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지사 28일 성기홍 교육장에게 '건방지다' 호통…교육장들 "정중한 사과 요구"

경남 18개 시·군 교육장들이 단단히 화가 났다. 홍준표 경남지사의 '건방지게' 발언 때문이다. 이 발언 논란으로 잠시 잠잠했던 경남도와 경남교육청 간 무상급식 갈등 제2라운드가 촉발되는 분위기다.

경남 시·군교육장협의회(의장 하상수 창원교육지원창 교육장)는 29일 오후 창원교육지원청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성명을 발표했다. 이날 협의회에는 다른 일정 때문에 불참한 하동교육지원청 교육장을 뺀 나머지 교육장들이 모두 참석했다. 지난 28일 홍준표 지사가 성기홍 김해교육지원청 교육장에게 '지사가 말하는데 중간에서 건방지게 자르느냐'고 발언한 데 대해 공동 대응에 나선 것이다.

협의회는 성명서에서 "홍 지사의 이번 발언에 충격을 금할 수 없다"며 "5만여 교직원과 40만 학생을 우롱하고 무시한 처사"라고 반발했다.

성명서에 따르면 홍 지사는 지난 28일 김해시청을 방문해 기관장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홍 지사는 "경남교육청 불용 예산 중 절반 정도를 무상급식비로 사용하면 된다"고 말하자, 성기홍 김해교육장이 "나도 무상급식에 대해 말할 기회를 달라. 그렇지 않으면 말씀을 그만 하시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홍 지사가 '지사가 말하는데 중간에서 건방지게 자르느냐'고 고함을 쳤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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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상남도 시·군교육장협의회가 29일 오후 창원교육지원청 별관 2층 소회의실에서 지난 28일 홍준표 지사의 김해시청 순방 때 일어났던 발언과 관련해 홍 지사의 사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일호 기자

협의회 소속 교육장들은 "성 교육장은 교장, 경남교육청 교육국장을 거쳐 교육자로서 마지막 열정을 불태우며 오는 2월 말 정년퇴직을 앞둔 교육계 원로"라며 "도민에게 초미의 관심사인 무상급식 문제에 대한 성 교육장 발언은 지역교육장으로 당연한 책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어 "홍 지사는 일선 시·군을 순방하면서 연일 무상급식에 대해 사실관계에 맞지도 않은 험한 말들을 쏟아내고 있다"며 "급기야 특정 지역에서는 학교 급식 문제로 연일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박종훈 교육감에게 '탄핵 대상' 운운하며 도를 넘어선 발언도 서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교육장들은 "홍 지사는 교육원로 성기홍 교육장에게 한 자신의 발언에 대해 정중하게 사과하라"고 강력하게 요구했다.

교육장들은 "홍 지사는 일선 시·군을 방문해 행하는 경남교육청과 교육가족을 비판하는 발언을 삼가하라"며 "홍 지사는 일선 시·군에 무상급식 지원 중단 압력을 즉각 중단하고, 경남교육청과 소통과 협력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경남도청 측도 곧장 보도자료를 내고 반박하고 나섰다.

정장수 비서실장은 "김해시 순방 공식 환담에서 성 교육장이 먼저 지사 말을 가로막고 말을 그만 하라고 한 것"이라며 "그럴 거면 회의장에 들어오지 마시라고 한 것에 대해 성 교육장이 오히려 '내가 지사 부하냐'고 고함을 지른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시·군 순방 공식 환담에서 지사 말을 가로막고 말 그만 하라고 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며 "사실을 왜곡하고 집단행동하는 것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당시 간담회 자리에는 김맹곤 시장과 김해시의회 의장·도의원 7명·김해중부경찰서장·김해교육지원청 교육장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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