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 그후]쌀 시장 전면개방에 농사 포기 고민했던 창녕 농민-2014년 7월 21일 자

지난해 7월 18일 정부는 쌀 시장 전면개방을 선언했다. 며칠 후 창녕농민회에서는 논을 갈아엎는 것으로 그 분노를 대신했다. 창녕농민회장인 김창수(44·창녕군 도천면) 씨는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으로 그 모습을 지켜봐야만 했다. 당시 김창수 씨는 "정부가 의무수입물량 확대 이야기를 하면서 우리와는 경우가 다른 필리핀 사례를 꺼내며 사실을 호도합니다"라며 정부 불신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했다.

"쌀 관세율이 최소 300% 이상은 되어야 합니다. 단언컨대 그 이하로 떨어지면 농사지을 사람 아무도 없습니다." '쌀 관세율'은 최소한의 보호 장치다. 예를 들어 미국 쌀 가격이 80kg 기준으로 6만~7만 원이라고 했을 때 관세율 300%면 국내에서 18만~20만 원으로 거래되는 것으로, 이 정도는 되어야 국내 쌀 가격 경쟁력이 그나마 유지된다는 의미다.

그리고 올해 쌀 시장 전면 개방이 시작됐다. 정부는 관세율을 513%로 매겼다. 6개월 전 김 씨가 얘기했던 '최소 300%'를 훌쩍 웃돈다. 하지만 김 씨를 비롯한 농민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상대편 국가는 가만히 있습니까? 자기들도 돈 되는 쪽으로 협상하려 하지 않겠어요? 우리 생각대로 받아들일 리 없습니다."

실제 미국·중국·호주·태국과 같은 나라에서 이의를 제기했는데, 앞으로 협상 과정에서 관세율 513%는 언제든지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 김 씨는 이미 6개월 전 이런 상황을 예견하고 있었다.

"우리끼리 관세율 300%니 400%니 500%니 이야기하는 것은 떡줄 사람은 생각도 안 하는데, 김칫국부터 마시는 격입니다. 상대국과 협상하기 전에 국내에서 아예 법적·제도적 보호 장치를 우선 만들어 둬야 한다고 끊임없이 이야기했습니다."

이런 농민 요구를 정부는 받아들이지 않고 무턱대고 '믿어달라'고만 당부했다. 513%라는 고관세를 매겼지만, 이는 우리 바람일 뿐이다.

그는 여전히 창녕농민회를 이끌고 있다. 농민회에서는 대응 방향에 대해 계속 논의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추이를 좀 더 지켜보자는 쪽이다. 하지만 크게 기대하지 않는 눈치다.

"예전 김영삼 대통령이 쌀 시장 개방만큼은 직을 걸고 막겠다고 하더니, '협상 과정에서 어쩔 수 없었다'며 개방했잖아요. 지금도 그렇습니다. 관세율 협상에 대해 큰 기대는 안 합니다."

김 씨는 농과대학을 나와 고향에서 젊었을 때 농사를 시작했다. 2만 7768㎡(8400평) 땅에서 벼농사를 하고 있다. 2013년에는 벼농사로 벌어들인 순수입이 1000만 원 정도에 불과했다. 내년에는 큰 아이 대학 등록금도 생각해야 한다.

지난해 쌀 시장 전면 개방 직후 창녕군 도천면 들녘에서 만난 김창수 씨는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경남도민일보 DB

"2013년에는 쌀 40kg 기준 가격이 5만 7000원이었는데, 2014년에는 5만 1000원으로 더 떨어졌습니다. 그러니 수입이라고 할 게 있겠어요? 이렇게 쌀값은 더 안 좋아졌는데, 아이들 교육비는 더 늘었습니다. 이모작으로 마늘을 하고는 있지만, 6월이나 되어야 돈을 만질 수 있으니…. 그래서 오이 시설하우스에 손을 댔습니다. 이제 시작이라 어떻게 될지 모르겠는데, 이거라도 좀 돼서 살림살이와 애들 교육비에 보탬이 되면 좋으련만…." 그는 6개월 전, 상황에 따라서는 벼농사를 손 놓는 것까지 마음에 두고 있었다. "직업이 농업이다 보니 아직은 쌀농사를 쉽게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정부 협상 추이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데, 만약 관세율이 300% 이하로 떨어지면 그때는 정말 미련없이 포기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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