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가불떡서 일 시작한 지 20년째, 고객들 자식같이 친근하게 대해…30대 대부분 향수 좇아 가게로

최근 과거를 찾고 추억을 찾는 영화와 드라마, 예능이 화제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동에 위치한 '정가불떡'의 주인장 한예리(62) 씨는 창동에 아련한 추억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소중한 과거를 회상하게 해준다.

입구를 열자 익숙한 목소리로 "어서 온나"하고 반겨 주는 한 씨는 올해로 20년간 가게를 지키고 있다.

항상 웃는 얼굴로 손님들에게 한결같은 웃음을 안기는 그는 손님들에게 미소천사로 통한다. 수많은 머리띠와 함께 매일 똑같은 얼굴로 손님들을 대한다.

하지만 한 씨에게도 아픔은 있다. "1986년 남편과 함께 운영하던 인쇄소가 어려워져 문을 닫고 식당 일을 하러 이곳저곳 안 다닌 곳이 없다. 앞이 캄캄해서 웃는 법도 잊고 한숨만 쉬고 살다가 1995년에 정가불떡에서 일하게 됐다."

일을 시작한 지 어느 덧 20년이다. 그동안 많은 학생과 일반인이 이 가게를 스치고 갔지만 추억을 잊지 못해 찾는 이는 여전히 많다.

정가불떡은 과거 이 가게 주인의 성을 딴 가게다. 과거 정가불떡은 본점을 비롯해 분점도 내고 크게 성행했던 떡볶이다. 한 씨는 이 가게에서 12년간 일을 한 뒤 2007년 인수했다.

하지만 인수와 함께 가게가 급격히 어려워졌다.

창동에 오는 사람들이 하나 둘 사라졌고, 자연히 가게들이 폐업을 선언했다. 정가불떡의 분점들도 매한가지였다. 본점을 지키고 있는 한 씨도 인수 뒤 몇 개월간 함께했던 종업원들을 떠나보냈다.

"월급도 못 줄 형편이 될 것 같아서 종업원들에게 사실대로 말했다. 그때 한 종업원이 내가 혼자서 한다고 하니 몇 달 이내에 망할거라고 하더라. 그 말에 독을 품고 지금껏 살아남았다. 그 말이 없었다면 지금은 정가불떡이 사라졌을지도 모르겠다."

수많은 머리띠와 함께 매일 웃는 얼굴로 손님들을 대하는 한예리 씨. 엄마의 마음으로 손님들을 대하다 보니 한 씨는 '사장님'이라는 호칭보다 '어머니'라고 더 많이 불린다. /박종완 기자

지금 정가불떡의 주 소비층은 중학생과 함께 '30대'다.

중학생들은 저렴한 가격에 이 곳을 찾는 데 반해 30대 손님들은 추억을 찾아 이 곳을 찾는 경우다.

한 씨는 "손님들이 블로그나 인터넷으로 아직 이 곳에서 내가 장사를 하고 있는 걸 알고 찾아오더라"면서 "예전에는 밥과 함께 음료수를 먹었다면 지금은 맥주와 소주가 테이블에 올라가는 것 외에는 달라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30대 후반의 손님들은 "밥 먹으러 오는 것보다 사장님 얼굴 보러 오는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정가불떡은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 하나 없다. 공개된 주방부터 인테리어 하나 바뀐 부분이 없다. 과거의 흔적을 그대로 안고 있다.

손님들 중에는 택배를 보내달라는 이들도 있다.

"예전 생각하고 왔다가 나를 보고 반가워하고, 음식 맛도 그대로라면서 서울·경기도로 음식을 보내달라고 하더라. 여름에는 음식 보냈다가 상하면 안되니까 겨울에만 보낸다."

한 씨의 장사철학은 손님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내 자식을 맞이하는 것이다.

"나는 손님들을 맞을 때 다 내 자식이라고 생각하고 '어서 온나'하고 인사를 한다. 오래전 일이지만 하루는 여자 손님이 우리 집에 들어오다가 그 인사말을 듣고 펑펑 울더라. 왜 우냐고 물었더니 혼자 자취하는데 엄마 생각이 나서 울게 됐다고 하더라. 얼마나 가엽던지 그날 1인분 밥 줄거를 1인분 더 얹어줬다."

엄마의 마음으로 손님들을 대하다 보니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손님들도 많아졌다. 그들은 한 씨에게 '사장님'이라는 호칭보다 '어머니'라고 더 많이 부른다고 한다.

정가불떡의 대표 메뉴는 불고기 떡볶이다. 떡과 어묵, 묵, 불고기와 함께 사리를 추가해 먹은 뒤 김과 참기름을 얹은 밥을 볶아 먹는다.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과거에 비하면 초라한 매출이다. 하지만 지금은 자신을 찾아주는 사람들의 소중함을 알기 때문에 마음이 편하다고 한다.

손님들 때문에 힘을 얻는 한 씨는 "내 삶의 원동력이자 힘이 되는 사람들이 즐거운 식사를 하고 갈 수 있게 앞으로도 친절하고 재미있게 일하면서 열심히 살 것"이라고 말하며 미소를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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