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포주민 반발…기존 실시협약 유야무야 "도로 직선화 약속 지켜라" 집회신고 등 강경 입장

국립마산병원 재건축 사업을 둘러싸고 주민과 병원 측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주민들은 "이대로 있을 수 없다"며 집회신고를 하는 등 강경한 태도를 보여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예상된다.

때는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립마산병원은 지난 1946년 설립된 국내 최초의 결핵전문병원으로 노후화 문제가 대두했다. 이에 옛 마산시와 병원은 양해각서를 체결해 시가 병원의 노후화된 건물을 바꿔주는 대가로 병원 토지를 받기로 했다. 2년 뒤인 2009년에는 '국립마산병원 재건축 및 마산 가포뒷산지구 개발'에 관한 실시협약을 맺었다.

협약 내용은 기존 도로를 없애고 병원을 관통하는 도로(중로 1-1호선)를 만들어 도로 왼쪽에는 재건축 사업을 진행하고 반대쪽은 가포뒷산지구 개발사업을 한다는 것. 하지만 2010년 협의의 어려움을 겪었고, 창원시 통합 이후에는 가포뒷산지구 개발사업이 장기 재검토 사업으로 분류됐다. 자연스레 실시협약은 흐지부지됐다.

결핵전문병원인 창원시 마산합포구 가포동 국립마산병원의 재건축을 위한 철거작업이 마무리되고 있다. 병원은 2014년 8월 철거를 시작했으며, 2017년 1월 완공 예정이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건물이 노후화돼 재건축이 시급했던 병원은 독자적으로 사업을 진행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2012년 12월 민간투자사업(BTL)으로 직접 시행하기로 하고 시설사업기본계획을 고시했다. 병원은 기존 건물을 허물고 지하 1층~지상 7층 건물을 신축한다. 지난해 9월 마산합포구청에 건축허가 신청을 했고 현재 기존 건물은 철거된 상태다.

갈등의 근본적 원인은 소통 부재다. 주민들은 이 같은 사실을 뒤늦게 안 것이다. 공사를 시작하기 전 병원, 창원시와 마산합포구청은 주민설명회를 열지 않았다. 주민들은 단단히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

가포주민대책위원회는 "지난 70년 동안 기피시설인 결핵병원과 인접해 고통으로 살았다"며 "현재 병원을 둘러싼 굽은 도로도 위험해 옛 마산시와 병원이 맺었던 실시협약대로 일직선 도로를 만들고 병원은 도로 왼쪽으로 옮겨달라"고 요구했다.

주민과 병원, 시의 입장은 지난 7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가포주민센터에서 열린 간담회에서도 좁혀지지 않았다. 주민들은 양 측에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를 해보자고 제안했고, 지난 14일 '국립마산병원 이전, 재건축 반대 대한 협의체' 구성을 위해 27일 가포주민센터에서 모이자고 통보했다. 하지만 결렬됐다.

병원 측이 먼저 손을 놓았다. 병원 관계자는 "사전협의 없이 주민들이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협의체 명칭에 이견이 있고 구성과 안건이 없어 참석을 안 하겠다고 주민 측에 문서로 전달했다"면서 "앞으로 다시 협의체가 구성된다면 참여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사업 주체인 병원이 먼저 참석하지 않겠다고 하니 어이가 없다. 마산중부경찰서에 집회신고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는 보건복지부에 주민들의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고, 마산합포구청은 건축허가 여부를 협의 중이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