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사람]뚝심있는 젊은 사장 곽동환 씨

통영시 태평동 '동피랑 마을' 입구. 특이한 아이디어로 대박 난 카페가 하나 있다. SNS에서 유명해져 통영을 찾는 젊은 관광객에게 필수코스가 돼 버린 이 카페는 '라테아트(바리스타가 에스프레소를 기본으로 하는 음료에 여러 디자인을 하는 것)'로 유명하다. 하트·나뭇잎 등을 그리는 일반 라테아트와 달리 이 집은 '욕설'로 라테아트를 한다. 가령 서울에서 온 여성 관광객이 주문하면 '못생긴 서울 촌년'이라고 새기는 식이다. 평일·주말 상관없이 이 집 앞은 욕을 듣고자(?) 하는 젊은이들로 붐빈다.

맞은편. 또 다른 카페 하나가 있다. '동피랑'에서 이름을 딴, '커피랑'이라는 작은 카페다. 이 카페는 앞집과 달리 사람이 붐비지 않는다. 단골손님 혹은 멋모르고 찾아온 관광객 등이 간혹 이 카페를 찾는다. 앞집과 달리 여유가 넘친다. 주문을 받으며 손님과 자연스레 말을 섞는 젊은 사장을 보면 더 그렇다.

흔히 말하는 '대박집'과 그 맞은편에 자리 잡은 집. 앞집에 줄지어 선 손님을 보면 샘이 날만도 하건만 젊은 사장 곽동환(27) 씨는 오히려 고맙다고 한다.

"앞집 때문에 우리 가게를 찾는 손님도 늘었어요. 샘날 대상이 아닌, 좇아가야 할 집이죠."

대박집 맞은편에서 묵묵히 자신만의 길을 개척 중인 '커피랑' 사장 곽동환 씨. /이창언 기자 =

곽 씨가 대박집 맞은편에서 겁 없이 장사를 시작한 건 2013년 9월이다. 일찍이 호텔외식조리학과를 나와 전공을 살려 사회생활을 시작했지만 어렸을 때부터 안 좋았던 '다리'가 발목을 잡았다. 병원에서는 다리가 완쾌되려면 족히 5년은 걸린다고 했다.

"그렇게 첫 직장을 관뒀어요. 곧바로 재활에 들어갔고 틈틈이 공부하며 시간을 보냈죠. '커피'를 접한 건 그때예요. 우연히 들른 한 카페에서 '과일 맛이 나는 커피'를 마시게 된 것이죠."

커피 매력에 빠진 곽 씨는 쉽게 헤어나오지 못했다. 막연했던 사랑은 곧 창업으로까지 번졌다.

"부모님께 창업 이야기를 꺼냈죠. 다행히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어요. 이름난 '커피 선생님'을 직접 소개해 주시기도 했죠. 아픈 몸 때문에 좌절할 수 있었던 아들을 일으켜 주신 거죠. 그렇게 '커피랑'이 탄생했어요."

하지만 시작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특히 주변 시선이 곽 씨를 힘들게 했다.

"'앞집에서 욕 라테아트를 못 받았는데 이 집에서라도 해 주면 안 되나요'라고 물어오는 손님, '너도 저만큼 잘돼야 할 텐데'라며 아쉬워하던 동네 어르신도 계셨죠. 처음엔 자존심이 많이 상했어요."

곽 씨는 그럴수록 '커피' 그 자체에 더 몰두했다. 쉬는 날이면 전국의 유명한 카페를 찾아다니며 맛을 비교해보고 비법을 배웠다. 그러면서 여유를 찾았고 남을 시기하지 않는 법도 알아갔다.

커피랑 입구에 붙은 '참 고마운 가게 160호점' 명패라든지, 가게 한쪽에 놓인 '화목 난로' 역시 여유로운 곽 씨 마음과 맞닿아 있다. 참 고마운 가게는 통영시종합사회복지관에 자발적 기부를 실천 중인 가게에 붙는 이름이다. 곽 씨는 카페 문을 연 그날부터 이 나눔에 동참하고 있다. 커피랑 한구석에 마련한 화목 난로는 '한 부모 가정 지원'에 쓰인다. 난로에선 고구마 구워내고, 구워낸 고구마는 공짜다. 손님은 고구마값 대신 성심성의껏 기부에 동참하면 된다. 액수는 상관없다. 편지 한 통이나, 소중한 글귀만으로도 충분하다. 커피랑을 찾은 손님이 베푼 온정은 올겨울에만 70여만 원을 넘겼다.

"직접 만든 쿠키를 내놓거나, 고구마를 지원해 주신 손님도 계세요. 커피랑에서 따뜻한 마음이 모이는 것만으로도 정말 감사한 일이죠. 그게 바로 제 경영 방식이기도 하고요."

오늘도 앞집은 시끌벅적하다. 길게 줄지어 선 손님이 가끔 '커피랑' 쪽으로 눈길을 돌리긴 하지만 발걸음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그래도 곽 씨는 조급해하지 않는다. '욕 라테아트'에 대응해 '칭찬 라테아트'를 시도해 볼만도 하건만 욕심내지 않는다. 대신 더 맛있는 커피를 연구할 뿐이다.

"모두 같은 모습으로 살 순 없잖아요. 커피랑은 커피랑대로 매력이 있으니까요. 우리 집은 카페라테가 참 맛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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