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맛집]창원시 회원동 '행복한 죽'

맛있는 전복죽 한 그릇에 속이 든든하다. 건강한 재료로 맛을 냈으니 기운이 나는 건 덤이다.

'행복한 죽'은 창원 마산회원구 회원동에 있는 22㎡(6.5평) 규모의 작은 죽집이다. 메뉴에 없는 야채죽을 포함해 종류는 여섯 가지. 종류가 적어 보이지만 맛을 느끼기엔 충분하다.

자리를 잡고 전복죽과 팥죽을 주문했다. 동시에 정언송(53) 사장의 손길이 분주해진다. 재료를 손질해두지 않아 조리 시간이 오래 걸려서다.

"재료는 주문이 들어오면 손질합니다. 미리 준비해 두면 그 신선함이 사라지기 때문이죠."

전복죽은 약간 설익은 밥에 참기름을 넣고 빠른 손길로 볶다가 전복 내장을 갈아 넣는다. 물을 넣고 끓기 시작하면 다져 놓은 전복을 넣는다. 4년된 신안소금으로 간을 한다. 팥죽에 들어가는 팥은 함안군 여항리 것을 쓴다. 하루 한 번 삶아 찜기에서 보온하고 주문이 들어오면 분쇄기에 넣고 간다. 미리 갈아두면 쉽게 상해서다.

공간이 협소하고 열린 주방이라 모든 조리 과정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유심히 살펴보니 칼 하나 예사로 쓰지 않는다. 한 번 썼다하면 물에 씻고 또 씻고를 반복한다. 부지런하고 꼼꼼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 본인은 힘들겠지만 손님 입장에선 미소가 절로 난다.

"일부러 주방을 보이도록 했어요. 가게 밖에서도 다 보입니다. 그만큼 맛과 위생 모두 자신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죽과 함께 나오는 반찬은 사서 쓰지 않고 모두 정 씨가 손수 장만했다. 특히 김치 재료인 배추는 창녕군 남지에 있는 본인 텃밭에서 직접 가꿨다.

어느새 전복죽과 팥죽이 마련됐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전복죽 먼저 입에 넣었다. 고소한 참기름향이 반갑게 인사한다. 그대로 입을 다물면 부드러운 식감 덕에 눈이 절로 감긴다. 소화가 쉽도록 잘게 썬 전복이 식감을 더한다. 팥죽도 한입 먹어봤다. 팥향이 물씬 나는 것이 재료 본연의 맛을 잘 살렸다. 간간이 씹히는 부드러운 새알도 팥죽에 빼놓을 수 없는 매력.

'행복한 죽'의 전복죽 상차림. /최환석 기자

이 모든 것을 재료를 미리 손질해두지 않은 덕분에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이쯤에서 궁금해지는 것이 하나 있다. 많고 많은 음식점 가운데 왜 하필 죽집이었을까. 정 사장이 밝힌 까닭은 두 가지였다.

"행복한 죽 이전엔 창원 중앙동에서 식당을 했어요. 술 손님이 많은 것이 계속 걸렸습니다. 그래서 술을 팔지 않는 음식점은 없을까 고민하다가 죽집을 떠올렸습니다. 또 하나는 막냇 동생 때문인데요. 7년 동안 식물인간 상태에 있다 저세상으로 떠났습니다. 동생을 매일 간호하던 어머님이 이가 다 빠질 정도로 고생을 하셨어요. 어머님을 위해 매일 죽을 쒀 배달했죠. 7년 동안 죽을 쒔으니 누구보다 맛있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던 거죠."

이곳은 맛도 맛이지만 다른 죽집에 비해 가격이 무척 저렴하다. 비슷하게 받아도 될 텐데 왜 이렇게 값을 매겼냐고 묻자 정 씨는 얼굴을 붉히며 "도저히 비싸게 못 받겠더라. 이 정도 받아도 남으니까 괜찮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향이 그윽한 팥죽.

정 씨는 새벽 6시 하루를 시작한다. 출근길에 죽을 포장해가는 손님이 많아서다. 아침부터 온종일 죽을 쑤다보니 손가락에 류머티스 관절염까지 왔다. 그래서 신문에 나오는 것이 부담스럽다.

"손님은 지금이 적당합니다. 하루 평균 20만 원 정도 파니까 더 바랄 것 없어요. 신문에 나오면 더 바빠질 텐데 그게 참 걱정이네요. 그래도 예전 식당할 때와 비교하면 마음은 훨씬 편합니다."

행복한 죽은 매주 일요일 문을 열지 않는다. 정 씨가 워낙 가만히 있는 것을 싫어하는 터라 이날만큼은 열심히 놀러 다닌다고. 기억해뒀다가 빈걸음 하는 일 없도록 하자.

<메뉴 및 위치>

◇메뉴 : △전복죽 1만 원 △팥죽 6000원 △야채죽 6000원.

◇위치 : 창원시 마산회원구 북성로 128.

◇전화 : 055-222-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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