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난 지 3개월 만에 부부로 "결혼 도박 성공했죠"

결혼 전 연애기간은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 너무 길면 주위에서 '지겹지 않으냐'는 말을, 너무 짧으면 '서로를 알기에 부족하지 않을까'라는 우려 섞인 말을 한다. 흔히들 '어찌 됐든 그래도 사계절은 다 겪어봐야지'라고 말하기도 한다.

여기 이 커플은 첫 만남에서 결혼까지 3개월이면 충분했다. 창원에 사는 하재훈(37)·황수형(36) 부부다.

소방공무원인 수형 씨는 오래전부터 결혼을 일찍 하고 싶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은 채 서른을 훌쩍 넘겼다. 수형 씨는 소개팅도 줄기차게 했다. 스스로 "과장해서 말하면 1년에 백번은 봤다"고 말할 정도다. 하지만 인연은 쉽사리 찾아오지 않았다.

수형 씨 어머니가 직접 나섰다. 지인에게 선 자리 좀 알아봐 달라고 했다. 이 지인은 "그러면 우리 아들 만나보면 되겠네"라며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양쪽 어른이 만든 자리이니 소개팅 아닌 '선 자리'라는 표현이 적절하겠다. 하지만 '소개팅 베테랑' 수형 씨는 이전과 같이 큰 부담 없이 자리에 나갔다.

여행을 좋아하는 재훈(오른쪽) 씨와 수형 씨. 두 사람은 여름휴가 때 꼭 해외여행을 즐긴다고 한다.

창원시 진해 주택가 커피숍에서 만나기로 했다. 초행길이던 재훈 씨가 길을 헤맨 탓에 30분이나 늦게 도착했다. 수형 씨는 재훈 씨 첫인상이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고 한다. 약속에 늦었기 때문이 아니다.

"저는 밝고 유쾌한 사람을 좋아하는데요, 이 사람은 그런 쪽과 거리가 있어 보였어요. 표정이 딱딱하게 다가왔어요."

'그냥 스쳐 가고만 말았던 이전 수많은 소개팅처럼 이번에도 또?'

수형 씨는 불안감이 있었다. 하지만 대화를 나눠보니 말이 곧잘 통했다. 둘 다 여행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재훈 씨는 1년에 한 번은 꼭 해외여행을 갔다. 특히 여행 준비, 그 맛을 좋아했다.

수형 씨도 여행에 대한 마음은 컸지만 실행에는 옮기지 못한 적이 많았다. 재훈 씨 이야기를 들으며 대리만족을 느꼈다.

첫 만남 이후 두 번째, 세 번째 만남까지 이어졌다. 연애가 시작된 걸까? 그랬다. 하지만 한 가지 더 있었다. 결혼 준비까지 시작된 것이다.

"세 번 만나고 나니 양쪽 어른들이 바로 결혼하라고 하시는 겁니다. 그런 분위기도 있었고, 사실 저도 결혼을 빨리하고 싶은 마음이 컸죠. 2011년 10월 말 처음 만나 11월 중순부터 결혼 준비에 들어가게 됐습니다."

물론 불안감이 없을 수 없었다. 특히 수형 씨는 이전에 연애하더라도 장기간 만나는 쪽이었다. 그런 수형 씨는 지인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연애를 오래 한다고 해서 그 사람 면모를 다 알지는 못해. 연애를 10년 하든 한 달 하든, 어차피 결혼은 도박이야.'

수형 씨는 생각해 보니 자신이 생각하는 기준에서 이 남자가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회사 일을 늦게까지 붙잡지 않고 일찍 집에 올 수 있는 여건인 것 같더군요. 술자리가 그리 많은 편도 아니고요. 그리고 저는 오락게임하는 남자를 정말 싫어하는데, 이 사람은 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여행을 좋아한다는 점은 더더욱 좋았고요. 제가 중요시 하는 이런 몇 가지 기준을 충족하니, 굳이 시간을 끌지 않아도 잘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재훈 씨에게 수형 씨는 바르고 착한 사람이었다.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물론 이전부터 '공무원인 여자와 결혼하겠다'는 바람을 이루게 된 건 덤이었다.

그렇게 둘은 연애와 결혼준비를 동시에 하며 만난 지 3개월 만인 2012년 2월 19일 결혼했다. 서로를 알 수 있는 시간이 부족했으니, 신혼여행 가서도 어색한 분위기가 있었다. 신혼여행 가서 싸우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둘은 어긋나는 부분이 있었지만 오히려 서먹했기 때문에 큰 싸움으로 번지지 않았다.

3년 가까이 지난 지금, 둘은 "결혼이라는 도박에 성공한 것 같다"고 말한다. 하지만 수형 씨는 한 가지 푸념한다.

"게임을 안 한다고 하더니, 알고 보니 컴퓨터 게임만 안 한다는 얘기였다네요. 스마트폰 게임은 자주 해서 제가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종종 받죠. 그럴 때마다 제가 속았다고 계속 그러니까, 요즘은 좀 덜하긴 하네요."

둘은 매해 여름휴가 때 꼭 해외여행을 즐긴다. 올여름에는 어디로 갈지, 벌써 계획을 짜느라 분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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