한 공간이 많이 생겼다. 송창우 시인 등과 새로운 형태의 시와 자작나무를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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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귀화 기자

    • 우귀화 기자
  • 시민사회부 기자입니다. 경남지방경찰청, 법원, 검찰, 진해경찰서 등을 담당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