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비춤]마산야구장 상권의 그림자…"수익성 떨어져 투자 신중해야"

"차라리 야구장이 진해로 가버렸으면 좋겠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마산야구장 주변 산호동(창원시 마산합포구) 상권 반응은 냉담했다. 정치권과 행정에서 나온 '상권 활성화' 허구성은 절로 증명됐다. 부동산 시장은 어떨까.

행정은 야구장 상권 변화를 감지 못하고 있다. 마산합포구 문화위생과에 따르면 산호동 전체 영업 신고가 된 업소는 662건(1990년부터 이달까지). 새 야구장 이슈가 본격화한 지난해부터 이달까지 폐업 업소는 34건이며, 신규 영업(39건)과 영업 지위승계와 업소명 변경은 126건으로 나타났다. 업종은 일반음식점, 휴게음식점, 유흥업소 등으로 유사했다. 하지만 문화위생과 관계자는 "산호동만 유독 신규·폐업 업소가 많은 것은 아니다. 동네마다 별 차이가 없다"며 "야구장과 더 인접한 상권 사정은 자세히 따져봐야 알 수 있다"고 전했다.

마산합포구 건축허가과를 통해 산호동 일대 건물 신축, 증축, 용도변경 사례를 살펴봐도 변화를 엿보기 어려웠다. 지난해 신축 8건, 증축 9건, 용도변경 15건이었는데, 예년보다 많아졌다고 할 수 없다. 특히 신축은 통합시 출범 직후 2011년 28건이었다. 건축허가과 관계자 역시 "산호동만 아주 많은 편은 아니다. 오래된 동네여서 기존 건물을 그대로 쓰는 예가 많고, 새로 건물이 서는 것은 많지 않다"고 했다. 산호동 주민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주민등록인구 또한 1만 4000여 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08.jpg

업계는 상권 변화를 체감한다. 특히 야구장 입구와 가까운 상권은 꾸준히 달라지는 모습이다. 창고처럼 쓰이던 한 건물은 최근 1층에는 통유리로 상점을 둘 수 있고 2층에는 주택을 둔 건물로 탈바꿈했다. 한 음식점 주인은 임차료를 내다가 근래에 해당 건물을 사들였다. 음식점이었던 곳은 팔린 다음 맥줏집으로 문을 열었다. 새단장을 한 건물 1층에도 술집이 생겼다. 한 다층 건물은 곧 헐린 다음 종합상가가 세워질 거라는 얘기가 돌고 있다. 건물이 팔려 이곳 세입자들은 수년간 해온 장사를 접고 떠나야 할 처지다. 영화 <국제시장> 흥행 이후 높은 권리금 때문에 문 닫을 위기에 놓인 '꽃분이네' 가게와 비슷한 사정이다.

야구장 인근 가게들은 "권리금이 많아지거나 월세가 올라 감당 못하고 나간 집들도 있다. 오른 만큼 장사가 받쳐주면 되는데, 장사는 어려우니까 그렇다"고 전했다. 권리금은 많게는 1억 원가량 붙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새로 문을 열거나 이름을 바꾸는 가게는 많다. 산호동 320개 업소 등을 담당하는 한국외식업중앙회 경남지회 관계자는 "야구장 앞부터 백화점까지 골목에서만 120~140개 업소를 맡는데, 확실히 신규 업소나 명의 변경·이전이 잦다. 지난해 명의 변경만 30개 정도였고, 이달에도 1~2개 나왔다"고 전했다. 그는 이 같은 현상이 갈수록 심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또 "야구장 여파로 식당 매매도 많이 이뤄졌단다. 장사하는 사람들은 들어오고자 하는 동네라서 빈 점포는 없고 가게 문도 거의 닫지 않는다"며 "월세는 25% 이상 올랐단다. 20평(66㎡)인데 매달 100만 원을 내는 곳도 있고, 규모가 큰 업소는 많게는 200만 원씩 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시장에서 매매는 아직 드물다는 게 공인중개업 쪽 판단이다. 시세는 오를 만큼 올랐다는 진단이 나온다. 야구장 특수를 누렸다기보다 통합 직후 효과가 더 컸다. 업계는 당시 건물 3.3㎡(평)당 평균 200만 원에서 500만~600만 원으로 2배 이상 오른 것으로 보고 있다.

수익형 부동산으로 야구장 근처 상가주택(점포와 주거 혼합 주택) 등을 구매하려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수익률이 떨어진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적인 분석이다. 투자 금액만큼 월세 등으로 거둬들여야 하지만, 사정이 안 좋다는 거다.

박진근 산호제일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1층 상가와 2층 주택인 건물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지만, 금리가 2%대로 떨어져 투자 대비 수익률이 5% 이하로 형성돼 있다. 많게는 8%까지 나왔는데, 지금은 수익이 크지 않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장효창 동화공인중개사사무소 소장은 "잠재 수요가 있을지 몰라도 전반적으로 매매는 드물다. 야구장 이슈 이후 실제 매매가 성사되는 물건 자체가 적다. 매매도 야구장 앞 좁은 지역에 한정돼 있다"며 "새로 짓는 건물이 적고 공급 자체가 부족한 실정이다. 타지 사람들도 수익성이 안 맞아 꺼리고 큰 매력을 못 느낀다"고 했다.

오히려 음식점 등 업소 권리금이 턱없이 오르거나 수십 년 된 도로변 주택의 매매가가 인상되는 등 '야구장 역효과'도 발생하고 있다. 투자에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박 대표는 "매매가나 수익률 모두 진정 국면이 와야 하는데, 더 오를 거란 기대심리 때문인지 매물이 많지 않고 관망하는 분위기"라며 "섣불리 투자하면 타격이 있을 수도 있다. 북면, 현동 등 아파트단지로 사람들이 옮겨가면 기존 도심에 공동화가 생길 수 있고, 그때는 지가 등이 다시 떨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업주들의 쌀쌀한 반응에 상권 활성화 대책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있다. 황일두(새누리당, 교방·노산·합포·산호동) 창원시의원은 "새 야구장을 지으면 더 큰 혼란이 올 것이다. 주변 인프라가 구축돼야 상권 활성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운동장 사거리에서 육호광장까지 도로를 넓히는 방안을 제시했다. 황 의원은 "인프라 구축이 안 되면 산호동 상권 흥행은 없을 것으로 판단하는 사람이 많다. 새 야구장 설계 때 도로 확장 계획을 담아야 한다. 단계적 추진 계획을 세워놓아야 주민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공인중개사는 "산호동은 오래된 주택이 대부분이다. 부분적인 재개발등 낡은 도심에 변화를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런 방안은 실현 가능성이 문제다. 창원시는 조만간 야구장 건립 기본계획 용역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