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18일 저희로서는 나름대로 의미 있는 행사가 하나 열렸습니다. '제1회 경남도민일보 독자와 기자의 만남'이었는데요. 기자가 출입처 취재원(뉴스 재료 공급자)만 만나는 데서 벗어나 뉴스를 읽는 독자(수요자)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눈 첫 공식행사라는 점에서 그랬습니다. 이번 만남을 계기로 기자와 독자 간 커뮤니티를 형성해 늘 소통하고 교감한다면 독자에게 사랑받는 신문이 되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을 겁니다.

그간 몇 차례 말씀 드렸듯이 저희가 <피플파워>를 내는 이유 또한 거창한 게 아닙니다. 동시대, 같은 나라, 같은 지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끼리 서로 알고 이해하고 지내자는 겁니다. 양산 효암학원 채현국 이사장은 "뭔가를 전달하기 위해 말하는 게 아니라 친하려고 말한다"고 하더군요. 알고 친해지면 이해하기 쉽고, 이해하면 소통과 공감은 저절로 이뤄집니다.

그래서 <피플파워> 인터뷰는 현안과 이슈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 그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함께 담으려 노력합니다.

이번호 표지인물로 소개되는 무용가 장순향 교수는 저와 페이스북 친구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분이 그간 어떤 계기와 과정을 거쳐 무용가가 되었고, 무용가로서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이번 인터뷰를 읽기 전에는 알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마산에서 교사로 출발하여 80년대 교사협의회 고승하(현 한국민예총 이사장)·이순일(현 태봉고 교사) 선생과 인연, 전교조 활동, 현직 교사 신분으로 부마민주항쟁과 광주민중항쟁을 소재로 한 작품을 무대에 올렸던 이야기 등은 전혀 새로운 사실이었습니다.

"저 집 아들은 빨갱이다 라고 소문이 나니까, 아버지가 함안경찰서 앞에서 '박정희가 빨갱이지, 우리 아들이 왜 빨갱이냐'라고 고함을 지르기도 했어요. 아버지도 잡혀서 구류 사시고, 그때 제가 사식을 넣어드렸던 생각이 납니다." 이 대목은 제가 지난 2012년 11월 장 교수의 오빠인 장영달 전 국회의원을 인터뷰할 때도 들었던 이야기여서 슬그머니 웃음이 나왔습니다. 장 전 의원에 따르면 1975년 민주화운동으로 자신이 구속되었을 때의 아픈 사연이었습니다.

함안에서 '소나무집'이라는 식당을 운영하는 홍해옥 씨는 한국사회에서 변변한 배경이나 인맥 없이 살아가는 서민의 삶이 얼마나 고단하고 팍팍한 것인지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그의 꿈은 소박하기만 합니다. 홍 씨는 '소나무집'이 시간이 지나도 계속 불리는 사랑노래 같은 존재가 되길 바란다고 합니다. 그의 사연을 읽으며 인터넷 포털에서 '함안 소나무집'을 검색해봤습니다. 함안읍에서 법수면을 거쳐 의령으로 건너가는 남강(南江) 근처에 있더군요. 꼭 한 번 가서 가오리 비빔국수를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씨름선수로 출발해 평생 체육인으로 살아온 배희욱 경남체육회 사무처장의 인생 이야기와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나 우연한 기회에 수의사가 되었다는 안병수 원장이 이야기하는 직업철학, 사규에서 학력, 성별, 연령에 따른 차별 조항을 모조리 없앤 미래테크 박희천 대표이사의 사연도 읽을 만합니다.

또 생계 때문에 준공무원이라는 오랜 외도에서 다시 시인으로 돌아온 강신형, 열 살 때 아버지와 어머니를 민간인학살로 잃고 한국현대사의 비극을 고스란히 감당하며 살아온 강진상, 허리 디스크 덕분에 종교인의 길로 들어선 권재도 목사 등 다양한 분들의 인생 이야기가 있습니다.

김태훈 지역스토리텔링연구소장이 연재하는 '도시와 스토리텔링'이 슬슬 본론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김 소장은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의 도시 스토리텔링이 마케팅의 수단, 즉 돈벌이를 위한 하위 개념으로 전락했으며, 돈벌이 또한 성공하지 못했다고 진단합니다. 그러면서 마케팅의 울타리에서 해방시켜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정체성과 공동체 회복이 목적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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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었습니다. 부디 2015년은 돈보다 사람이 먼저라는 공동체 의식이 살아나는 원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편집책임 김주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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