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 전달 공문 한 장…'형식적 조치'그쳐

홍준표 도지사가 밀양 송전탑 사태 후유증 해결에 나서겠다고 한 공식 발언 이후 경남도 후속 조치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홍 지사는 지난 14일 밀양시청에서 열린 밀양시·도정 현안보고회 '시민과 대화'에서 "송전탑 문제는 국민 모두가 가슴 아픈 일이다"며 "우여곡절 끝에 송전탑 설치가 완료됐기에 후유증을 최소화하도록 밀양시, 한전, 여러 사람과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송전탑 반대 주민이 대책 마련에 나서달라고 한 요청에 대한 답변이었다. 이날 밀양시 부북면 평밭마을 이남우(72) 씨는 마이크를 잡고 송전탑 공사 때문에 그간 당해온 일을 말하며, "도지사님, 시장님. 생명이 중요하다. 죽느냐 사느냐다. 좀 살려 달라"고 호소했다.

홍 지사가 송전탑 대책 마련을 위한 협의를 하겠다고 한 지 열흘이 지난 현재 경남도의 후속 조치는 민원 전달 정도의 형식적인 행위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4일 송전탑 반대 주민의 요구와 홍 지사 답변은 담당부서로 전달됐다. 그러나 도 경제투자과는 지난 20일 한국전력공사 본사와 밀양시에 공문을 보냈을 뿐이다. 공문 내용은 이주비, 집과 땅 매입, 주민 갈등과 분열 치유 등 이 씨의 요구사항이다. 경제투자과 에너지관리담당은 "건의사항이 들어왔으니 주민 입장에서 조치를 해달라고 공문을 보냈다"고 말했다. 밀양시도 마찬가지다. 밀양시는 보고회 다음날 15일 한전에 송전탑 반대 주민 건의사항을 담은 공문을 보냈다. 도 공문에는 이 같은 조치를 했다고 알렸을 뿐이다.

10년째 끌어온 사태, 송전선로 공사가 끝났다지만 송전을 반대하며 주민이 농성 중인데 이들을 만나거나 밀양 765㎸ 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에 물어보는 과정도 없었다.

한전 태도도 미온적이다. 한전 밀양특별대책본부 관계자는 "공문이 들어온 것은 알고 있는데 민원부서에서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면서도 "그전에도 주민이 주장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한전과 주민 간 지난 7일 사태 해결을 위한 1차 대화의 자리 이후 2차 만남 일정은 잡히지 않고 있고, 주민의 농성은 길어지고 있다.

송전선로 경과지인 단장·산외·상동·부북면 주민의 상동면 고답마을 115번 철탑 현장 농성은 26일 현재 32일째다. 주민은 △10년간 폭력에 대한 한전 공식 사과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실사기구 구성과 실질적 피해 보전 △노후 핵발전소 고리 1호기 폐쇄와 전력수급계획 변경 등 여건 변화 시 철탑 철거 약속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밀양대책위 이계삼 사무국장은 "송전탑 공사로 주민들의 재산적·정신적 피해가 컸고, 송전을 하게 되면 전자파 등 건강상 피해도 우려된다. 무엇보다 이런 피해에 대해 실사기구를 구성해 제대로 된 조사를 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와 한전이 보상으로 송전탑 공사를 강행하면서 마을공동체가 분열되고 주민 간 갈등문제가 심각하다"며 경남도와 밀양시의 적극적인 대책마련과 중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