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극-적극 다른 성격, 6년간 마법 같은 끌림…부족한 부분 서로 채워주며 맞춰나가

김연욱(31) 김은혜(28) 씨는 결혼한 지 한 달 좀 지난 새내기 부부다. 창원에서 인연을 맺어 지금은 울산에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지금 집안일은 연욱 씨 몫이다. 그의 말을 빌려보자면 이렇다.

"은혜는 이제 세탁기 돌리는 것 정도만 할 줄 알아요. 얼마 전에는 만두 삶다가 다 태워버렸죠. 그래서 음식·설거지·청소·빨래는 제가 도맡아서 합니다. 하지만 은혜도 이것저것 배우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아요. 나중에 평생 하게 될 것이기에, 지금은 조금 더 잘하는 제가 불평 없이 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지난 시간에서도 연욱 씨가 좀 더 유별스러운 쪽이었다.

둘은 교회에서 처음 만났다. 아주 어릴 적부터다. 하지만 잘 알지는 못했다. 그냥 서로를 '꼬마 아가씨' '같은 교회 오빠' 쯤으로 생각할 정도였다.

"제가 중학교 다닐 때 초등학생인 은혜를 처음 봤던 것 같아요. 몸이 작고 눈만 큰 아이로 기억해요. 숫기가 없어서 친하지 않은 사람하고는 말을 안 했으니 다가가기 힘들었죠. 그래도 은혜를 이성으로 마음에 두고 있는 남자 아이들도 꽤 있었던 것으로 압니다. 저는 좀 지나 고등학교 때, 은혜랑 친했던 여자아이와 잠깐 교제하기도 했죠. 그 친구는 나중에 미국으로 이민 갔는데, 우리 둘이 결혼했다는 소식은 들었을 겁니다. 음…. 지금 우리 부부는 그 친구 이야기는 하지 않는 것을 불문율로 하고 있습니다."

둘은 스무 살 넘어서도 같은 교회에 다녔다. 하지만 각자 대학 생활이 바빠 교회에서 마주칠 일이 별로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연욱 씨 눈에 은혜 씨가 들어왔다.

"문득 보니 어릴 적 꼬마 아가씨가 예쁜 숙녀가 되어있더라고요. 특히 제 마음속에 들어온 계기는 2007년 태국에 봉사활동을 함께 갔을 때입니다. 여전히 말은 없지만, 힘든 봉사활동을 묵묵히 하는 모습이 참 예뻐 보이더라고요."

그때 이후로 연욱 씨는 교회 일을 핑계로 사심 섞인 자리를 마련하려 노력했다. 둘만 커피 마시고 밥 먹는 자리였다. 이런 시간이 반복되자 은혜 씨는 어느 정도 눈치채고 거리를 두려 했다. 물론 연욱 씨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끈질기게 다가갔다. 처음에는 교회 이야기가 주된 대화거리였지만, 조금씩 개인 이야기도 주고받기도 했다. 그렇게 1년 가까이 흘렀을 때다.

"술 한잔 먹다가 생각이 나서 '나 취했으니 집까지 데려다 달라'며 연락했죠. 은혜가 나왔더군요. 그때 장소가 신마산 댓거리 번화가 쪽이었는데, 작정하고 길거리에서 기습 뽀뽀를 했죠. 처음에는 거부하는 듯하다가, 이내 받아들이는 것 같더군요. 그렇게 말없이 집까지 함께 걸었습니다. 저는 '1년간 노력에 드디어 종지부를 찍는구나'라는 생각에 한없이 기뻤죠."

그렇게 시작한 연애는 6년 넘게 이어졌다. 이 기간 싸웠던 기억은 거의 없다. 하지만 결혼 이야기가 오갈 때 고비를 맞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6일 결혼했습니다. 은혜는 준비하고 있는 시험도 있고 해서 좀 천천히 하자는 쪽이었죠. 하지만 저는 무조건 해를 넘기지 않았으면 했습니다. 그래서 거의 일방적으로 결혼날짜를 잡았습니다. 그것 때문에 서로 힘들어했죠. 결국 서로 입장에 귀 기울였죠. 결과적으로는 제가 설득한 셈이지만요. 하하하."

연욱 씨는 성격이 활달하고 시원시원한 편이다. 결혼을 앞두고는 통 큰(?) 선물을 했다.

"남들은 프러포즈 이벤트 많이 하던데, 저는 그냥 백화점에 데리고 갔습니다. 유명 브랜드 매장에 가서는 '여기서 은혜 네 마음에 드는 것 하나만 골라라' 했지요. 마음을 단단히 먹었는데 장지갑 하나 고르더군요. 은혜가 '선물을 이렇게 무드없이 하느냐'며 투덜댔지만, 선물 앞에 장사 없다는 표정이었습니다."

은혜 씨는 성격이 소극적이다. 그러다 보니 어떤 일에서 손해를 많이 보는 편이다. 하지만 정반대인 연욱 씨가 있어 이제 든든하다. 작은 것이라도 이야기하면 연욱 씨가 나서서 뚝딱 해결한다.

그 덕에 은혜 씨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 낯을 가려 결혼 전까지 연욱 씨 계 모임에 함께 간 적이 없었다. 하지만 얼마 전 참석해서 연욱 씨 지인들과 적극적으로 어울리려 했다. 연욱 씨 입에서 절로 미소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제 한 달 된 신혼부부. 연욱 씨는 은혜 씨가 세상 물정을 잘 몰라 걱정스럽고, 또 은혜 씨는 연욱 씨가 매사 결정을 혼자 하는 것 같아 못마땅하다. 하지만 연애 6년간 그랬듯 서로에게 스며드는 법을 배워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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