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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바르게 살아야 아이들도 잘 산다

[우리 말 좀 들어보세요] (2) 창원 용지초등학교 학부모

이서후 기자 who@idomin.com 2015년 01월 09일 금요일

창원시 성산구 중앙동에 있는 용지초등학교(교장 안경찬)는 창원 도심 한가운데 있지만 분위기가 고즈넉해서 시골학교 느낌이 난다. 물론 학교가 오래된 주택가에 있기는 하다. 지난 6일 만난 용지초 학부모들은 몇 년 동안 진행한 학교 텃밭 가꾸기 영향도 클 것이라고 말했다.

4년 전 교사들은 경기도 남한산초등학교 등을 참고해 새로운 교육 방식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텃밭 가꾸기도 그중 하나다. 이 외에 수업 전에 독서활동을 하거나, 학교에서 1박 2일 캠핑을 하기도 했다.

용지초 학부모들이 이런 학교 변화에 본격적으로 참여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경남도교육청이 행복학교를 공모하자 학부모들은 공부 모임을 만들어 이를 연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노력으로 용지초등학교는 지난달 행복학교로 선정됐다. 다음 이야기는 용지초 학부모들이 이렇게 공부를 하면서 얻은 생각들이다.

◇우리 학교는요

학교건물만 보고 학생 수가 좀 되겠지, 하겠지만 우리 학교는 보기에만 도시학교고요, 4학년하고 1학년만 겨우 두 학급 유지하고 있어요. 다른 학년은 한 학급씩이에요. 학생수는 147명, 학부모 회원도 100명이 조금 넘는 정도예요. 창원대로 중심으로 이쪽은 주택가고, 건너편은 노블파크, 트리비앙 같은 아파트 단지가 있어요. 우리끼리 저쪽은 강남이고 이쪽은 강북이라고 부르죠. 강남 아이들은 사교육도 많이 시키는데, 이쪽 아이들은 대체로 기초학력이 떨어져요. 게다가 가정 형편이 어려운 아이도 많고, 부모가 맞벌이하는 아이들은 때론 나쁜 길로 빠지기도 하죠.

◇무상급식 중단 걱정

3월부터 무상급식이 안 된다는데 그래서 걱정이에요. 대상자 등록을 동사무소에서 한다는데 내가 못 살아서 신청하는데 부모 처지에서는 너무 속상할 거 같아요. 마음이 먼저 상처를 받을 거예요. 제가 아는 분 중에 아이를 4명 키우는 분이 있는데, 3년 전인가 무상급식이 아닐 때 급식비 지원을 받으셨어요. 어느 날 학교에서 첫째 아이를 불러서는 너희는 급식비 안 내니까 끝나고 남아서 청소 좀 하라고 그랬나 봐요. 아이가 아주 많이 상처를 받았나 봐요. 아무리 모른다 그래도 아이들은 다 알고 있대요. 주변에서 뭐라고 말을 안 해도 아이 스스로 위축되는 거예요. 저도 학교 다닐 때 부모들이 맞벌이를 하셔서 도시락을 못 싸간 날이 많았어요. 얻어먹기도 했지만 솔직히 그냥 굶는 날이 많았어요. 누가 눈치 줘서 그런 게 아닌데 스스로 기가 죽더라고요.

창원 용지초교 학부모, 왼쪽부터 김보경(1학년 학부모), 최주혜(1학년), 강종란(6학년), 서지완(5학년), 이선경(1학년) 씨. /이서후 기자

◇수직적 교육 구조 변화 필요

초등학교 때 인성이나 가치관을 어느 정도 확립해야 이후 삶도 어느 정도 잘 굴러가잖아요. 어릴 때 행복했던 기억이 평생을 살아갈 힘이 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아이들을 행복하게 할 것인가를 두고 학부모들끼리 고민을 많이 했어요. 일단은 진보 보수니 하는 것을 떠나서 현재 교육에 변화를 주자는 데는 학부모 의견이 같았어요. 학부모 공부모임에서 혁신학교에 대해 연구를 많이 했어요. 성공 사례, 실패 사례를 공부하면서 왜 성공했을까, 왜 실패했을까 하는 토론을 많이 했어요. 우선 실패한 학교들을 살펴봤는데요, 지금 우리나라는 사회도 그렇고 학교도 그렇고 집도 그런데, 수직적인 위계 구조가 강하잖아요. 그걸 다 덜어내고 수평적인 구조로 가려면 리더, 즉 관리자인 학교장이 자신을 낮추는 리더십이 중요하고, 교사들도 준비되어 있어야 하며, 학부모도 변해야 하며, 아이들도 그만큼 따라올 수 있는 환경이어야 합니다. 실패한 학교들을 보니 그런 문화가 정착이 안 되었더라고요. 사실 학교장 개인으로서는 힘들게 교장까지 됐는데 모든 걸 내려놓고 함께하자고 하니까 영 내키지 않죠. 교사들도 아이들에게 다 맞춰줘야 하니 업무량이 많아지는 거예요. 서로 양보하지 못해서 교사는 떠나버리고, 학부모들은 서로 싸우고 그러면서 실패를 하더라고요. 물론 성공한 학교도 계속 다툼이 일어나요. 하지만, 그것을 잘 승화시켜서 성공한 거죠. 근데 이런 과정이 1년 만에 되는 것은 아니에요. 몇 년 동안 노력한 거거든요. 용지초도 이번에 행복학교로 선정됐지만 1년 안에 다 된다고 생각 안 해요. 반대하는 이들까지 끌어안으며 서서히 변하자는 거지 갑자기 뭔가 확 바뀌거나 하면 실패할 확률이 높아요.

◇어른은 아이들 거울

아이들은 어른을 보고 그대로 배웁니다. 아이들을 잘 가르치려면 어른들이 잘 살아야 합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시간을 주고 기다리고 인내해야 하잖아요. 솔직히 그 과정이 답답하게 느껴지죠. 그냥 바로 알려주고 싶어 속이 막 부글부글하잖아요. 저희가 공부하면서 어떤 영상을 본 적이 있는데, 학교에서 사고를 친 아이들이 있었어요. 가해자 피해자 합의가 돼서 사건 자체는 끝났어요. 근데 지도교사가 그 아이들을 데리고 도보여행을 떠나요. 5일 동안 매일 30㎞씩 걸은 거예요. 처음에는 아이들이 짜증을 내요. 다 끝난 일이데 왜 이런 걸 해야 하느냐고 투덜거리면서 따라가죠. 힘들죠. 발도 아프고. 선생님은 그냥 묵묵히 같이 걸어요. 나중에 목표했던 곳에 도착했을 때 아이들이 마음속 변화가 대단히 큰 거예요. 아이들은 소감문에서 자기 인생은 도보 여행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적어요. 그러면서 자기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쭉 나열하는 거예요. 교사든 부모든 말을 많이 하지 않더라도 아이들이 그 모습을 보고 배우거든요. 그게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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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후 기자

    • 이서후 기자
  • 문화체육부에서 문학/영화/연극/출판 등을 맡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