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연애부터 동시 교제까지, 250여쌍이 들려준 사랑과 결혼…지면 소개되자 방송에서도 관심

최근 KBS-2TV 〈결혼이야기〉라는 프로그램에서 연락이 옵니다. 경남도민일보 '우리 이렇게 결혼했어요'에 소개된 부부 이야기를 담고 싶다고 합니다. 2013년 8월 12일 소개된 계상현(34)·조민정(33) 부부 이야기가 당장 오늘(2일) 오후 8시 30분에 방영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코흘리개 친구로 알게 돼 25년 만에 부부 연을 맺은 이들 이야기가 방송에서는 어떻게 전해질지 궁금해집니다.

그러고 보니 2011년 7월 첫선을 보인 '우리 이렇게 결혼했어요'에 250쌍 넘는 부부 이야기가 담겼습니다. 현재 이 코너를 맡은 저는 결혼을 하지 않았는데요, 많은 부부 이야기를 듣다 보니 마치 제가 결혼 생활을 오래 한 듯한 착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때로는 인터뷰 중에 조언을 해주기까지 합니다.

지면에 게재된 부부들 이야기는 저마다 다르면서도 때때로 공통분모가 있기도 합니다. 인터뷰 요청을 받은 부부는 대개 주저합니다. 그 이유는 '우린 별다른 스토리가 없다'입니다. 특히 소개로 만난 부부는 더더욱 그렇게 생각합니다. 막상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 안에 또 그들만의 이야깃거리는 숨어 있습니다.

한 남자는 크리스마스날 친구와 술 한잔 하다, 두 명의 여자를 소개받았습니다. 이 남자는 두 명 모두에게 마음이 가더랍니다. 갈피를 잡지 못하자, 친구가 둘 중 한 여자를 적극적으로 밀어주면서 인연을 맺게 되었다고 합니다.

소개팅 주선자로 나섰다가 눈이 맞은 경우도 종종 있었습니다. 주선자인 여자가 소개팅 남자에게 반했습니다. 다행히(?) 소개팅 당사자는 서로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였습니다. 여자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습니다. 하지만 소심한 여자는 거기까지였고, 그 마음을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소개팅 남이 연락해오며 연인으로 이어졌습니다.

'남자의 인간승리'라 표현할 만한 이야기도 제법 있습니다. 어느 부부는 대학교 같은 과 동기였습니다. 남자는 대학생활 내내 여자에게 마음을 줬지만, 여자는 쌀쌀하다 못해 매몰차게 대했습니다. 하지만 남자는 졸업 후에도 끈을 놓지 않았고, 13년 만에 단둘만의 시간을 보내며 결국 여자의 마음을 얻었습니다.

연애 기간에 정답이 있을까요? 제가 만난 부부들을 보면 짧게는 3개월, 길게는 12년 가까이 연애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대체로 '사계절(1년)은 겪어 보고 결혼하는 게 맞지 않을까'라고 말하면서도 '결혼은 또 다른 것이기에 연애를 오래 했다고 해서 서로 더 많이 안다고 할 수는 없다'고 덧붙입니다.

이제 프러포즈 이벤트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인 것 같습니다. 준비하는 쪽은 한두 사례 빼고는 역시 남자였습니다. 그런데 드라마처럼 여자가 감동해서 눈물 흘리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오글거렸다' '미리 눈치 채서 감흥이 없었다'는 얘기가 뜻밖에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을 거치지 않은 커플은 그 후유증(?)이 있는 듯했습니다. '아내가 툭하면 원망의 눈초리를 보낸다' '이벤트 못한 죄를 결혼 생활하면서 갚아나가고 있다'는 남자들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세월이 꽤 된 노부부 이야기에는 또 다른 뭔가가 있습니다. 지금 관념에서는 좀 상상하기 어려운 남자들의 아슬아슬한 행동이 있었습니다.

1970년대, 한 남자는 세 명과 동시에 교제했다고 합니다. 그것도 모자라, 결혼 상대를 고르기 위해 그 세 명을 동시에 자취방에 초대했다고 합니다.

남해에 사는 어느 할아버지도 젊은 시절 할머니 애를 많이 태웠습니다. 1960년대 말, 둘은 서울에서 연애했습니다. 어느 날 아이가 들어서자 할아버지는 '데리러 오겠다'는 말을 남긴 채 고향 남해로 가 버렸습니다. 한 달 두 달, 감감무소식이 이어지자 할머니는 직접 남해로 찾아갔고, 그렇게 눌러 산 세월이 45년을 넘었습니다. 결혼 전 손에 물 한번 묻히지 않았던 서울 아가씨는 지금 마늘밭에서 능수능란하게 일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젊은 시절 속썩인 남자들은 이제 각자 방식으로 아내에게 충성(?)을 다하는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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