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지원 밑바탕 기념사업·전시 등 계획…비정형 회화·추상조각 선구자

도내 문화계로선 어느 때보다 뜻깊은 2015년입니다. 한국 현대미술을 독자적으로 개척한 김종영(1915~1982), 전혁림(1915~2010) 작가 탄생 100주년을 맞기 때문입니다.

김종영은 한국 근대 조각의 선구자이고 전혁림은 한국적 색면추상을 구축한 화가로 이름을 남겼습니다.

올해 상반기 창원과 통영에서 이들을 기립니다.

◇김종영, 창원의 문화자산

오는 5월 김종영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불각의 미, 김종영을 기리며'(가제) 행사가 창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김종영이 창원을 대표하는 문화예술인이자 문화콘텐츠임을 강조하는 자리다.

지난해 지역 예술인들은 '김종영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추진위원장 박금숙·김일태)를 결성했다. 추진위는 김종영이 창원 출신임에도 지역민에게 인지도가 낮은 것을 안타까워했다. 그의 제자와 유족들이 서울에서 우성김종영기념사업회를 발족해 미술관을 세우고 각종 세미나와 전시회를 열고 있지만, 정작 생가가 있는 창원에서는 아무 것도 없었다.

'불각의 미, 김종영을 기리며' 사업은 이런 고민 속에서 계획된 것이다. 조형물 제막과 학술세미나, 자료집 발간, 꽃대궐 음악회, 김종영조각상 수상작 초대전, 학교 방문 교육, 생가 주변 정비 등을 위한 예산 확보에 힘썼다. 결과는 성공적이다. 경남도와 창원시가 1대 1 매칭으로 각각 1억 300만 원을 배정했다.

김종찬 창원예총 기획단장은 "애초 예상했던 예산보다 줄어 세부 프로그램을 손봐야 한다. 조만간 회의를 열고 사업을 수정·보완할 계획이다. 김종영 선생이 창원의 아주 중요한 문화자산임을 알리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성김종영기념사업회도 힘을 보탠다. 김종영미술관에 따르면 '우성 김종영과 그의 시대'라는 이름으로 김종영미술관과 서울대미술관, 경남도립미술관에서 순회 전시를 할 계획이다.

경남도립미술관은 오는 9월 3일부터 3개월간 '김종영의 삶과 예술 재조명·한국 현대조각의 형성기의 조각가들'을 주제로 전시를 펼친다.

박춘호 김종영미술관 학예실장은 "도립미술관 기획전은 앞서 서울에서 열릴 전시를 통합해 진행된다. 창원에서도 김종영 선생이 한국 조각에 끼친 영향이 얼마나 큰 것인지 조명할 필요가 있다"며 "김종영 탄생 100주년 행사는 그가 이룩한 성과를 검증하는 데 중점을 둘 것"이라고 밝혔다.

◇전혁림, 통영의 브랜드로

한국 추상화를 독특한 색감으로 개척한 전혁림 화백도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는다. 그동안 1916년생으로 알려졌지만 전혁림미술관 측은 1915년생이라고 지난해 10월 공식적으로 알렸다.

전혁림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은 통영시가 주축이 되어 꾸린다.

시는 올해 지역문화예술활동 지원 부문 예산에 '전혁림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을 편성했다. 전혁림특별전 2000만 원, 전혁림예술제 행사 경비 1000만 원 등이다. 경남도도 같은 사업에 4000만 원을 지원한다.

통영시는 전혁림기념사업추진위원회를 새로 구성할 계획이다. 전혁림의 아들 전영근 화가가 운영하는 전혁림미술관과 머리를 맞대 조직을 꾸린다.

100주년 기념행사는 오는 5월 5주기 추모제와 함께 진행될 예정이다.

통영시는 전혁림 미술상 제정, 추모제, 전혁림 거리 선포식, 특별방송 제작 등을 계획하고 있다. 지난해 김이환(수원 이영미술관) 관장이 제시한 밑그림을 바탕으로 했다.

김이환 관장은 작년 5월 전혁림미술관에서 열린 4주기 추모제 때 '살바도르 달리 탄생 100주년 행사'를 언급했다. 그는 "스페인은 2004년을 살바도르 달리 탄생 100주년 해로 선포했다. 그해 외국 관람객 1000만 명이 다녀갈 정도로 호응을 얻었다. 통영에서 전혁림 해를 만들어 보자"고 말한 바 있다. 전혁림과 김 관장은 20여 년간 교류한 각별한 사이다.

김정길 통영시 문화예술담당 직원은 "살바도르 달리 탄생 100주년으로 스페인 카탈루냐 지역은 세계적인 관광지가 됐다. 통영도 그럴 수 있다고 본다"며 "예산에 맞춰 사업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통영 봉평동 도로 1.5㎞를 전혁림 거리로 선포하고 전혁림 미술상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영근 관장은 "그동안 미술관 자체적으로 추모제를 해오다 올해 경남도와 통영시 지원을 받게 됐다. 아주 반가운 일이다. 앞으로 시와 협의해 탄생 100주년 행사를 잘 기리겠다"고 말했다.

전혁림·김종영은…비정형 회화·추상조각 선구자

평생 통영을 지킨 전혁림은 1915년 1월 21일 통영에서 태어나 2010년 5월 25일 타계했다.

'통영의 화가', '색채의 마술사'로 불리는 전혁림은 미술을 체계적으로 배우지 못하고 독학으로 익혔다.

지역색 강한 소재로 강렬하고 화려한 그림 세계를 보여준다. 구상과 추상을 오가는 독특한 작업을 했다.

1950년대 앵포르멜이 주류를 이루는 비정형 회화를 부산에 최초로 선보여 부산 근현대 미술을 일으켰고 영남지역 비구상회화의 근원이 됐다.

2002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로 선정됐다.

우성 김종영은 1915년 6월 26일 창원군 소답리에서 태어나 1982년 12월 15일 세상을 떠났다.

창원시 의창구 소답동에 옛 모습을 간직한 그의 생가가 있다.

김종영은 한국 현대조각 1세대다. 한국 추상조각을 개척했다. 고향인 창원에서 활동은 드물다. 서울대 교수로서 후학 양성에 힘썼다.

김종영은 서구에서 유래한 모더니즘 조각에 한국적인 정서와 감성을 더해 자신만의 고유한 색깔을 만들었다.

지난 1995년 정부가 '미술의 해'를 제정해 국내 근·현대 작가를 알릴 때 김종영은 조각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