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비춤]주민투표제도 전문가 시각

조유묵 마창진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과 김상군 변호사, 두 전문가에게 강원도 삼척시의 원자력발전소 유치 반대 주민투표 사례와 경남의 진주의료원 관련 주민투표 사례를 중심으로 현행 주민투표 제도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을 물었다.

조유묵 처장은 시민운동의 관점에서, 김상군 변호사는 법률가의 관점에서 각각 견해를 밝혔다. 조 처장과 김 변호사는 삼척시 사례에는 서로 다른 방향의 견해를 보였지만, 진주의료원 사례에는 같은 견해를 피력했다. 진주의료원 재개원에 대한 찬반과 상관없이, 경남도가 주민투표 시행 여부를 자치단체장 재량행위라며 주민투표 자체를 거부하겠다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며, 주민투표법을 위반하는 것이라는 견해다. 조 처장은 경남에서 20여 년간 정치권과 행정 권력을 감시하는 시민운동을 해왔다. 김 변호사는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사법시험에 합격해 창원에서 법률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지방자치제에는 이런저런 직접 참정제도가 도입되어 있지만 유감스럽게도 그 실효성은 낮다고 판단된다.

2000년부터 조례 제정 개폐 청구, 주민감사 청구, 주민투표, 주민소송, 주민소환제, 주민참여 예산제 등 다양한 주민참여제도가 도입되었지만, 참여 민주주의 정신을 제대로 살린 제도는 드물다. 삼척 원전 유치 반대 주민투표 사례에 비춰보면, 지역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임에도 국가 사무라는 이유로 주민투표 대상에서 제외한 조항은 삭제되어야 한다.

또, 주민투표 대상을 지나치게 제한한 것도 개선되어야 한다. 주민투표에 부칠 대상에서 재정, 인사, 기구 등 중요 사항을 제외한 것은 제도 자체의 실효성을 떨어뜨린다. 가령 "지방자치단체의 예산·회계·계약에 관한 사항" 등으로 광범위하게 제한할 것이 아니라 지방의회의 예산안 의결, 결산 승인에 관한 사항 등만 주민투표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

경남의 주민투표 문제는 경남도가 2002년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주민투표 시행 여부를 단체장의 권한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진주의료원 건은 대법원에서 주민투표 대상이 된다고 판결했다.

만일, 주민투표법에 의한 주민투표 대상임에도 주민투표 시행 여부를 지방자치단체장의 재량행위로 본다면, 주민투표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주민투표 대상과 주민투표 대상 제외 조항이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된다. 또 단체장의 권한이기 때문에 주민투표를 거부할 수 있다면, 주민투표법 자체가 필요 없게 된다.

따라서 이는 주민투표법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고, 주민투표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주민투표법은 주민투표 청구권자를 지방의회, 주민, 지방자치단체장으로 구분하고 있고, 지방자치단체장으로 하여금 주민투표에 대한 책무를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조례에 청구인 서명부 유효서명 확인, 주민투표 청구요건 심사 등을 위한 주민투표청구 심의회를 구성하게 되어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주민투표 시행 여부를 지방자치단체장의 권한이라고 주장하고, 이를 근거로 주민투표를 거부하는 것은 주민투표법이나 조례에 규정된 자치단체장의 책무, 직무를 유기하는 결과가 된다. 더군다나 주민투표법이나 조례에 근거해 주민투표를 청구도 하기 전에 주민투표를 거부하겠다는 것은 주민투표 자체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겠다는 것과 같다.

/조유묵 마창진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

주민투표는 원래 '지방자치단체의 주요 결정사항에 관한 주민의 직접 참여를 보장하고자' 하는 것이다. (주민투표법 제1조)

따라서, 국가 사무가 제외되는 점은 이 제도의 본질적인 한계라고 볼 수밖에 없다. 지방자치제도는 헌법상으로 '기본권'과 구별되는 '제도 보장'이다. 기본권은 국민이 국가에 일정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고, 최대한 보장이 되어야 하지만, 제도 보장은 국가가 그 본질을 훼손하지 않는 정도로만 보장하면 되는 것이다.

지방자치제도가 보장되어 있다고 해서, 국민이 국가 사무에 관해서 주민투표를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청구할 수는 없다. 국가 사무가 주민투표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은 법 이론적으로는 부득이한 일이다.

한편, 경남도가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주민투표 시행 여부는 자치단체장의 임의적 재량행위'라고 주장하는 것은 맞지 않다.

주민투표법 제9조(주민투표의 실시 요건) 1항은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주민 또는 지방의회의 청구에 의하거나 직권에 의하여 주민투표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제13조(주민투표의 발의) 1항은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지체없이 그 요지를 공표하고 관할 선거관리위원회에 통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행정법상 재량행위와 기속행위의 구별이 있는데, 재량행위는 행정청의 판단 여지가 있는 것이고, 기속행위는 법에서 무조건 하라고 정한 것을 뜻한다. 이를 구별하는 방법은 법문의 규정에서 '하여야 한다'라고 되어 있는 것은 기속행위이고, '할 수 있다'라고 되어 있는 것은 재량행위라고 보면 된다.

주민투표법 제13조를 보면,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주민투표 청구가 적법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그 요지를 공표하고 선거관리위원회에 통보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결국, 주민의 주민투표 청구가 있을 때 그 청구가 적법하다고 인정되면 이를 시행하지 않을 수 없도록 하는 기속행위로 해석해야 한다. 도지사는 주민투표 요건, 서명인의 숫자, 절차 등 형식적인 부분만 판단하면 된다는 것이다.

만약, 자치단체장이 그 내용까지 미리 판단해서 주민투표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면 이는 지방자치제도 보장의 본질에 반하고, 주민투표를 두어서 지자체를 통제할 수 있도록 한 원래의 취지에도 반하는 결과가 될 수밖에 없다. /김상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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