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가로수길에서 붕어빵 굽는 두 청년을 만났다. 목소리는 우렁찼고, 눈동자엔 불꽃이 이글거렸다.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차고 넘쳤다. 가장 인상깊었던 점은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이야기하는 두 사람에게서 '후회'의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만큼 열심히 살아왔다는 뜻이리라.

돌아오는 길에 붕어빵을 먹으면서 깊은 생각에 잠겼다. 나는 과연 저들처럼 지금까지 후회 없는 삶을 살아왔을까. 순간 떠오르는 후회만도 손가락이 모자랄 정도였다.

그중 나를 가장 괴롭힌 것은 '무엇이든 좀 더 열심히 할 걸' 하는 자책이었다. 도전해보지도 않고 지레 겁먹어 포기한 일들이 뇌리를 스쳐갔다.

20대 초반 계획했던 제주도 도보 여행도 차일피일 미루다 친구가 합세한 덕분에 늦게나마 다녀올 수 있었다. 이것 말고도 외부적 요인을 탓하며 허송세월을 보냈던 것들이 떠올라 쥐구멍이 있다면 숨고 싶었다. 이렇게 후회할 거면 미친듯이 놀기라도 할 걸.

바꿔 생각해보면 개선 기회는 충분하다. 언제까지 후회하고 있을 순 없지 않은가. 11개월 남은 내 20대를 어떻게 보내면 떳떳했다고 기억할 수 있을까.

나는 기자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기사를 잘 쓰는 것 말고 뭐가 있겠는가. 열심히 발품팔아 취재하고, 약한 자의 힘이 되기 위해 고생 좀 하면 되지 않겠는가. 입사하면서 다짐했던 '정의사회 구현'이란 목표를 매일 되새김질 할 테다.

최환석.jpg
취재 도중 붕어빵을 사러 온 손님이 내게 말했다. "이렇게 열심히 하는 젊은이들이 있다는 것이 무척 반갑다"고. '젊은이'란 말이 '기자'로 바뀔 수 있도록 오늘도 주먹을 꽉 쥐고 취재하러 나선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