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 따라 내 맘대로 여행] (48) 전남 여수 빛노리야 축제

여수 밤바다

이 바람에 걸린 알 수 없는 향기가 있어

네게 전해주고파

전활 걸어 뭐하고 있냐고

나는 지금 여수 밤바다, 여수 밤바다

-버스커버스커 '여수밤바다' 중

수없이 입안에서 머물렀던 곳이다. 노래에 갇힌 익숙함은 한 번도 가지 못한 곳에 대한 그리움을 만들어냈다.

전남 여수는 비교적 잘 알려진 섬이 많다. 긴 방파제로 연결되고 동백 등 희귀한 수목과 기암절벽이 아름다운 오동도, 한국의 4대 관음기도처 중 하나로 알려진 향일암이 있는 돌산도, 모세의 기적과 같은 물 갈라짐 현상으로 일곱 개의 섬이 'ㄷ'자형으로 연결되는 사도, 청정해역과 기암괴석이 즐비한 금오도, 영국과 역사적 사건이 있었던 거문도 등이 그곳.

이토록 갖가지 사연과 역사를 담은 섬을 많이 가진 지역이 또 있을까.

이 가운데 발길이 닿은 곳은 돌산공원(전라남도 여수시 돌산읍 우두리 산 1)과 거북선공원 일대다. '여수는 낮보다 밤이 더 아름답다'란 주제로 내달 25일까지 '여수 밤바다, 빛 노리야' 축제가 열리는 곳이다.

밤이 되기를 기다리는 것 또한 지루하지 않다. 여수엑스포 박람회장 안에 있는 아쿠아플라넷부터 일정을 잡았다. 지상에 있는 수조 가운데 가장 큰 곳이라지만 망망대해를 떠돌던 물고기들에게는 어찌 그러하겠는가. 흰돌고래 '벨루카'와 펭귄, 거대한 가오리, 망치 상어 등 희귀한 물고기를 마주하니 눈을 뗄 수가 없다. 이어 펼쳐지는 마린 걸즈의 공연과 다양한 체험 등으로 시간은 훌쩍 흘러간다.

겨울의 밤은 일찍 찾아온다. '스며든다'는 표현은 겨울 밤과 맞지 않다. 금세 칠흑 같은 어둠으로 들어간다. 여수의 밤을 보기 위한 사람들로 돌산공원 입구가 북적인다. 초저녁부터 자동차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아무래도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편이 나을 듯하다.

공원에서 멀찌감치 내려 걸었다. 팔색조처럼 빛으로 모습을 바꾸는 돌산대교가 보인다. 한 걸음 한 걸음 걷다 보면 밤바람이 그리 매섭지 않다. 바다를 건너오는 동안 겨울 바람은 한층 그 기세가 꺾이는 듯하다.

빛의 향연으로 공원이 넘실거린다.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하늘의 별들이 죄다 내려와 나무와 바다, 그리고 갖가지 조형물에 걸린 듯하다.

'빛노리야'는 수많은 불빛 아래 많은 사람이 모여서 흥겹게 노니는 모습을 빛 놀이로 표현한 것이다. 그 놀이를 소리 나는 대로 불렀다. 형형색색의 아기자기한 일루미네이션으로 꾸며졌다. '반지포토전'과 갈매기·조명이 함께 어우러진 '갈매기의 꿈' , 빛의 터널 등 갖가지 테마로 여수의 밤을 밝혀 놓았다.

여수 밤바다를 가로지르는 케이블카도 어스름 조명을 밝히고 부지런히 돌산(섬)과 자산(육지)을 오가고 있다. 국내에서 유일한 바다 위를 통과하는 해상 케이블카다. 아시아에서 홍콩과 싱가포르, 베트남에 이어 네 번째란다. 해상 케이블카 너머로 거북선대교도 환한 빛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있다.

화려한 빛의 공간에서 바라본 여수 밤바다. 이 조명에 담긴 아름다운 얘기가 있는 듯하다. 밤바다에 걸린 향기가 있는 것도 같다. 여운이 바다 위에 비쳐 흔들리는 조명과 같이 길게 꼬리를 그리고 있다.

△여수의 먹을거리 = 돌산공원 아래로 횟집이 즐비하다. 바닷가 지역답게 해산물로 가득한 화려한 밑반찬이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여수의 유명한 돌산 갓김치부터 낙지 호롱구이, 산 낙지 등이 나온다. 뜨뜻한 홍합탕으로 속을 데우고 나면 싱싱한 회와 매운탕을 바다를 마주하고 먹을 수 있다. 창문 너머로 바다는 잔잔하다. 석양이 지는 시간에 이곳을 찾는다면 멋진 경치는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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