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교통사고 겪은 후 식습관 바꿔…자연식 공부 농축액 전문점 개업

새해 덕담 중 가장 많이 듣는 말은 '건강하세요'다. 건강. 정말 중요하지만, 막상 몸이 아프지 않으면 소홀하기 쉽다.

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에서 농축액 전문점을 운영하는 김승수(55) 대표도 타고난 건강체질이라 건강 하나만큼은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큰 사고를 겪은 뒤 직업도 생활도 모두 바뀌었다.

어릴 적부터 책을 좋아하던 김 대표는 고등학생 때 중학생을 가르치며 선생님을 꿈꾸던 소년이었다. 하지만 어려운 가정 형편에 선생님 꿈을 접고 공군사관학교에 지원했다. 그러나 무릎에 난 흉터가 문제가 돼 그 꿈도 접어야 했다.

군 제대 후 꽤 큰 회사에 입사해 경영관리 업무를 맡게 됐다. 군대 휴가 때 들른 레코드 가게에서 만난 어여쁜 여성과 결혼도 하고 딸과 아들도 얻었다. 그렇게 평범하지만 행복한 일상을 보내던 중에 '그일'이 터졌다.

일이 있기 며칠 전 김 대표는 평소 타고 다니던 자동차가 이상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곧장 정비소로 가 수리를 부탁했지만 부품이 없어 부품을 구할 때까지만 그냥 타고 다니라는 답변을 들었다.

김승수(오른쪽) 대표와 아내 이복순 씨. /김해수 기자

'그날'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출근하기 위해 차에 올라탔다. 항상 가던 길을 따라 운전을 하고 있는데 내리막길에서 문제가 생겼다. 브레이크를 밟아도 차가 멈추지 않았다. 그 바람에 달리던 속도 그대로 큰 트럭 밑으로 깔려 들어갔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죽은 줄 알았대요. 그만큼 큰 사고였죠. 사고 후 차에서 걸어나오는 데 피범벅이었다고 하더라고요."

병원에 갔더니 늑골이 부러지고 심장과 간도 파열이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한 달간 입원 후에도 회사에 다니며 꾸준히 치료를 받아야 했다. 이 사건이 자연식을 시작하게 된 계기다.

남편이 큰 사고로 끙끙 앓는 것을 보다 못한 아내 이복순(53) 씨가 먼저 공부를 시작했다. 복순 씨는 공부할수록 자연식이 몸에 좋다는 생각이 들어 가족 식단을 바꿨다.

육류·생선·가공식품 등 피해야 좋을 음식들은 식탁에서 사라지고 채소·과일 등 몸에 좋은 음식들만 올랐다. 또 두부를 만들고 과일을 갈아 주스를 만드는 등 수고도 마다치 않았다.

자연식을 시작한 후 처음은 힘들었다. 집에서 건강한 음식을 먹고 회사에도 자연식 도시락을 싸갔다. 문제는 사람들과 약속이 있을 때였다. 어쩔 수 없이 기름지고 짠 음식들을 먹게 되고 그럴 때마다 탈이 났다.

"초기에는 엄청나게 힘들었죠. 자극적인 음식들 맛있잖아요. 그 맛을 아는데 한번에 바꾸려니 어렵더라고요. 그래도 건강에 좋다니까 먹었죠."

아내 정성에 김 대표 건강은 조금씩 좋아졌고 몸이 변하는 것을 느낀 그도 자연식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직장을 그만두고 협동조합을 만들어 유기농 제품 판매를 하다가 2009년 지금 가게를 열었다.

김 대표는 사고 후유증으로 목과 허리를 다쳐 무거운 것을 들기 어렵다. 그 때문에 아내 복순 씨가 옹기를 옮기고 과일 상자를 드는 등 힘쓰는 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 "밥 굶기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고 결혼을 했는데 고생만 시켜서 미안하고 또 고맙죠."

서로 의지하며 부족한 부분은 채우며 함께한 세월도 30년이 다 돼 간다.

이곳에서 파는 농축액은 다른 곳에 비해 비싼 편이다. 이유는 내가 먹지 않는 것은 팔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좋은 재료를 쓰고 시간을 오래 들여 만들기 때문이다. 정직하게 진심을 담아 만든 제품으로 고객 모두가 건강하기를 바란다는 김 대표.

"아파 봤으니 아픈 사람 마음을 알잖아요. 우리 제품 먹고 몸이 좋아졌다고 하면 그만한 보람이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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