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문고 채현국 이사장 인문특강..."자본주의의 병졸이 되는 교육, 지배자들의 훈련서 벗어나야"

"다 거짓말입니다."

28일 오후 7시 진주청소년수련관 다목적강당에서는 80노인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진주문고(대표 여태훈)가 <풍운아 채현국>(도서출판 피플파워) 출간을 계기로 채현국 효암학원 이사장을 초청한 것이다. 이날 특강에는 전국에서 온 260여 명이 220석 좌석과 복도를 빼곡히 메웠다.

채 이사장은 먼저 통념과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래 옆에서 나를 불러주니까 내가 나인 줄 아는 것"이라며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절대적인 것이 아님을 전제하고 "자기가 안다는 것은 자기 확신에서 그쳐야지 신념으로 나가면 안 된다. 그 때문에 정치적 가치관이 다르면 원수지는데, 이 만한 망발이 없다. 지배자들이 훈련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28일 진주청소년수련관에서 채현국 효암학원 이사장이 특강을 하고 있다. /김주완 기자 wan@

이어 한국 현대사의 뒷이야기들을 풀어 놓으면서 청중들을 몰입시켰다. 거창 민간인 학살을 주도한 최덕신에 대한 이야기, 리영희 선생이 통역장교로 있으면서 팔만대장경이 불살라지는 것을 막은 이야기, 이승만 정권이 친일파를 기용한 이유, 자신이 흥국탄광을 경영하던 시절 사업을 접기 위해 철도 물류를 막은 이야기 등 이야기는 무궁무진했다.

그는 "삼류 영화보다 못한 유치한 일이 숱하게 일어난다"고 한국 현대사를 총평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서는 "딸은 (기득권 세력에게) 이용당하는 줄도 모르고 있습니다. 부모 총 맞아 죽은 불쌍한 사람을 이용해먹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어진 토크쇼에서는 여태전 남해 상주중학교 교장, 이임호 산청 간디학교 도서관장과 대화를 통해 왜 그 많은 재산을 남에게 나눠줬는지, 왜 유명세 타는 것을 극도로 피해 왔는지 심정을 털어놓았다.

채 이사장은 "돈 버는 것은 완전한 중독이다. 세계 인류가 다 죽어도 저 혼자 부자되고 싶은 게 인간이다. 여기 딱 걸려들 것 같아서 줬다"며 "(남들을 도와준 것은) 나 혼자 한 게 아니라 모두 함께했다. 나 혼자 했다고 하면 모두 거짓말"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유명해지는 순간에 사람은 거짓말을 한다. 결국엔 저 잘났다는 소리가 되고 만다"며 "솔직히 여기서 나 때문에 죽은 이름없는 광부 얘기도 해야 하고, (나 때문에) 깨진 가정의 가족들이 있는데…"라며 유명세의 이면을 경계했다.

그럼 스스로 그의 인생을 어떻게 평가할까? "술 취한 사람처럼 비틀거리면서 살아왔다. 내 처지에 맞춰서 살아왔을 따름"이라고 회상했다.

끝으로 질의응답 시간에는 각지에서 온 사람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특히 김해에서 온 한 여성이 "어떻게 하면 젊은 사람들이 누룩처럼 세상에 도움이 되는 삶을 살 수 있을까요"라고 묻자 채 이사장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병졸이 되는 16년 동안 훈련(교육)에서 자유로워져야 한다. 그러려면 소박한 마음을 되살리면 된다. 잘난 척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좀 예쁘게 봐 주는 것에서 시작하면 된다"며 특강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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