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환 씨 집 계약 등 저돌적 추진…신중한 기영 씨도 어느새 동조

유독 성격 급한 남자와 매사 신중한 여자가 만났다. 둘의 다른 성격은 각자에게 없는 부분을 좋은 쪽으로 채워주기도 하고, 또 때로는 부딪치는 부분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14일 결혼 후 창원에 보금자리를 마련한 김동환(35)·박기영(34) 부부. 첫 만남은 결혼 10개월 전으로 거슬러 간다.

동환 씨 직장동료이자 기영 씨 사촌오빠가 둘을 엮어주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 서로에 대한 첫인상은 나쁘지 않았다. 동환 씨 눈에 기영 씨는 '스파게티 좋아할 것 같은 도시적인 여자'로 느껴졌다. 기영 씨 눈에도 동환 씨가 들어왔다.

그런데 기영 씨 눈에 거슬리는 장면이 있었다.

"우선 커피전문점에 들어가려 했는데, 이 남자가 대뜸 자기는 커피 싫어한다는 거예요. 싫으면 다른 거 마시면 될 텐데 말이죠. 결국 술집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죠. 좋게 생각하면 자기 주관이 뚜렷한 거지만, 그때는 좀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엇박자가 있었지만 그래도 대화를 나눠보니 말은 곧잘 통했다. 하동 진교가 고향인 동환 씨는 유독 사투리가 심했는데, 기영 씨 눈에는 싹싹함으로 느껴졌다.

얼마 후 자연스레 두 번째 만남으로 이어졌다. 기영 씨는 뜻하지 않은 선물을 받았다.

"차에 올라타니 예쁜 노란색 양말이 있더군요. 설을 앞두고 있어서 하나 샀다는 겁니다. '만난 지 얼마 됐다고 선물?'이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상남자인 줄 알았는데 이런 면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호감도가 높아지더군요."

그 두 번째 만남에서 훌쩍 가까워질 수 있었다. 두 사람의 다른 성격은 이때부터 확연히 드러났다.

첫 만남 이후 2주 만에 사귀기 시작했는데 성격 급한 동환 씨가 저돌적으로 밀어붙였기 때문이다.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던 기영 씨는 나름 버틴다고 버텼지만(?) 곧 받아들였다.

연애를 시작하자 동환 씨는 곧바로 다음 단계에 들어갔다. 결혼에 대한 마음을 숨기지 않으며 틈을 주지 않았다. 기영 씨는 동환 씨의 이런 속도를 따라가는 게 쉽지 않았다.

"지난해 6월까지는 회사 일로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 이후 마음의 여유를 두고 싶었는데, 본격적으로 결혼 이야기를 꺼내더군요. 그런데 한 발 더 나아가 아예 신혼집까지 알아보고 다니는 겁니다. 물론 '그냥 보기만 하자'고 해서 저도 몇 번 따라가서 집을 둘러보기는 했지요. 그런데 얼마 후 집을 계약했다는 겁니다. 정말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더군요. 그런데 이 남자가 작전을 또 잘 세웠더라고요. 계약한 집을 부모님께 이미 보여드렸던 거죠. 화가 났지만, 부모님까지 보신 마당에 저도 더 이상 어쩔 수 없었죠."

사계절은 겪은 후 결혼하고 싶었던 기영 씨는 나름 저항(?)한다고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자신도 결혼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동환 씨 이야기를 들어보면 온도 차가 있다.

"결혼을 서두른 건 부인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사귀다 보면 서로 결혼하게 될 사이인지 아닌지 알잖아요. 저는 그런 확신이 들었기에 굳이 늦출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거죠. 집도 제가 일방적으로 계약했다고 하지만, 같이 보러 갔고, 또 다 알고 있었는데 괜히 저렇게 말하는 겁니다."

그러자 기영 씨가 "자기 합리화하기 위한 말들이에요"라며 말문을 막는다. 물론 티격태격하는 와중에도 둘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이런 마음은 기영 씨 말 속에도 잘 묻어난다.

"지금도 저는 뭐 하나를 사더라도 많은 시간을 들입니다. 남편은 그걸 보고 있다가 덜컹 주문해 버립니다. 그럴 때 제가 싫은 소리는 하지만, 그렇게 구매해서 막상 써 보니 안 좋았던 적은 없었거든요. 이렇듯 남편은 제가 가지지 못한 결단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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