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 따라 내 맘대로 여행] (49) 전북 무주 스키장

소한도 지났고 대한도 지났건만 동장군의 위용은 현재 진행형이다. 지금이 아니면 느낄 수 없는 몇 가지가 있다. 눈부신 순백의 스키장. 이제 막 눈이 살포시 내린 듯 보드라운 설원 위를 거침없이 질주하는 기분이란.

덕유산에 자리한 무주(전북 무주군 설천면 심곡리 산 43-15)의 설국을 찾아 떠났다.

덕유산은 크고 넓다. 거창군과 함양군, 전북 무주군과 장수군 등 2도 4군에 걸쳐 있다. 최고봉인 향적봉을 중심으로 대봉과 중봉, 무룡산과 삿갓봉 등 해발 1300m 안팎의 장중한 능선이 남서쪽으로 30여㎞를 뻗어 있다. 장중한 만큼 계절별로 보여주는 덕유산의 모습 또한 유려하다.

이 가운데 겨울의 덕유산은 남쪽에 있으면서도 눈부신 하얀 세상을 연출한다. 베이스는 만선과 설천, 두 곳이다. 하루 평균 1만여 명의 스키어와 보더가 찾을 정도라니 그 규모도 어마어마하다. 너른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셔틀버스를 기다리면 베이스까지 어렵지 않게 갈 수 있다.

설국세상이 펼쳐졌다. 햇살에 반사된 눈꽃세상에 눈이 부시다.

최상급자 코스인 '레이더스'는 상단평균 경사도가 70%로 국내 최대 경사도를 자랑하는 곳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곳으로 알려진 '실크로드'는 슬로프 길이가 6.1㎞에 달한다. 탁 트인 경관과 함께 고사목에 핀 눈꽃과 설경을 감상하는 재미가 일품이라고 한다. 능숙하지 않다면 완만한 경사에다 주위 풍경까지 즐길 수 있는 초급자용 코스의 '서역기행'(길이 3.4㎞)이 부담이 덜할 듯하다.

겨울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스키장. 초보자라면 스키장 한편에 마련된 스키 학교에서 스키 강습을 받을 수도 있다. /최규정 기자

하얀 눈을 가르며 거침없이 질주하는 사람들의 얼굴은 상기돼 있다. 어느새 열기로 겨울이 펄떡인다. "얼굴은 차갑고 몸은 뜨겁고 걷는 게 힘들다고 멈춰 서면 얼어 죽으니깐, 심장이 터지도록 걷고 또 걸어야 하는 겨울 산이 좋다"던 어느 드라마 여주인공의 대사가 떠오른다. 거칠 것 없는 속도도 스릴 있지만 겨울 스포츠의 묘미는 이런 것이 아닐까.

"아이들과 방학 내내 집에만 있다가 겨우 시간을 내 당일치기로 왔어요. 새벽 5시에 관광버스에 올랐죠. 저녁에 다시 집으로 가는 일정인데 오히려 덜 피곤하고 경제적으로도 다녀오기 괜찮은 것 같아요." 초등학생 자녀 둘과 함께 창원에서 왔다는 부부는 일분일초가 아깝다는 듯 부지런히 몸을 움직인다.

장비 구입 등 경제적 부담을 줄이려면 정오부터 밤 10시까지 즐길 수 있는 후야권 기준으로 스키는 2만 9000원, 보드는 3만 1000원에 대여할 수 있다. 리조트 투숙객도 할인(40%)된다. 카드사 제휴나 스키장 홈페이지 회원등록 등을 통해 정상요금보다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어린이나라 눈썰매장'도 마련돼 있다. 아이와 함께 동심으로 돌아가기 딱 좋은 장소다. 어른은 1만 1000원, 어린이는 1만 원이다.

설경을 즐기고 싶다면 15분 정도 곤돌라를 타고 해발 1520m 설천봉에 올라가보자. 설천봉에서 향적봉까지는 단 20분 정도면 오를 수 있다. 경사도 완만하여 아이와 함께라도 쉽게 오를 수 있다. 이용 요금은 일반은 왕복 1만 4000원, 어린이는 1만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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