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은 소식마다 비보였다. 유독 대규모 인명 피해 사고가 잦았다. 2월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로 MT를 왔던 대학생 10명이 사망하고 100명이 부상을 입었고, 세월호 참사로 수학여행길 고등학생을 포함해 304명의 생목숨이 수장됐다. 그리고 지난 10월 발생한 성남 판교 환풍구 추락사고는 16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11명을 부상 입혔다.

지금이 과연 21세기 맞느냐고. 이 수상한 시대에 우리 모두들 안녕하시냐고 일순간 우리 사회를 뒤흔든 육필 대자보가 붙었다.

"안녕들하십니까"라는 젊은 물음은 사회로 뻗어나가 '안녕들 네트워크'로 '발언권'을 이어갔다. 우리는 정말 '절실히 말하고 싶은 무언가'를 지니고 있는 모양이다. 한 해가 기우는 벌건 대낮에 전지전능하신 헌법재판소가 종북 딱지를 붙여 정당을 해산하고 새해벽두에 전대미문의 담뱃값 인상이 뒤따랐다.

우리는 정말 안녕한가! 정말 가만히 있어야 하는가!

지역 문화예술계도 미처 말하지 못해 입이 근질거리는 불편했던 몇 가지 일이 있었다. 창원시 예산 11억 원과 국비 5억 원을 들여 치른 창원조각비엔날레가 그 하나다. 최악이었다. 관객과 동떨어진 현대미술품들의 공허한 독백만 난무했다는 평을 들어야 했다.

문신 선양사업으로 시작된 조각비엔날레는 관객에게 불친절했다. 정체성도 홍보도 부족했다. 관람 동선을 무시한 작품 전시는 기본을 돌아보게 했다. 몇 점 되지도 않는 작품을 다 보신 분이 얼마나 될까?

또 하나는 창원시가 창원문화재단을 통해 구입한 지역작가 작품이다. '향토작가 예술작품 구입사업' 대상 작가는 애초 미술협회 회원에 한정되었다. 미술협회가 1차 선정을 하고 미술협회가 추천한 심사위원들이 다시 2차 선정을 하는 전대미문의 '미술협회축제'에 총 89명이 선정되었다.

물론 논란이 일자 전 미술인으로 확대했다. 그러나 또 하나 난센스는 시립현대미술관 건립 운운이다. 지금 구입한 작품이 미술관으로 가서는 곤란하다. 미술관이 어디 백화점인가? 차라리 공공 컬렉션으로 프랑스 프낙(Fnac)처럼, 창원미술은행 같은 형태로 발전하는 것을 권하고 싶다.

지역 예술가들이여, 안녕하십니까? 신년벽두에 푸념을 늘어놓는 까닭은 우리 지역 예술가들의 곤궁함에도 현실은 우리를 질책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는 부디 작가들도 사업계획서를 만들어 보길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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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도 이제 컨설팅이 필요하다. 창작 시간도 계량화하고 상품성이 확보된 결과물을 시장에 내놓아야 한다. 마케팅을 통해 작품이 대중과 가치를 나누는, 순환구조의 미술시장이 이루어지길 소망해본다.

무엇보다 부디 새해에는 예술가들이여 안녕하기를.

/황무현(조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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