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불철주야 산불 감시…봄날 푸른 산 선물

2015년 1월 1일 오전 7시 창원시 마산합포구 월영동 만날공원은 새해 첫 해돋이를 구경하려는 시민들로 붐비고 있었다. 잠시 후 작년과 같지만 느낌이 다른 첫 태양이 고개를 내밀었다. 기도하는 사람, 사진 찍는 사람, 주문을 외는 사람 등 저마다의 방식으로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고 있었다.

또 한 사람, 도대기(54) 씨도 작년과 같이 올해도 변함없이 삶의 현장, 만날공원에서 새해를 맞았다. 도 씨는 창원시 마산합포구 소속 산불전문진화대원, 이번 새해맞이 행사도 산에서 열리는 행사이기에 그는 새벽 5시부터 행사 현장을 지키고 있었다.

"매년 새해맞이 행사를 하며 혹시 모를 산불에 대비하고 예방을 하고자 나와 있죠. 담뱃불이 산불 내는 1순위예요. 그래서 '조심히 담배 피우시고 안전하게 꺼달라'고 부탁을 하고 있습니다. 새해 첫날부터 담배와 전쟁이네요. 이 일도 8년째입니다."

도 씨는 현장 업무 중이라며 더 이상의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 새해맞이 행사가 마무리된 후 마산합포구청 산불진화대 사무실에서 그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그는 2007년 옛 마산시 산불진화대원에 선발되었다. 도 씨는 주변 친구의 권유로 용돈이나 벌자는 심정으로 아르바이트로 여기고 시작하였지만, 지금은 8년 차 전문산불진화요원이 되었다.

▲ 도대기 씨는 산림과 친숙해지며 산불진화대원을 천직처럼 여긴다.

누군가는 하찮게 보는 산불진화대원 유니폼이지만 도 씨는 이 제복을 입기 위해 매년 면접과 체력 측정을 받는다.

"제가 하는 일은 평지가 아닌 산에서 일어나는 일이 대부분이죠. 그래서 체력 측정이 중요하죠. 등짐펌프 메고 100m 달리기, 전기톱 다루기 등 산불진화대원이 되려면 체력이 좋아야 합니다." 산불 때문에 존재한다는 도 씨의 하루는 산불이 발생하건 안 하건 변함없이 바쁘다. 매일 오전 9시 산불진화대 사무실로 출근하여 오후 6시 퇴근할 때까지 산불 취약지 순찰, 등산로 화기 소비물 단속, 산불 예방 계도 방송 등 업무가 산불 예방 기간 매일 반복된다.

"산불진화대원 근무 기간은 정해져 있습니다. 산불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기간인 매년 11월 시작해서 다음 해 5월 15일까지만, 근무를 하지요. 딱 6개월 보름 정도 일을 합니다. 이 기간에 휴일은 없습니다. 오직 쉴 수 있는 날은 하늘에서 비나 눈이 내리는 날, 산불 발생 조건이 해제되는 날이 휴무일이죠."

산불진화대원은 매년 선발 과정을 거쳐 가을철, 봄철 산불예방기간에만 고용되는 것, 도 씨도 예외 없이 8년째 이 과정을 거치며 산불전문진화대원으로 거듭나고 있었다. 해를 거듭하며 많이 것이 변했다. 그가 예전에 등짐펌프를 메고 산불을 진화하며 18ℓ물을 다 사용하면 산 아래까지 내려와서 다시 펌프에 물을 담고 진화 현장으로 출동하곤 했다. 그러던 산불진화장비는 등짐펌프에서 진화차량으로 발전했다.

이제는 차량에서 소방호스를 연결하고 곳곳에 분배기를 달아 산불을 진화한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산불진화장비가 발달하고 방재 시스템이 발전해도 산불 현장에 진화대원이 가야 하는 것은 변함이 없다.

"제가 맡은 구역에서는 무학산이 761m로 제일 높죠. 거기 무학산 서마지기에 산불이 나면 소방항공대가 하늘에서 산불을 진화해도 뒷불을 막기 위해 반드시 현장에 가야 합니다. 결국, 사람이 가야 산불은 꺼지죠."

도 씨는 1년 중 6개월 15일을 산불전문진화대원으로 근무하고 3개월 치 고용보험을 받은 후 다시 선발 시험과 면접을 거쳐 산불진화대원이 된다. 몇 년 전 법이 바뀌어 65세로 정년(?)이 연장됐다. 그에겐 희소식이었다.

도 씨는 산, 산림과 친숙해지며 산불진화대원을 천직처럼 여긴다. 그리고 그는 마산합포구청 산불진화대 사무실에서 매년 6개월 15일을 동료들과 함께 대기한다.

도 씨는 동료들이 산불 진화현장에서 생사고락을 함께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에 '영원한 파트너'라고 했다. 2015년 1월 1일 첫 인터뷰, 도 씨에게 새해 소망을 물었다.

"뻔한 답이죠. 작년 11월 근무 이후 아직 관내에서는 산불이 일어나지 않았는데 올해는 무사히 나무 한 그루도 태우지 않고 넘어갔으면 하는 바람이고. 정말 소원은 65세까지 산불진화대원으로 근무하는 거죠. 그 후에는 70세까지 산불 감시원으로 일하고 산과 함께 인생을 마무리하는 것이 목표고 소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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