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마산센터 폐업 철회 집회…대책위, 시민에게 눈물로 호소
21일 낮 창원시 상남동 삼성전자서비스 창원센터 앞. 삼성전자서비스 진주·마산센터 폐업 철회를 촉구하는 집회 현장이 순간 숙연해졌다.
흐린 날씨 속 암울한 적막을 비집고 새어나온 소리는 흐느낌이었다. 백색가전을 다루며 힘깨나 쓰는 건장한 30~50대 남성 노동자들이 뺨을 타고 흘러내린 눈물을 연신 목젖으로 넘겼다.
이 눈물에는 그동안 받아 온 온갖 울분과 설움이 응축돼 있었다. 박성용 전국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경남지역쟁의대책위원회 의장이 한 투쟁 발언이 이들을 눈물짓게 했다.
박 의장이 전한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 삶은 비참했다. 이들은 새벽 6시 출근 후 회의를 한다. 본사 직원과 함께하는 회의에서 전날 '매우 만족'을 못 받은 이가 있으면 사달이 난다. 나이도 어린 본사 직원이 50이 넘은 노동자에게 "야 이 ×새끼야 그거밖에 못 해 나가 죽어라"같이 입에 담지 못할 욕을 해대는 게 예사기 때문이다.
사장 출근 후 열리는 전체 회의에서 사장은 실적을 푸념하며 "느그는 꼴찌밖에 못하냐"고 핀잔을 준다. 꼴찌라는 말은 하루라도 떨어지지 않는다.
현장은 더욱 각박하다. 삼성제품이 어찌 고장이 나느냐 막무가내 따지는 고객에게도 노동자들은 연신 "죄송하다"며 머리를 조아린다. 수리비를 받으려면 이번엔 "삼성이 왜 돈을 받느냐, 삼성이 서비스가 뭐 이따위냐"고 쏘아붙인다. 어렵게 돈을 받고 나면 이내 "누리집에 네 욕을 엄청 쓸거다"고 협박을 한다. 이런 대우에도 노동자들은 "전화 오면 '매우 만족'이라 해 주십시오"하고 구걸을 한다. 점심도 제대로 못 먹고 오후 8~9시께 회사로 돌아가면 '만족'을 받은 직원은 '반성문'을 쓴다. 사장은 "불만보다 만족 받은 놈이 더 나쁘다. 매우 만족을 구걸하지 못한 놈이기 때문"이라며 분을 삭이지 못한다. 반성문을 작성하고 집에 들어가는 시간은 새벽 1~2시다.
박 의장은 "하루는 한 젊은 조합원이 더는 노조를 못하겠다고 했다. 이유를 물으니 임신한 아내가 자신을 회유하러 온 사장이 매일 집 밖을 지키고 섰기 때문"이라면서 "그 스트레스로 그 친구 아내는 유산을 해 자살을 시도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그 후다. "그렇게 집에 돌아오니 이제는 내 아내가 차 안에 연탄을 피우고 자살을 시도하고 있더라…." 박 의장 아내는 사장이 박 의장에게 수천만 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 방침을 밝힌 편지를 보고 삶에 의욕을 잃었던 것이다.
박 의장은 잠시 말문을 멈추고서 다시 말을 이었다. "그때 결심했다. 죽으라면 죽겠다. 그래도 한 놈은 죽이고 죽겠다. 그래서 지금껏 버텼다. 근데 또 삼성이 우리 노동자 가족을 죽이려 한다. 선배 노동자들, 여기 지나는 시민들께서 우리를 살려달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