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장열전] (5) 전창대 창원시청 테니스팀 감독

창원시청 테니스팀 전창대(55) 감독은 경남 테니스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마산고 3학년 시절이던 18살에 최연소 태극마크를 달았고, 1979년 데이비스컵에서는 한국이 대회 출전 20년 만에 동부지역 준결승에 진출하는 데 일익을 담당했다.

약관의 나이에 대한민국 테니스를 호령한 그는 이후 명지대와 대우중공업에서 12년가량 선수생활을 했다. 고향인 창원에 내려와 시청에서 후배들을 지도하기 시작한 건 지난 2001년부터다.

전 감독은 창원에서 최주연, 이은정, 장경미, 유민화 등 한국 여자 테니스 계보를 잇는 실력파 선수들을 연이어 배출한 말 그대로 '명장'이다.

전 감독의 장수 비결은 바로 '솔선수범'. 뒤에 앉아서 선수들에게 명령하는 보스형이기보다 맨 앞에서 조직을 이끄는 리더형에 가깝다. 그는 요즘도 매일 아침 8시면 창원시립테니스코트로 출근한다. 지도자 생활을 시작하고 한 번도 어겨본 적 없는 철칙이다.

"마산동중 2학년 때 처음 라켓을 잡은 이후 40년 넘게 라켓만 잡다 보니 집보다 코트가 더 편하게 느껴질 때가 잦다. 선수보다 일찍 훈련장에 나오는 탓에 눈치가 보일 때도 있다. 그럴 때는 선수들이 나오기까지 차에서 기다리기도 한다."(웃음)

지난 12일 오전 창원시립테니스코트에서 경남도민일보와 인터뷰 중인 전창대 감독.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지역 선수 영입 연고지 활성화 앞장 = 그는 경기장 밖에서도 살뜰히 선수들을 챙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운동량이 많기로 소문난 창원시청 테니스부이지만 그렇다고 매일 운동만 하는 것은 아니다.

날씨가 좋은 날엔 산에 오르기도 하고, 단체로 영화관을 찾아 스트레스를 풀기도 한다.

합숙생활을 하는 선수들에겐 때로는 '비타민'도 필요하다는 게 전 감독의 지론이다.

"나도 선수생활을 해봐서 잘 안다. 아침에 선수들 표정을 보고 충전이 필요하구나 싶음 곧바로 색다른 이벤트를 준비한다. 네트를 오가는 종목이 생각보다 운동량이 많기 때문에 훈련과 회복을 번갈아가며 해줘야 운동에 무리가 오지 않는다."

전 감독은 선수들을 때로는 꾸짖고 때로는 감싸주며 팀의 중심으로 자리를 잡았다.

지역에 대한 애정도 둘째가라면 서러운 그다. 선수를 스카우트할 때 비슷한 수준이거나, 조금 떨어지더라도 가능성이 보이면 주저 없이 연고 지역 선수를 택한다.

그는 "테니스팀은 합숙생활을 주로 하기 때문에 선수의 심성이나 팀 적응력 등도 스카우트의 중요한 요건이다. 지역 출신은 성장과정을 지켜봤기 때문에 아무래도 실패 확률이 낮다. 팀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창원시청 남녀 선수 7명 가운데 창원 출신 선수는 3명이나 된다. 여자팀은 창원 명지여고 출신 2명을 뽑았고, 남자팀도 마산고 출신 최승리가 시청 유니폼을 입고 있다.

성적만 고집했다면 타지에서 우수 선수를 영입했겠지만 전 감독은 당장 '성적'보다는 '미래'를 선택했다. 연고 지역 테니스 활성화를 위해서는 지역 출신 선수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경남 테니스는 역사와 전통에다 창원시립테니스코트라는 우수한 시설도 갖추고 있다. 다만 A급 선수가 잘 나오지 않아 아쉬웠다. 몇 해 전부터 좋은 선수를 키워내겠다는 각오로 꾸준히 지역 선수를 스카우트하고 있다."

선수시절 그는 175㎝의 키에 68㎏이라는 탄탄한 체격 조건을 자랑했다.

세월의 무게를 못 이겨 지금은 후덕한 인상의 중년 남성이지만, 타고난 승부욕만큼은 전성기 못지않다.

전 감독이 말하는 승부욕은 반드시 이기겠다는 욕심이 아닌 포기하지 않는 근성이다.

그는 "실력 차가 나는 건 인정할 수 있어도 근성이 부족한 것은 절대 용납 못한다.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근성이 없는 플레이를 했다가는 혼쭐이 난다"고 강조했다.

"내가 고교 시절 1인자가 된 데는 끊임없는 훈련이 컸다. 당시 감독님은 정식으로 테니스를 배운 분도 아니었다. 죽으라고 랠리만 시키다 보니 스트로크에 관한 한 나를 따라올 자가 없었다."

추구하는 팀 컬러도 질 때 지더라도 쉽게 경기를 내주지 않는 끈끈함이다.

창원시청 경기는 6-0, 6-1 일방적인 결과가 거의 없다. 확실한 우세가 점쳐지는 경기도 코트 밖에서 고함을 지르며 선수들을 진두지휘한다.

◇일기 쓰며 자신 돌아보고 반성 = 전창대 감독은 매일 일기를 쓴다. 자신을 다잡고 채찍질하기 위해서다.

그의 책상 한쪽엔 몇 년치 일기장이 놓여 있다. 누굴 만나 어떤 이야기를 나눴고, 점심은 뭘 먹었는지 사소한 일상이 빼곡히 적혀 있다.

전 감독은 "해마다 같은 사이클로 반복되는 지도자의 삶은 매너리즘에 빠지기 딱 좋은 조건"이라며 "일기는 곧 나만 보는 매일 매일의 기록이다. 차분히 나를 돌아보고 반성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고 말했다.

지도자 생활 마지막을 바라보는 시점에서 그는 '테니스=창원'이라는 공식을 꿈꾸고 있다.

"창원은 테니스에 대한 열기가 어느 곳보다 높은 도시다. 창원국제챌린저대회는 여러 국내 대회 가운데 갤러리가 많기로 유명하다. 국제 규격을 갖춘 테니스 코트에다 시민들의 열기까지 어느 하나 부족함이 없다. 남은 건 창원을 대표하는 대형 선수를 키워내는 것이다. 아직 정년까지 6년가량 남았으니 꿈을 이루고 은퇴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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