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 따라 내 맘대로 여행] (50) 부산 동백섬, 누리마루 APEC하우스

한 송이 붉은 꽃이 눈 오는 밤 비치니

봄 소식을 어찌 나뭇가지 보고 알 수 있나

꽃다운 맹세 홀로 매화와 맺었으니

고고한 그 꽃 보고 적적하다 말을 말라

/동백꽃(김성일)

꽃이 귀한 계절에 선명한 붉은색을 뽐내니 이 겨울 귀한 풍경을 만들었다.

스산한 무채색의 세상이 단번에 온기로 가득찬 듯하다.

시린 듯 뺨에 닿는 차가운 공기는 청량하다.

가린 데 없는 탁 트인 바다는 내내 움츠렸던 마음을 위로한다.

해운대해수욕장 남쪽 끝에 있는 동백섬(부산 해운대구 우동). 요즘은 누리마루 APEC하우스로 더욱 유명해진 곳이다.

동백섬에 핀 동백. 일찍이 최치원 선생을 비롯한 많은 시인 묵객들은 바다와 숲이 어우러진 이곳의 절경을 찾아 노닐고 그 감흥을 읊었다.

해운대해수욕장에서 바다를 바라보다 오른편으로 눈길을 돌리면 백사장이 끝나는 지점에 조선비치호텔이 있고, 그 뒤편에 아담하게 동백섬이 자리하고 있다.

섬이었던 이곳은 오랜 세월 퇴적작용으로 육지와 연결됐다. 여전히 동백공원보단 동백섬이란 단어가 입에 착 붙는다.

일찍이 최치원 선생을 비롯한 많은 시인 묵객들은 바다와 숲이 어우러진 이곳의 절경을 찾아 노닐고 그 감흥을 읊었다 한다.

파도소리와 동백꽃의 안내를 받아 고불고불 덱으로 이어진 산책길을 따라 동백섬을 둘러 느릿느릿 걷는다.

걷다 보면 최치원 선생의 해운대 각자, 동상, 시비를 만날 수 있으며 더 걸으면 해안가 갯바위에 앉아 있는 인어상도 만날 수 있다.

인어상에는 인어나라 미란다국에서 무궁나라 은혜왕에게 시집온 황옥공주가 보름달이 뜨는 밤마다 황옥(黃玉)에 비친 고국을 보며 그리움을 달랬다는 전설이 깃들어 있다.

황옥공주 인어상을 지나면 등대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이 있고, 이내 누리마루 APEC하우스에 다다른다.

누리마루 APEC하우스는 2005년에 열린 제13차 APEC 정상회담 회의장으로 사용하도록 동백섬에 세운 건축물이다.

누리마루 APEC하우스 전경.

전체 건물 구조는 한국 전통 건축인 정자를 현대식으로 표현했다. 지붕은 동백섬의 능선을 형상화하는 등 구석구석 한국 전통양식이 짙게 배어 있는 곳이다.

누리마루에 서면 어디서 바라보건 눈에 담기는 건 그림 같은 풍경이다.

바다와 하늘의 경계를 지어놓은 듯한 광안대교, 희미한 듯 솟아 있는 오륙도와 그 앞으로 유유자적 바다를 가르며 나아가는 요트 등이 운치를 더한다.

그뿐인가.

겨울에서 봄 사이에 꽃망울을 맺고 빨간 꽃이 통으로 떨어져 운치를 더하는 동백이 이제 막 그 모습을 드러냈다.

동백꽃은 향기가 없는 대신 그 빛으로 동박새를 불러 꿀을 제공해주며 새를 유인하는 조매화(鳥媒花)의 하나인데, 그만큼 붉디붉다.

동백은 꽃도 꽃이지만 잎도 눈여겨볼 만하다. 모든 것이 메마를 시기에 어쩜 이리 윤기가 흐르고 광택이 있는 진한 녹색의 잎을 유지하고 있을까.

<꽃의 문화사>의 저자 피타 코트가 "동백은 향기가 없는 것 등이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로 완벽하게 아름답다"고 말한 뜻을 알 것 같기도 하다.

바다를 마주하고 울창한 소나무 숲길을 걷다가 꽃길을 걷는다.

꽃피는 동백섬에 아직 봄은 오지 않았다. 하지만 겨울은 그렇게 조금씩 봄에 자리를 내주고 있었다.

누리마루에서 바라본 오륙도.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