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 좀 들어주세요] (3) 스쿨존 지키기 앞장서는 김용만 경남꿈키움학교 교사

김용만 경남꿈키움학교 교사는 지난해 휴직을 하고 아이들이 안심하고 학교에 다닐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일에 매진을 했는데요. 마산지역 초등학교 스쿨존을 직접 점검하고 문제점을 분석해 블로그와 페이스북 페이지에 알렸습니다. 김 교사의 이런 꾸준한 움직임이 스쿨존을 지키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는데요. 1년 간 살펴 본 스쿨존의 문제와 개선점은 무엇인지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아이들은 안전하게 자랄 권리가 있다. 어른들은 그 권리를 존중하고 보호할 의무가 있다."

김용만 경남꿈키움학교 교사는 지난해부터 블로그와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어 스쿨존(school zone·어린이보호구역) 지키기 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마산지역 초등학교를 직접 방문해 스쿨존 안전 실태를 점검하고 그 내용을 인터넷에 올린다.

김 교사의 꾸준한 움직임은 스쿨존에 대한 우리 사회의 무신경함에 경각심을 일깨웠다. 제주도에서 활동 중인 정치·시사 블로그 아이엠피터 운영자는 그에게 "우리 아이가 다니는 학교인데 스쿨존을 점검해달라"고 요청했고, 학부모들은 스쿨존에 대해 무지하다며 그에게 강의를 제안했다. 경찰과 교육청, 학교 등에서도 그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어느 새 김 교사는 스쿨존 전문가가 돼 있었다.

김용만 경남꿈키움학교 교사가 스쿨존 문제와 개선점을 설명하고 있다.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김 교사는 "경남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도 스쿨존이 안고 있는 문제는 비슷하다. 스쿨존이 아이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지 않고 형식적으로 설치됐다. 각 학교에 맞게끔 스쿨존을 만들어야 하고, 보호구역에서만큼은 안전운행을 해야 한다"면서 "그래도 희망적인 건 스쿨존에 대한 학부모의 관심이 높고 지난해 경남 교장단 연수에서 스쿨존 챕터가 생기는 등 학교도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남, 최근 5년간 사고 대비 사망비율 높아 =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스쿨존은 초등학교와 유치원 등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시설의 정문 앞 좌우 300~500m 이내를 말한다. 이 구역에서는 차량 속도가 30㎞로 제한되고 자동차 주·정차가 금지된다. 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다.

경남의 스쿨존(2013년 기준)은 1153개소로 17개 광역지자체 중 경기(3207), 서울(1663)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지난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스쿨존 내 어린이교통사고 발생건수를 보면 217건으로 16개 광역지자체 중 4위를 차지했다. 발생건수 중 사망자수는 5명, 부상자수는 221명으로 사고 대비 사망비율(2.3%)이 가장 높았다.

도로교통공단과 교통안전공단이 밝힌 최근 5년 동안 스쿨존 내 어린이 교통사고 원인을 보면 안전운전의무 불이행(39.1%), 보행자보호 의무 위반(27.8%)이 약 67%를 차지하는 등 운전자들의 스쿨존 안전의식이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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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의 지속적 관심 필요 = 김 교사는 최대한 아이의 시선에 맞춰 스쿨존을 점검하고자 무릎을 굽힌다. 제일 먼저 그의 레이더망에 포착된 것은 동선. 김 교사는 아이가 돼 직접 주출입구, 부출입구를 걸어본다. 인도가 안전한지, 신호체계가 잘 돼 있는지, 과속방지턱이 있는지, CCTV가 설치돼 있는지를 점검한다.

김 교사와 함께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동면 진동초등학교 앞에 섰다. 지난해 5월 진동초등학교 스쿨존 점검을 했을 당시 그는 "신호등이 3구로 좌회전 표시가 없어 위험하고 속도를 제한할 수 있는 시설, 속도방지턱, CCTV가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7개월이 지난 이후 진동초등학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좌회전 표시가 있는 신호등 4구, 과속 감지카메라가 설치돼 있다.

김 교사는 "아이들의 안전이 꾸준히 개선되는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아직 인도가 위험하다"면서 "스쿨존이 개선되려면 어른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스쿨존에 안전표지 등 도로부속물을 설치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게 끝은 아니다. 아이의 안전을 최우선시 하기 위해 설치된 스쿨존 본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움직임이 필요하다. 학교와 경찰, 교육청, 지자체, 운전자 모두가 함께 나서야 한다.

2013년 어린이 교통사고 특성분석을 보면 스쿨존 내 시간대별 교통사고는 14~16시(27.2%), 16~18시(26.2%) 순으로 발생했다. 하지만 대부분 학교는 등교시간에만 안전지킴이들이 활동을 해 학교 시간의 안전대책이 미약하다. 안전지킴이도 대부분 녹색어머니회가 담당해 아이 안전에 대한 책임을 학부모에게만 전가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교사는 "합포초등학교는 녹색어머니회뿐 아니라 교직원이 안전지킴이로 활동을 하고 있다. 스쿨존 지키기는 학부모뿐만 아니라 학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부모, 아이의 안전을 대변할 수 있어야 = 곧 새 학기가 시작된다. 김 교사는 예비 초등학생을 둔 학부모에게 학교까지 아이와 함께 걸어가 볼 것을 권했다.

김 교사는 "3월 학교 가기 전 미리 아이의 손을 잡고 각자 집에서 학교까지 걸어가봐라. 그리고 아이의 눈높이에 맞게 동선과 스쿨존을 점검해야 한다. 학부모 스스로 스쿨존이 제대로 돼 있는지 뭐가 미흡한지를 알아야 한다. 불안전한 점이 있으면 학교 또는 지자체에 민원을 넣어라"고 말했다. 점검할 것은 △인도 △신호체계 △과속방지 △CCTV 설치 등이다.

김 교사는 "부모는 아이가 행복하게 자랄 수 있도록 안전에 대해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교장, 교사와 경찰, 교육청 등도 스쿨존에 문제는 없는지 지속적으로 실사를 진행해야 한다"면서 "스쿨존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언제든지 블로그나 페이스북으로 문의를 주면 성심성의껏 답해주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당부도 잊지 않았다.

김 교사는 "스쿨존에 대한 자그마한 사고도 언론에서 보도를 해줬으면 좋겠다. 사람이 죽지 않았다고 해서 위험하지 않은 곳은 없다. 단지 운이 좋았을 뿐이다"면서 "스쿨존에 대한 민원을 제기하면 지자체는 돈이 많이 든다고 말한다. 돈을 들이지 않고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운전자의 스쿨존에 대한 안전의식 고취다. 운전면허시험이나 재교육을 할 때는 물론 교장과 교사를 대상으로 한 스쿨존 교육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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